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기, 교회는 구호·교육 사업의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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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기, 교회는 구호·교육 사업의 중심이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3.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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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제22회 영익기념강좌’ 해방공간 한국인들의 정치 및 종교 동향 주제로

1945년 광복이후 1948년 정부 수립 전까지 혼란의 시기였던 미군정기에 교회가 구호와 사회사업, 국민계몽을 위한 교육, 더불어 우익 정치세력의 집결지 역할을 담당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28일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박명수 교수)가 서울신대 우석기념관에서 개최한 ‘제22회 영익기념강좌’에서 고려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허선혜 씨는 미군정기 당시 보도된 신문기사를 통해 교회의 역할을 분석했다.

허 씨는 “역사적으로 교회는 종교적 장소일 뿐 아니라 일종의 사회집단으로서 다양한 공간적 의미를 갖고 있다”며 “미군정기 당시 교회는 구호 사업과 교육 사업에 큰 역할을 했고 우익 정치세력의 집결지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구호와 사회 복지 사업이다. 미군정기 신문에서는 교회가 빈민·하층민을 위한 구제사업을 시행하거나 물품을 지원했다는 기사를 다수 찾아볼 수 있으며, 교회를 순수한 박애 활동을 펼치는 사회사업 공동체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방 후 혼란과 궁핍에 시달리던 이들에게 교회는 ‘구원의 사도요 아세아의 구세주’로 지칭되기도 했다. 하지만 목사 지위를 이용해 구호품을 부정처분한 사건의 경우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둘째로는 국민 계몽을 위한 교육과 문화 공간으로 활용됐다. 허 씨는 “당시 교회는 계층을 망라하고 열악한 사회적 여건에 처해있던 국민들에게 문화적 필요를 채워줬다”며 “교회 음악 연주회나 다수의 음악예배 역시 단편적으로 서구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교회에서는 영어 야학 강좌(남산교회), 농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영락교회), 법률학 강의(대청정교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됐다. 신문 기사에서 교회는 종교기관이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 좁아진 문화활동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혀주는 계몽과 교육 및 친목의 장소로 묘사됐다.

또 교회는 정치적 집회나 모임의 장소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우익세력의 결집지로 활용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으며 영락교회의 경우 월남 기독교인들의 반공 전투기지로 역할했다는 것을 당시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허선혜 씨는 “교회 공간이 이렇게 인식되고 사용된 것은 미군정이 가졌던 이데올로기와 기독교가 추구했던 이념적 가치관, 문화적 코드가 부합했던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박명수 교수는 미군정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 당시 한국인들의 정치 성향을 분석했다.

지금까지 미군정시기 한국인들의 성향은 좌익 내지, 중도파가 다수였다는 진보학자들의 주장이 우세했으나 1948년 압도적인 지지로 이승만 정부가 탄생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괴리가 있었다.

박명수 교수는 해방정국에서 한국인들의 성향에 대한 혼란은 당시 한국인들이 갖고 있던 이중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정치적으로는 서구식 대의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우파 지도자·정당·단체를 지지했지만 경제적으로는 공산주의의 국가통제나 자본주의의 절대적인 사적 소유권 모두를 반대하고 양자가 결합된 구조를 갖기 원했다”면서 정치적 지향점과 경제적 지향점이 차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으로 좌익이 우세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인물, 지도자 선출 방법, 정당·단체, 서울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해방정국의 정치성향은 분명 우익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지금까지는 미군정이 우익편향이기 때문에 미군정의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여론조사 담당자들의 성향은 우익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당시 미군정은 극우와 극좌 모두 지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의 영익기념강좌는 연구소의 설립기금을 마련한 고 김영익 집사의 뜻을 기념하는 학술강좌로 올해 22회째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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