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포럼- 교회와 공명선거
상태바
연합포럼- 교회와 공명선거
  • 승인 2004.03.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4.15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현실정치에 실망한 한편의 국민들은 정치를 외면하거나 싸잡아 부정하며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인 변화를 갈망하는 다른 편의 국민들은 4.15총선을 정치적 변화를 위한 하나의 기회로 삼고 언론매체나 시민운동을 통해서 공명선거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독교계 역시 이번 4.15총선이 공명선거가 되어야 함을 선언하고, 돈이 안드는 선거, 과대포장이나 흑색선전을 용인하지 않는 선거, 각종 연고(지연, 학연, 혈연, 종교연)보다는 당사자의 인물 됨됨이와 공약에 근거해서 후보자를 판단하는 선거가 되도록 선거관리위원회와 협력하고 있다. 교계의 이러한 노력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으로 국가와 민족의 총체적인 위기 앞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하려는 의도라고 여겨져 기쁨을 금할 수 없다.그러나 목회자들이나 기독교인들 가운데에는 교회가 말씀이나 전하지 않고 왜 정치에 관여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교계가 시도하는 모처럼의 노력을 오히려 비판하고 있다. 비기독교인들이나 손익계산에 민감한 파렴치한 정치인들이 교계를 비판하는 것은 기독교신앙을 모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교회 내부자들의 비판은 교계의 일치와 연합을 파괴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심각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교계가 일치와 연합으로 나가지 못하고 갈등과 분열로 나가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교리적인 차이나 신앙적인 색깔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하지만, 더욱 중요한 이유는 기독교신앙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되고 있다고 사료된다. 때문에 우리는 기독교신앙이 정치적인 영역에 대해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는지 그동안의 오해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근거해서 교회가 정치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교회의 오해:부패하고 불의한 정치인이 하나님의 뜻과 역행하는 정치를 한다고 하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기독교인들은 정치로 나서야 한다.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거스려도 좋은 영역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는 더러운 것이다”는 편견에 근거해 처음부터 정치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교회의 오해:정치는 이 세상을 창조하고 보존하시려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이 더불어 살기 위해서 정치는 인간에게 처음부터 필수적으로 부과되었기 때문이다. 정치가 더러운 것은 정치 자체가 본래 더러운 것이 아니라 더러운 정치인들에 의해 왜곡되어져 더러운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더러운 정치일수록 깨끗하게 할 사람들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바로 그들이 하나님의 뜻대로 정치할 기독교인들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교회가 하는 일은 전도하는 것이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문제와 씨름하는 것이 아니다”는 교회의 오해:이는 한 때 개인구원이냐, 사회구원이냐는 주제로 논쟁이 되기도 했던 부분이다. 어느 비기독교 국가에 기독교의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하여 국민 전체가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해서 그 국가가 저절로 기독교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100%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교회라 할지라도 모든 일을 기독교적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음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교회조차도 기독교적인 틀을 필요로 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그리고 평화를 담을 수 있는 구조가 요청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개인의 사람을 복음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회구조를 복음으로 바꾸는 것 역시 동등하게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개개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도 이웃사랑의 방식이지만, 사회구조를 하나님의 뜻에 따라 개혁하는 것 역시 이웃 사랑의 중요한 방식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공명선거가 올바른 정치인, 깨끗한 정치인, 국민을 잘 섬기는 정치인, 하나님의 뜻을 실행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기회이자 부정한 정치인, 더러운 정치인,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인, 하나님의 뜻을 왜곡하는 정치인을 척결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선거가 공명하게 진행되지 못해 오늘 우리가 위기 앞에 직면해 있다면, 교회는 공명선거운동을 통해 4.15총선을 공명선거로 만들어 우리의 정치를 쇄신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그리 될 때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빛과 소금의 교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정종훈-연세대 연합신대원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