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서 이렇게 하면 성희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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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에서 이렇게 하면 성희롱이에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3.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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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으로 돌아보는 교회 내 성범죄 유형과 예방법

성범죄 예방 전문가들, 성희롱과 친밀감을 구분할 것 조언
지위에 의한 성폭력 증가…교회 수직적 권위구조 재고해야
목회자 자신도 성적 존재임을 인식하고 유혹 가능성 줄여야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던 노(老) 시인도,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던 도지사도 예외가 없었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미투’의 화살이 이번에는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사회로부터 높은 윤리적 기준을 적용받는 교회 역시 성 범죄의 안전구역이라는 안일함을 버리고 더욱 적극적인 예방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은밀한 곳에서 성범죄가 이뤄졌음을 고발하는 것이 미투 운동의 핵심인 만큼 그동안 교회 내에서 당연시 해왔던 수직적 권위구조와 이를 통해 동반되는 부작용은 없었는지 다시금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사소하게 지나쳤던 언동 가운데 성희롱의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교육과 제도 개선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소한 언동도 성희롱 될 수 있어

목회자나 신도 간에도 사소하게 여기며 지나치기 쉬운 성적 언어 사용이나 행동이 있다. 이런 성적 언동을 하는 사람은 의도 없이 한다고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성적 수치감과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심한 경우 교회를 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타격을 입는 경우도 있다.

가장 흔한 것이 언어적 희롱이다. 일부 목회자의 경우 설교 중에도 명백한 성희롱이자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강단 아래 일상생활 속에서도 언어적 희롱은 쉽게 발생하는데 “짧은 치마 입지마라, 그래서 성폭력이 일어난다”거나 “엉덩이가 커서 애를 잘 낳겠다” 등이 언어적 희롱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예배 후 악수 시간에 손을 너무 오래 잡고 흔든다거나 여성의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것, 핸드폰으로 신체적으로 노출이 심한 사진을 보여주는 것 등은 육체적·시각적 희롱으로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성희롱 예방을 위한 실천 방안으로 △성희롱과 친밀감을 구분할 것 △공적 업무와 사적인 일을 명확히 구분할 것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사적인 만남을 강요하지 말 것 △불쾌한 성차별적 농담이나 음담패설을 하지도 말고 재밌는 척 듣지도 말 것 △동료의 신체에 대한 성적인 평가나 비유를 하지 않을 것 △설교, 강의, 대화 중 성별 고정관념이 담긴 이야기를 하지 말 것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언행에 대해서는 미리 의사를 묻고 동의를 구할 것 △타인과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삼갈 것 △상대가 명시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경우 그것을 긍정의 의사로 오해하지 말 것 △성희롱으로 인한 불쾌한 감정은 분명히 표현할 것 △상대가 자신의 성적 언동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자리를 피하는 등의 행동을 하면 이를 거부의사로 받아들이고 즉각 행동을 중지할 것 △성희롱 예방교육에 적극 참여할 것 △성희롱을 당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돕고 공동으로 대처할 것 등을 제시했다. 

 

‘지위 이용한 성범죄’ 해마다 증가

미투 운동의 핵심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교회가 주목할 점은 전문 직군별 성폭력범죄 검거 인원수에서 종교인이 의사(2위), 예술인(3위), 교수(4위) 등을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목회자의 성범죄는 윤리적 차원에서의 개인적 일탈 행위일 뿐 아니라 교단법으로나 사회법으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제도적, 법적인 미비함에서 기인하기도 한다는 게 성희롱·성폭력 예방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제도적 법적 미비로 인해 목회자 성범죄의 경우 은폐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범죄가 계속해서 재발하기도 한다. 

감리교 선교국 양성평등위원장 홍보연 목사는 “부인하고 싶지만 교회 내 성폭력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교회 성폭력은 여전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죄’로 남아 있고, 이러한 침묵이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교회 성폭력은 더 이상 가해자나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전체의 문제이고 다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홍 목사는 또 “교회 안에서 목사는 신도들에게 목회적 돌봄을 행하는 사람이며 신도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목회자와는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내담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상담자’의 경우 ‘윤리강령’에서 ‘내담자가 원하였거나 동의를 한 경우에라도 내담자와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지침

교회 내 성폭력을 근절하려면 목회자나 신도 개개인뿐 아니라 교회와 교단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 사회에는 직장이나 공공기관에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어떤 신학교나 교회에서도 성폭력 예방교육이 체계적으로 실시되는 곳은 없다. 이제라도 교회가 성폭력에 대해 공적으로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교회와 교단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교회는 성폭력 피해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교회법을 제정할 수 있다. 또한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상담 및 치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성차별 및 성폭력 예방지침서를 만들어 교회와 신학교에서 이를 기본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밖에 △목회자를 위한 전문상담소 설치 △교인들을 위한 정기적인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성에 대한 바른 신학적 입장 정립과 실행 등도 교단 및 교회 차원의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목회자 개인의 차원에서는 목회자 자신도 성적 존재임을 인식하고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목회자는 무엇보다 자신의 배우자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성적인 욕구가 부부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충족될 경우 일탈을 예방하는데 매우 수월하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탈진과 스트레스 상황을 피할 것 △영적 육적 탈진을 해소하거나 충전할 수 있는 건전하고도 다양한 방법이나 자원을 개발할 것 △성적인 비행을 저질렀을 경우 자신 앞에 펼쳐질 일들을 미리 상상해볼 것 등도 제안했다. 손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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