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없는 목회자의 삶 ‘자기 돌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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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없는 목회자의 삶 ‘자기 돌봄’ 필요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8.03.13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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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돌봄학교’ 여는 김유비 목사

‘카테고리 개척’ 목회에 관심 갖고 지원할 때
‘사람에 대한 진정성’이 돌봄과 치유의 출발점

“자기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다른 사람을 돌보는 데 정신이 없어요.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돌보느라, 부모는 자녀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요. 심지어 교회를 돌보느라 자신을 잃어버린 그리스도인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제가 그랬습니다. 교회를 돌보느라 가정을 돌볼 수 없었습니다. 나 자신은 반쯤 탈진한 상태로 살았구요. 적어도 제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자기 자신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제 자신을 돌볼 시간입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시대. ‘내 마음도 무너졌다. 나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김유비 목사는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하라”고 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기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목회자들이다. 상담을 요청하는 내담자들의 30%가 목회자들”이라고 말한다.

# 목회자 92% ‘영적 침체’ 경험

한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들의 37%가 육체적 피곤을, 40.8%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2012년 목회와 신학의 설문에서도 목회자의 92%가 ‘영적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 심각한 것은 쉴 틈 없는 목회자들의 행동이 결국 가족의 희생까지 불러 올 수 있다는 것. 바쁜 교회 일이 교회와 가정, 개인의 균형을 깨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 김유비 목사는 경계선 밖으로 내몰린 목회자들에게 특히 ‘자기 돌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상담을 위한 내담자들의 30%가 목회자라는 비율이 그 이유이기도 하다.

김유비 목사(김유비닷컴 대표. 은혜의동산교회 협동 목사)는 현대 목회자들의 현실을 “경계선 없는 삶”이라고 정의한다. 출퇴근 시간이 없고, 개인과 가정의 경계도 없고, 거기다 목회자 개인을 보호할 장치마저 없는 그런 삶. 오히려 ‘목양’을 내던지지 않는 이상 목회자 스스로 그 경계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가슴에 상처를 안고 보호장치 없는 경계 밖 삶을 사는 교인들을 껴안고 목양하는 것이 목회자들의 삶인데, 어떻게 출퇴근 시간과 개인과 가정의 경계를 허물지 않을 수 있느냐는 반문이기도 하다.

‘목회자들의 자기 돌봄’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문제는 목회자들이 내면의 상처를, 탈진의 상황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김 목사가 최근 발간한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하라’는 책의 제목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아픔을 드러내지 못한 채 속으로, 마음으로만 아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상처를 드러내는 교인들 앞에서 주저앉지 못하는 것 또한 목회자이기 때문이다.

# ‘목회 - 상담’ 접목 시급

이런 사람들을 위해 김 목사는 매일 아침 글을 쓴다. 오전 10시면 김유비닷컴(www.kimyoubi.com)에서 어김 없이 읽을 수 있는 이 글들은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도구가 된다. 본질로 접근하고 대화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놓치는 것, 애써 눈감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치유한다.

김 목사는 “80년대에는 ‘예수 믿으면 복 받고 부자 된다’는 이야기를 하면 맹목적으로 교회에 왔는데 이젠 이 시대는 지났다. 마음의 위로를 얻기 위해 교회에 오는 시대가 됐다. 이것은 ‘마음이 허기진 시대’라는 말이다. 이것이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라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상담을 목회에 접목하는 일은 김 목사가 추천하는 부분. 왕성하게 일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교회 내 상담센터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생활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검증된 상담자와 비용 지원에 있어서 유리하다. 그리고 “상담자 혹은 담임목사가 교회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교인들의 신앙과 생활이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목회자의 상담과 치유는 중요하다”고 김 목사는 말한다.

# ‘자기돌봄학교’ 진행

▲ “복음이 당신을 치유합니다.” 김유비 목사는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복음이라고 말한다.

김 목사는 목회자와 교인들, 일반인들을 위한 ‘자기돌봄학교’를 진행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 자신을 돌볼 시간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자신을 돌봐야 합니다.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성장할 수 있고,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치유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 가정을 돌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습니다. 나를 돌보고, 가정을 돌보고, 동료를 돌보고, 공동체를 돌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진정성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기돌봄학교는 먼저 자신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강의한다. 이후에는 강의한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해 보는 시간을 갖는데, 돌봄학교에 참여한 사람들이 질문한 내용으로 실제적인 사례를 다루고 적용하는 시간이다.

김 목사가 목회자들의 자기 돌봄을 강조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과 복음의 본질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힘을 내는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다. 그리고 가시적 교회 개척을 넘어 카테고리를 개척하는 목회를 제안한다. 다양한 사회적 흐름들을 카테고리화시켜 연구하고, 이것을 목회에 접목해 현실화시키는 것이 카테고리 개척 목회.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주제의 카테고리들을 교회와 목회자들이 품고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카테고리 개척 지원을 넘어 카테고리 개척 시대로 나아가는 것은 한국 교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 지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 치유의 핵심은 ‘복음’

“복음이 당신을 치유합니다.” 김유비 목사의 결론은 간단하다. “‘나, 우울해요. 불안해요. 기도하세요? 말씀 보세요? 그러니까 그렇죠.’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는 답답합니다. 저는 오랜 시간 다양한 상담이론을 제 삶에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복음이야말로 세상 모든 이론보다 뛰어난 처방전이라는 사실을. 이것을 혼자만 알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복음이 당신을 치유합니다. 복음이 궁극의 해답입니다.”

김 목사는 이미 있는,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치료약. 구석에 처박아 둔 귀한 약을 찾아내게 하고, 바로 그것으로 치료한다. 버려진 돌 하나가 성전의 모퉁잇돌이 된 것처럼, 흔해서 외면하기 쉬운 ‘복음’으로 치유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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