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탄 남북관계…교회 향한 기대감도 급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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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탄 남북관계…교회 향한 기대감도 급상승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3.1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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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위한 교회 역할(상)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2박4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지난 11일 귀국했다. 이날 5시15분부터 1시간15분 동안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미 성과를 보고했다. 사진=청와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간의 ‘평화모드’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그간 한반도의 ‘피스메이커’를 표방해온 한국교회를 향한 ‘기대감’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한 대북 특사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통해 ‘남북정상회담’과 ‘비핵화 가능성’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중대한 성과를 안고 귀환했다. 남북은 오는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을 필두로 △남북정상간 핫라인 설치 및 정상회담 이전 통화 △군사위협 해소 및 체제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 동의 △비핵화 및 관계정상화를 위한 북미대화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한 핵·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남측 태권도 시범단 및 예술단의 평양 공연 등에 합의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던 고도의 긴장이 빠른 속도로 완화됨에 따라 그간 남북간의 만남을 비롯해 대북인도적 지원의 주요 당사자로 참여해온 한국교회가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 정부의 제재 속에서도 세계교회와의 연대를 바탕으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하 조그련)을 통해 대북 채널을 가동해온 에큐메니칼 진영은 이번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마침 이 기간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가 서울에서 진행중이었던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사무총장:이홍정 목사, 이하 교회협)는 “협의회 기간 동안 이 지역 평화를 위한 가장 희망적인 진전이 이뤄진 것을 큰 은혜로 여긴다”며 “평화의 진전이 이뤄진 데 대해 하나님께 기쁨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최근 몇 년 간 긴장이 격화되던 상황에 비교할 때, 이러한 징후는 희망의 강력한 징조임에 틀림없다”며 “우리는 국제 사회, 특히 미국이 상호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조치를 통해 이러한 평화의 징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교회협 소속 교단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은 당장 오는 5월 조그련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는 남북 간 평화조약 체결, 북한 개신교 신자들과 세계 공동체 간 연대의 방안,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한국교회의 95%’를 표방하는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전계헌 최기학 전명구 이영훈 목사, 이하 한교총) 역시 성명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비핵화가 포함된 북미간 대화 등 당사자 간 대화 개최 합의를 환영한다”면서 “남북 정상은 적대시 정책 폐기와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 북미간 대화는 물론 주변국과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밖에 ‘민간 교류 협력’과 ‘인도적 지원’,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 사업 복원’ 등 진일보된 내용이 담긴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한교총 소속 교단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예장 합동이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2016년 이후 중단됐던 교단 내 통일준비위원회의 재가동을 천명한 것도 남북의 화해모드를 타고 교회발 대북지원이 다시금 활발하게 전개될 조짐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움직임이 향후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평통연대 운영위원 최은상 목사는 “우리가 지원한 자원으로 핵을 개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돈이 안 드는 성격의 교류협력이 먼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나 종교목적 방문 등은 당장 다음 달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식량이나 개발 지원, 금강산, 개성공단 재개 등은 후반으로 가야 가능하겠지만, 교회가 그간 해왔던 결핵약 지원, 북한 나무심기 등은 초반 단계에도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만큼 한국교회는 빨리 치고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경동교회 원로 박종화 목사는 이번 합의를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 표현하면서 “밀사외교로 이뤄진 과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달리 올림픽을 통해 공개된 광장에서 이뤄진 합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박 목사는 평화모드 속에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정치적 접근이 아닌 하나님의 평화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교회는 최선을 다하자”며 “하나님이 주신 테스트라고 생각하자. 협력을 통해 북한의 백성이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신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김병로 교수(통일평화연구원)는 “올림픽 이후에 남북 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냉소적인 예측이 많았다”며 “전쟁의 모드를 다른 형태로 바꿔나갈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인들의 기도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정부차원의 대화가 이뤄지는 과정 속에서 정부의 선언만으로 협력이 완전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필요한 순간에 교회가 화해와 평화, 협력을 지향하고,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감당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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