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사랑하는 것이 뭔지 보여준 사람, 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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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사랑하는 것이 뭔지 보여준 사람, 루터”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1.16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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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1주년, 다시 루터를 말하다
IVP 출판사 ‘열린 특강’, ‘루터’ 다시 조명
‘처음 만나는 루터’ 우병훈 교수 강사 나서
▲ 지난 15일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열린 IVP 열린 특강 ‘오래된 미래, 마르틴 루터’ 현장.

지난해 우리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다며 그토록 애타게 불렀던 이름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이 지나고 501주년이 된 지금 한국교회는 루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난해 그토록 루터를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루터가 낯설다. 개혁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고 요구는 더욱 거세다. 우리가 지나온 종교개혁 500주년이 남긴 안타까운 흔적들을 돌아보면서 다시 루터를 이야기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아직도 낯설고, 아직도 모르는 루터, 그리고 종교개혁을 다시 이야기 하는 공개강연이 열렸다. IVP 출판사는 지난 15일 열린 특강 네 번째 순서로 ‘오래된 미래, 마르틴 루터’를 다뤘다. 출판사는 “지난해 500주년이라고 해서 관련 책도 많이 출간됐고 행사와 기념일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행사를 위한 행사로 끝이 났다”며 “한국교회가 그간 ‘부흥 100주년’이나 ‘선교 100주년’에 보여줬듯이, 교회 갱신이나 변화의 노력은 그 해가 지나면 깡그리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거기서 탈피해보고자 하는 시도로서 종교개혁의 상징인 루터와 관련된 특강을 마련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개혁교회는 늘 새롭게 개혁해야 한다’는 정신을 의지적으로 천명하는 차원에서 2차례에 걸쳐 루터 특집을 마련했다.

IVP 출판사는 이날 첫 번째 특강에서 종교개혁자이자 계몽주의자, 괴팍한 사람 등 천의 얼굴로 묘사되는 다양한 루터의 얼굴 속에서 루터의 진면목을 진단했다.

강사로는 ‘처음 만나는 루터’의 저자 우병훈 교수(고신대 신학과)가 나서 ‘개혁과 건설에 온 삶을 건 십자가의 신학자 루터’를 조명했다. 강의를 토대로 여전히 우리와 ‘처음 만나는’ 루터, 그리고 종교개혁, 한국교회의 개혁 과제를 살펴봤다.

 

그림으로 나타난 루터의 얼굴들

왜 우리는 다시 그를 되새겨야 할까. 우 교수는 “루터가 오늘날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다면, 역사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나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별 의미가 없다면 굳이 그를 기념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 'Martin Luther as a Monk', Lucas Cranach the Elder, Date: 1520; Germany - 수도사 루터의 얼굴을 그린 ‘마르틴 루터, 삼 사분할 관점의 흉상(1520)’

우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루터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먼저 루터의 다양한 초상화들을 선보였다. 루터와 관련된 그림을 보면 그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알 수 있다는 것. 루터를 그린 그림은 아주 다양하다. 어떤 경우 루터는 수도사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얼굴을 바짝 마르고, 볼은 옴폭 들어갔으며, 머리카락이 없는 모습이다. 살이 빠진 모습은 그가 금식하고 기도하면서 금욕과 고행의 수련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터와 동시대를 살았던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가 그린 ‘마르틴 루터, 삼 사분할 관점의 흉상(1520)’이 대표적이다. 크라나흐는 루터의 아주 열렬한 지지자이자 친구였는데, 수천 점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루터의 얼굴을 그림으로 남겼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루터의 초상화 ‘마르틴 루터(1528)’ 역시 그의 작품이다.

▲ 'Martin Luther' ,Lucas Cranach the Elder ,Date: 1528; Germany -신학자 루터의 얼굴을 그린 ‘마르틴 루터(1528)’

크라나흐는 이 그림에서 루터를 아주 날카롭고 명민한 신학 박사의 모습으로 그렸는데, 우병훈 교수는 “이 그림에서 루터는 매우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짓고 있으며 그 어떤 신학 주제라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반면 로마 가톨릭에서 그린 루터의 초상에는 상반되는 이미지가 나타난다. 루터를 극렬하게 반대했던 요하네스 코클라이우스는 자신의 저서에 루터의 초상화를 실었는데, 거기서 루터는 머리가 일곱 개 달린 괴물로 묘사됐다. 루터를 모순 덩어리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 외에도 로마 가톨릭이 그린 루터의 초상화에서 그는 주로 마귀와 대화하거나 마귀의 지령을 받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로마 가톨릭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이후, 루터는 자신이 마귀의 조작에 놀아나고 있다는 공격에 일평생 대응해야만 했다.

우 교수는 “이렇게 루터에 대한 다양한 그림들을 보면 정말 그는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그러나 루터가 인식한 자신은 그의 한 줄짜리 자서전에 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나는 농부의 아들이라 고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성경의 박사이며 교황의 적이다.”

 

우리가 바라봐야 할 루터의 얼굴

루터의 어린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루터의 삶을 소개한 우병훈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기억해야할 루터의 얼굴은 다른 무엇보다 ‘영적인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루터가 추구했던 영적인 측면은 말씀과 성례와 신앙과 간구와 인내와 순종이었다. 우 교수는 “이렇게 세상이 알 수도 없고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 영적 선물이 교회의 본질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너무 외형화‧대형화되고,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의 모습과 달리 루터가 추구했던 교회는 ‘복음의 피조물’이었다. 교회는 세상의 일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약속도 줄 수 없지만 영적인 선물들이 영원하다는 것을 교회는 보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교회의 영적 측면을 다시금 내실 있게 다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또 “교회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이고 저항적인 태도를 취하되 완전주의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회의 특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루터에 따르면 교회는 이단자들처럼 ‘의인들의 모임’인 체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는 ‘의인과 불의한자들의 모임’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 우병훈 교수.

이는 교회를 비판하는 태도에도 적용된다. “사랑 없는 신앙은 자칫하면 죽음을 가져오는 완벽주의자의 무기가 된다”는 것. 우 교수는 “교회의 충만함은 약속의 미래 가운데 장차 성취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우리는 교회의 문제점들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면서 인내하면서 사랑으로 서로 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바라봐야할 루터의 또 다른 특성으로 “루터는 교회의 비판자이자 교회의 개혁자였고,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교회를 비판하되 무너뜨리지 않고 교회를 세우되 인간인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세웠다”며 “이런 점에서 루터는 교회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보여준 사람”이라고 전했다. 우 교수의 말처럼 오늘날 우리에게 루터의 정신이 있다면 어떻게 교회를 사랑하는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루터의 정신을 따르는 사람은 한편으로 교회를 말씀으로 개혁하고자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섣불리 교회를 단념하거나 교회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을 것이다. 루터의 정신을 따라 교회를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은 교회 안에서 보이지 않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믿음 가운데 긴 호흡을 가지고 작지만 지속될 수 있는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 교수는 마지막으로 “루터는 무엇보다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께 사로잡힌 사람”이라며 “종교개혁 500주년이 지나고 501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하는 것은 말씀과 성령을 통한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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