5월에는 정말 교회 가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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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는 정말 교회 가기 싫어요!
  • 노경실 작가
  • 승인 2018.05.2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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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 ㊼
▲ 니콜라 푸생, 베드로에게 열쇠를 주시는 예수그리스도, 1636년경.

마태복음12:46-50>예수께서 무리에게 말씀하실 때에 그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예수께 말하려고 밖에 섰더니, 한 사람이 예수께 여짜오되 보소서 당신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당신께 말하려고 밖에 서 있나이다 하니, 말하던 사람에게 대답하여 이르시되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동생들이냐 하시고, 손을 내밀어 제자들을 가리켜 이르시되 나의 어머니와 나의 동생들을 보라.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하시더라.

아침잠이 많은 아이는 “일찍 일어나자!”, 공부가 잘 안 되는 아이는 ‘엄마가 보고 있다. 열심히 하자’ 형제나 친구들과 자주 다투는 아이는 ‘사이좋게 지내는 착한 사람이 되자’ 라는 글을 책상 앞에 붙여 놓는다.
어른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은 ‘이 세상 모든 밀가루는 나의 적’, 마음 먹은 대로 새벽기도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예수님이 슬퍼하신다. 일어나자!’, 자주 우울감에 빠지는 사람은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등등의 글을 써붙인다.

그래서 그 사람이 자주 말하는 것은 곧 그 사람의 가장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 점점 많은 구호나 기념일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사과 좀 많이 먹으라고 사과데이(apple day)가 있는가 하면 꽃을 사라고 로즈데이가 있다. 마음 놓고 사랑고백하라고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가 있는가 하면 이도저도 못한 사람들을 위로한다고 블랙데이까지 만들어주었다. 사회집단적으로 무엇인가 하라고 알려주고, 온 미디어가 떠들어주면서까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스승을 존경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라면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국경일이 아닌 이상 사실, 웬만한 기념일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죄악으로 생긴 것이다. 물과 전기를 생명처럼 아끼고 사용하면 물의 날이나 전기의 날이 왜 생겼겠는가? 나무를 잘 심고 잘 보존한다면 식목일이 굳이 있을 필요가 없다. 그러기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가정의 달이란 것도 우리의 도덕과 윤리가 무너져 가기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5월이면 교회마다 가정, 가족, 스승과 제자에 대한 설교와 행사로 분주하다. 그런데 문제는 설교이다. 몇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5월, 가정에 대한 설교는 늘 부부, 아내와 남편, 그리고 부모와 자식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지난주에도 몇몇 교회 설교를 듣다가 한숨이 나왔다. 남편, 아내, 부모, 자식... ... 젊은 목회자나 나이 든 목회자나 별반 다르지 않은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쉬웠다. 현대 사회에서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자식들” 이런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가정만 있는 게 아니다. 교회 안이라고 모두 이렇게 가정이 세워져 있지 않다. 나뉜 가정, 다양한 구성원의 가정, 홀로 가정 등등 삶의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가! 

이러다보니 해마다 5월만 되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자식들” 이라는 고정틀에서 가족, 가정 설교를 하니 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얼마나 불편해하는지 모른다. 목사님들은 자신들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자식들” 이라는 가정 안에서 살아서, 그리고 주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삶의 양태라 현실을 모르는 걸까? 

이번 주에, 예배를 마치고 쉰 살이 다 되어가는 한 여집사님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선생님, 교회는 전통적인 가정이 아닌 사람은 죄인취급당하는 것 같아요. 내가 죽을 때까지 5월에는 이런 설교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5월에는 교회 오고 싶지 않아요. 내 마음이 이런데 우리 애들은 오죽 할까요... 말은 안 하지만요...”  이혼 뒤, 두 아이를 홀로 건강하게 키우는 집사님의 얼굴이 참으로 어두웠다. 

예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제자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보아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표준새번역)라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즉,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내년부터는 가정의 달 설교 내용도 달라졌으면 한다. “아빠엄마와 자녀들, 아내와 남편”에 한정된 가족과 가정이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의 가족에 대한 “예수님의 마음”을 담은 가정의 달 설교가 듣고 싶다. 

함께 기도

하나님, 가정의 달에 판에 박힌 설교때문에 오히려 상처받는 형제자매들이 없도록 도와주세요.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고 몸부림치는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가족이라고 예수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니 진정한 가족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축복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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