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나오는 자모실 예배, 작은 배려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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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나오는 자모실 예배, 작은 배려가 필요합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4.0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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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교회 자모실 문제

12개월 된 아이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나면 늘 녹초가 되고 만다.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지만 성도간의 교제까지 나누기엔 체력이 달린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고역인 상황. 아이와 함께 더 깊은 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볼 일이다.

지난해 이사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주일마다 집 근처 교회들을 순방(?)한 경험이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관계로 교회를 선택함에 있어서 우리 부부가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이 바로 ‘자모실’이었다.

설교에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목사님들마다 다음세대의 위기를 말하지만, 정작 자모실에 들어가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여러 교회들에서 만난 자모실들을 종합해 몇 가지 유형으로 분석해봤다. 첫째는 자모실이 없는 경우다. 규모가 작은 교회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배 분위기가 가정적이어서 감사하게도 아기가 울고 보채도 비교적 웃으며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단점이라면 수유나 기저귀 교체가 쉽지 않다는 점.

둘째는 자모실이 있으나 예배와 동떨어진 경우다. 위치가 본당과 떨어져 있고 방송시설도 열악해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예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셋째는 자모실 내에 별도의 수유실을 갖춘 경우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인데 지금 출석하는 교회가 그렇다. 넷째는 이사 전에 다니던 교회의 경우인데, 자모실은 있으나 말 그대로 ‘엄마와 아기만’ 들어갈 수 있는 금남의 구역이었다. 예배시간, 엄마가 육아의 홀로 도맡게 되는 문제가 생겼다. 모유수유가 자유로운 점은 장점으로 꼽혔다.

네 가지 경우를 종합해 볼 때 공통점은 아이와 함께하는 예배는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교회에서는 탁아부를 운영하기도 한다. 예배시간에 아이들을 맡아주어, 부모가 예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10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탁아부를 운영하는 교회의 경우 영유아 자녀를 둔 성도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문제는 모든 교회가 탁아부를 별도로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산울교회 이승한 목사는 최근 교회 홈페이지에 젊은 부부들을 위한 서신을 남겼다. “자모실에서 예배드리는 것 힘드시죠? 예배에 집중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환경이라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전한 이 목사는 “어떻게 하면 여러분들의 예배를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번 주부터 가능하면 설교 원고를 여러분들에게 나눠 드리려고 한다”고 남겼다.

교회는 이밖에도 자모실 바닥을 교체하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환경을 개선하는데도 힘썼다. 예산에 없던 일인데도 서둘러 진행한 것은 교회가 젊은 부부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배려를 한 것이었다.

관악중앙교회의 송근종 목사 역시 돈을 들여서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면 작은 배려부터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송 목사는 “좁은 공간에서 울어 젖히는 아이, 돌아다니는 아이 등을 달래다 보면 부모는 제대로 예배를 드리지 못한다. 그렇게 아이가 유치부가 될 때까지 부모는 그저 교회 마당만 밟고 다니는 것”이라며 “그러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그 핑계로 주일도 거른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 부모들은 점점 교회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형편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상황은 나아진다. 우선 담임목사가 자모실에 들어가 유아 축복기도부터 해주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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