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한국교회, 과학윤리 문제 적극 나서야”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 ② 과학과 종교는 선택사항 아니다 이인창 기자l승인2018.02.07 16:47:50l수정2018.02.07 18:06l14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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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국내를 방문한 인공지능로봇 ‘소피아’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명예시민증을 받은 소피아는 스스로 답변했다. 사진제공=박영선 의원실

과학기술이 급격히 발전할수록 종교 윤리와 충돌하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사탄이 시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우리를 애매한 지점으로 몰아내곤 한다.

불임부부를 위해 보편화 돼 있는 인공수정은 100년도 더 된 기술이지만 여전히 논란이다. 보통의 인공수정과 달리 남성 또는 여성이 임신에 기여할 수 없을 경우 활용되는 비배우자 인공수정 기술의 경우 수십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불임부부 고통을 생각하면 당연히 필요한 의료기술이다. 그런데 배우자가 아닌 사람의 난자 또는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하는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술이 하나님의 창조영역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것, 이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혼란은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구체적이면서 보편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마치 과학과 신앙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종교개혁의 결정적 요체는 ‘과학혁명’”
과학기술은 종교개혁 이후 급격하게 발전했다. 분명 당대 기독교 신앙은 과학기술 발전의 토양이었다. 로버트 E.D.클라크는 “기독교가 없어도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는 있겠으나 역사를 살펴보면 결코 그런 적이 없다”고 확신했다. 

종교개혁은 모든 세계를 뒤바꾸어 놓았다. 종교개혁은 서민계층에게도 폭넓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고, 기술발전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실제 16세기 이후 산업혁명을 비롯해 과학기술의 발전이 유럽 등 기독교 문명권을 중심으로 가능했던 것도 이런 이유이다. 종교개혁이 일어나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게 됐고, 사제들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던 하나님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자유와 평등의 가치도 깨닫게 되면서, 마음껏 사유할 수 있는 날개는 과학혁명으로 연결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종교개혁 이후 근대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런 점 때문에 기독교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과학과 기독교 신앙을 별개의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하나님 자리를 차지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창조세계를 거부하거나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이 많아지고 있고, 오히려 과학기술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면서 하나님과 대치되는 것으로 보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1950년대 중반부터 사용돼온 용어 ‘트랜스 휴머니즘’은 최근에는 종교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트랜스 휴머니즘’은 장애와 노화, 죽음과 같은 인간의 조건들을 과학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과학기술이 일반적인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와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여길 현상이 아니다. 기술이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종교개혁 없었다면 과학혁명 역사 불가능
‘트랜스 휴머니즘’ 종교화 양상 우려 된다
 과학과 종교, 서로 엮여 풍요롭게 하는 것

지난달 30일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에서는 기상천외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국의 한 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가 한복을 입고 기자들의 질문에 스스로 답한 것이다. 소피아는 사우디아라비에서 로봇 최초 시민권도 받았다.

지난 2일에는 중국 상하이에 소재한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에서 복제양 돌리 이후 22년만에 체세포핵치환 기법을 이용해 원숭이 복제에 성공했다는 외신이 쏟아졌다. 비록 기존 세포를 활용했다고 하지만, 인간이 피조물을 만드셨던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기계와 사람 간 갈등이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다.

기독교와 과학기술 서사 다르지 않다
우리 시대 과학기술의 발전은 당연한 것이고 저해돼서는 안 되지만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원자폭탄을 개발한 미국의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이 전쟁을 빨리 종식시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실제 원폭 투하 광경을 본 그는 자신이 ‘죽음의 신’이 됐다고 한탄하면서 크게 후회했다. 이후 수소폭탄 개발을 반대했던 것도 직접 겪은 한계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이 스스로와 과학기술을 맹신하면서 발생한 불행한 일들은 과학계에 무수히 존재한다. 

결국 과학기술이 윤리적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과학자들에게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추고 연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 기준을 교회가 제시할 수 있다. 

미국인 3명의 DNA를 결합해 멕시코에서 체외수정시술로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의 부모는 3명이 된 것. 국가생명윤리위원회 박상은 위원장은 “평등한 죽음과 수명연장 등 기술은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기술”이라며 “기독교는 과학기술에 대한 개발과 사용, 윤리 가이드라인을 우리 사회에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는 것도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이화여대 고건 교수는 “지금 정보기술은 미국과 서구가 주도하고 있지만 그 나라들에서는 기독교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기독교가 역동적인 우리나라가 IT와 윤리문제에 더 적극적이고 글로벌한 활동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면서 “빈부, 연령 등에 따라 발생하는 정보격차가 사회문제가 될 때 교회가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의 신학자 알래스터 맥그라스는 “과학과 종교가 갈등하는 것은 특정 사회집단이 필요에 따라 만든 프레임일 수 있다”며 “기독교의 역사가 과학의 서사와 다르다 주장하거나 기독교 신앙을 내세워 과학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과학과 종교는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엮어서 우리 사회와 사람을 풍부하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인창 기자  tackle21@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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