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담임목사와 두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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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 담임목사와 두 권사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8.04.17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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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⑪

“아니? 그 권사님 시험에 들지 않았어요? 정말 괜찮은 거예요? 

제 친구 목사님들에게 며칠 전 우리 교회의 김구환 권사님, 정점례 권사님과 있었던 이야기를 했더니 놀라면서 제게 묻는 말입니다. “그런 경우가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야 하고, 시험에 들어야 하는 거요?” 제가 다시 묻기도 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며칠 전 수요일 경찰서 경목위원을 맡고 있는 목사님들과 경찰서 관계자들, 그리고 어머니 기도회에 참여하는 엄마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교회에서 나누기로 약속했습니다. 

제 딴에는 어린 꼬마들을 키우느라 헉헉대며, 그래도 어머니기도회라는 그 자리를 지키는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성도들이 고맙기도 대견하기도 해서 좀 잘 먹이고 싶었습니다. 경목위원 목사님들과 경찰서 관계자 분들을 식사 대접하는 자리였지만 엄마들도 초청한 것이지요. 늘 우리 교회 식사준비를 담당하는 두 권사님들께 산나물로 된 멋진 식사를 차려달라고 미리 말을 해두었습니다. 

제가 꼬마일 때 어머니는 “찬용아 봄에 나오는 나물들은 다 보약이란다.” 하셨던 생각도 나고, 지금 한참 봄나물들이 좋을 때라 이 시기에 어린 꼬마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잘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막상 식당에 들어가 보니 간혹 산나물이 보이긴 했지만 모양새만 갖춘 정도였고 상추와 깻잎만 잔뜩 보이는 겁니다. 주연은 상추인 듯 보였습니다.

“아니! 원래 우리 산나물로만 하기로 하지 않았어요? 우리끼리 먹는 거야 김치쪼가리 하나를 먹어도 되지만, 다른 누군가를 대접한다면 나름 정성껏 해야 하는데, 우리 교회에서 이게 뭡니까?”

마음이 상해서 그냥 식당에서 돌아서 버렸습니다. 점심은 맛있었지만 밥을 먹는 내내 마음도 조금 불편하고 속이 풀리지도 않았습니다. 

식사 후에는 대전에 심방갈 일이 있어서 떠나야 하는데, 피곤한 듯 앉아 계신 두 권사님이 보였지만 평소처럼 수고하셨다거나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그냥 차를 타고 심방 길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날 아침, 김구환 권사님은 다리가 좋지 않아 많이 부어 지팡이를 짚고 교회에 오셨다고 합니다. 정점례 권사님도 건강이 좋지 않은 몸으로 봉사를 하시러 오신 것이었습니다. 대전에서 올라오는 차 안에서 미안한 마음에 두 권사님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울었죠?”
“네”
“에고~ 미안합니다. 까칠한 목사라서….”
“아니예요~ 목사님. 저희들이 죄송하죠. 비용을 좀 아껴서 한다는 게 그냥 이렇게 되었네요.”
“그래요 권사님. 죄송하구요. 우리끼리야 뭐 어때요? 그런데 누군가를 대접하는 건 조금 더 마음을 쓰는 교회였으면 좋겠습니다.”
“네 목사님. 목사님 마음 잘 알죠. 죄송해요.”

그렇게 말해주는 권사님들이기에 괜히 더 미안했습니다. 이 말을 제 친구 목사님들에게 했더니, 놀라면서 “아니 그 권사님들 정말 시험 안 들었어요?  정말 괜찮은 거예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권사님들과 담임목회자 사이가 이 정도라는 걸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큰일인가 어리둥절했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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