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결정은 교회 고유권한…세상의 반대 목소리 꼭 정답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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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결정은 교회 고유권한…세상의 반대 목소리 꼭 정답은 아냐”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8.01.24 14: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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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인터뷰 //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 총회장 유충국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가 ‘목회승계’에 대한 총회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교계 안팎에서 ‘세습 반대’의 목소리가 거센 시기에 대신총회는 “세습은 교회적 용어가 아니며, ‘승계’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는 총회의 입장으로 한국교회에 시사점을 던졌다. 이번 입장문이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유충국 총회장을 만나 긴급 인터뷰를 진행했다.

▲ "우리의 입장문에는 인격과 영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자녀라는 이유로 우선권을 가져서는 안 되며, 인격과 영성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라는 이유로 배제당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대신총회가 담임목사직 승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했다. 어떤 내용인가?

크게 3가지다. △담임목사 청빙은 각 교회의 고유 권한이다 △담임목사직의 승계는 영적 리더십의 승계이다 △세습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하며 신앙적 관점에서 ‘승계’라고 부른다는 3가지 입장을 정리했다. 이 같은 입장은 지난 11일 임원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번에 발표한 대신총회의 입장은 성경이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교회의 덕과 질서를 세우는 범위’에서 장로교 정통신학의 가르침과 교단 헌법을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총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이유가 있나?

최근 몇몇 교회들의 자녀승계 논란 이후 교계는 물론이고, 대사회적으로 여러 부정적 여론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우리 총회에서도 자녀를 후임으로 청빙하는 교회들이 있어 총회의 정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했다. 특히 한국교회가 ‘세습’이라는 부정적 두 글자에 너무 갇혀 있으며, 교회공동체의 판단과 결정이 존중받지 못하고 세상의 목소리가 정답인 것처럼 생각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세상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교회법에 따라 반드시 지킬 기준이 있는가 하면, 성경의 허락 아래 사회적 도덕과 윤리에 따라 교회가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런데 목회승계 문제는 각 교단과 교회가 정리한 원칙과 절차가 중요하다. 법과 절차가 잘 지켜졌는지를 따질 부분이지 “된다, 안 된다”의 이분법적 사고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세습이 아니라 ‘승계’라는 용어를 채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담임목사직의 승계는 성도들을 양육하는 영적 리더십을 이양하는 것이지 세상적인 재산과 신분, 직업을 이양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흔히 쓰는 세습이라는 용어는 교회를 사유재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자녀가 후임으로 청빙된다고 해도 마치 교회는 기업처럼 재산을 상속할 수 없다. 이런 관점이 잘못되었기에 세습이라는 표현을 거부한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교회들이 기업화되고 사유화되어 간다는 지적이 높고, 이런 우려로 자녀에게 목사직을 물려주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닌가?

안타깝게도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리고, 교회 안에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사람이나 사람이 모인 공동체는, 그것이 ‘신앙공동체’라고 할지라도 완전할 수는 없다. 우리는 성경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개혁하면서 세상의 윤리와 도덕에 비추어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번 총회의 입장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많고, 우려도 많다. 하지만 언제까지 교회가 세상의 반응에 일희일비할 수만은 없다. 

특히 교회가 목사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세속적인 시선 자체가 문제다. 물론 자성할 부분도 있다. 교회가 기업처럼 보일 만큼 부유하고, 하나님의 재정을 한 곳에 모아 놓는 것은 문제다. 교회의 재정은 더 낮은 곳으로, 더 선한 곳으로 계속해서 흘러야 한다. 고이면 썩는 것이고, 이런 의심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사유화는 쉽지 않다. 불법적인 사유화가 있다면 언젠간 밝혀질 것이다. 지금은 어떤 것도 완벽하게 감출 수 없는 그런 시대다. 

그렇다면 교회의 재산은 누구의 것인가?

교회운영 및 재산, 교회 내 직분의 임명은 교회 회원들이 참여하는 공동의회 2/3 이상의 결의를 통해 엄격하게 결정한다는 것이 장로교 헌법의 기조이자, 조직신학의 근간을 세운 루이스 벌코프가 정리한 교회론의 한 축이다. 루이스 벌코프는 “교회의 권위 또는 권세가 총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래 각 교회의 당회에 있으며, 개혁교회 정치체제는 각 교회가 교회 내부의 문제를 교회의 직원인 목사, 장로, 권사, 집사들을 통하여 치리할 수 있는 충분한 권리를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교회는 목사 개인의 것이 아니며, 교회의 재산을 목사가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 이것은 법이고 상식이다. 임직자들이 있는 교회는 제직회가 있고, 세례교인으로 구성된 공동의회가 있다. 이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또한 교회의 재산은 성도들의 헌금으로 형성됐고, 이를 집행하는 권한도 성도들에게 있다. 목사는 청지기에 불과하다. 또한 교회의 교인 총유 개념은 이미 법원 판례를 통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목사가 재정에 문제를 일으키면 쫓겨나는 세상이다. 목사가 어떠한 일에 재정을 사용하고 싶어도 당회가 반대하거나 성도들이 반대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 교회도 법과 질서 안에서 유지되는 공동체이자, 하나의 사회이다.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교회의 법과 질서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계속해서 하지 말라는 요구가 있다면 복음의 통로를 막지 않기 위해서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총회가 이번에 목회승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세상과 괴리된 결정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세습을 지지한 것이 아니다. 자녀에게 무조건 승계하라는 것도 아니고, 자녀는 무조건 안 된다는 입장도 아니다.

세상은 자녀 혹은 친인척에게는 무조건 목사직을 물려주어선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교회의 일은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고 답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의 입장문에는 인격과 영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자녀라는 이유로 우선권을 가져서는 안 되며, 인격과 영성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라는 이유로 배제당해서도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잘 알다시피 후임을 외부에서 청빙하고도 분쟁에 휘말리는 교회들이 많다. 단, 누가 되건 간에 하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여 공동체의 신앙을 강화하고 성경에 기초한 교회를 이루는 것을 최우선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공동체의 신앙을 강화할 후임을 뽑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계속 문제가 터지는 것을 보면 청빙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담임목사 청빙은 교단 헌법에 따라 법대로 하면 된다. 법과 절차에 따르면 문제가 없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앞서 자녀라고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고 한 것처럼 자녀 때문에 다른 목사후보생들이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도 안 된다. 이런 점을 기억해서 교회 청빙위원회는 영적 리더십과 인격을 갖춘 후보들을 골고루 대상으로 선정해서 공정하게 겨룰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녀에게 승계하는 교회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이러한 공정한 경쟁절차 자체를 아예 박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한국교회 청빙기준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학벌’이다. 신대원생들 중에서는 ‘큰 교회 후임으로 가려면 유학은 필수’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것은 청빙 기준이 ‘지성’에 맞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목회자의 첫 번째 자격은 ‘영성’이다. 영적 기준으로 보지 않고 세상적 기준으로 후임을 세우면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성은 결코 영성에 앞설 수 없다. 

한국교회에 당면한 문제들이 많다. 건강한 한국교회를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모두가 예민하게 바라보고,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목회승계에 대해서 우리 총회가 입장을 밝힌 것은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다. 교회는 세상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세우셨다. 신자들의 모든 결정은 성령의 감동에 따라야 한다. 이런 가치가 세상의 여론에 의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하나를 양보하면, 세상의 가치에 따라 동성애 문제도 양보해야 하고, 군형법도 양보해야 하고, 교회 사찰이나 교회 세무조사도 양보해야 한다. 

그러나 먼저 이렇게까지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게 된 교회의 모습을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 교회가 교회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면, 철저히 반성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에 가치를 둔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 교회는 더 순결하고 청렴해야 한다. 법과 원칙 안에서 잡음이 없어야 한다. 교회다운 교회, 하나님께 칭찬받는 교회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개혁하고 기도하는 한국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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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랑 2018-01-24 18:32:22
안디옥 교회가 성령의 지시를 따라 바나바와 바울을 선교사로 파송하였다. 목사의 아들이라 할지라도 성령께서 그 교회에 담임으로 세우게 하신다면 교회는 순종해야 한다. 세습이기 때문에 안된다면 성령님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다. 고로 교회는 세상 여론에 휘말라지 말고 성령의 인도를 따라 교회가 결정하면 된다. 총회의 이번 입장 표명은 적절했다고 본다. 아니 잘 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