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탈북민도 행복해야 더불어 사는 세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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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탈북민도 행복해야 더불어 사는 세상이죠”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01.10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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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과 상생모델 만드는 거룩한빛광성교회
▲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가 장터협동조합에서 제과제빵사로 일하는 발달장애우들과 함게하고 있다 .

2013년 11월 장애인과 북한이탈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된 ‘장터사회적협동조합’. 거룩한빛광성교회(담임:정성진 목사)가 설립한 협동조합은 어느덧 4년의 시간이 흘러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실 거룩한빛광성교회가 장터협동조합을 처음 만들게 된 계기는 교회 안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랑부 때문이다. 10여년 전 처음 사랑부가 생겼을 때 출석했던 아이들이 이제 성인기가 되면서 자립을 고민해야 할 때 교회가 나선 것이다. 마침 협동조합 설립이 용이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장터협동조합의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협동조합법은 5인 이상이면 누구나 설립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간소화화면서 2012년 12월에 개정된 바 있다.

교회에는 현재도 100여명의 중증 발달장애우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발달장애 당사자나 가족에게 일자리를 갖는 것은 엄청난 기회이다. 보통 발달장애를 가진 경우 교육기관에 머물 때는 괜찮지만, 성인기에 들어가 집에만 머물 경우 퇴행을 겪을 수 있다.

중증일 경우에는 복지기관에서도 잘 받아주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며, 정부의 교육 지원비도 끊기고 만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은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이 때 장터사회적협동조합은 국가제도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가고 있다. 조합 이사장은 정성진 목사가 직접 맡고 있다. 협동조합법이 개정된다는 소식을 듣고 정 목사가 직접 구체적인 설립준비를 검토했고, 2013년 11월 사회적 협동조합의 문을 열도록 이끌었다. 

장터사회적협동조합은 2015년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공식 인증을 받았고 지금까지 교회와 교인들이 조합에 대한 지원을 이어오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협동조합 이민정 팀장은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여전히 어려움이 많지만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예비하시는 것을 꾸준이 경험하고 있다. 특히 돕고 헌신하는 분들을 보내주셔서 발달장애 친구들과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어떤 일이 맞을까를 꾸준히 고민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으로, 협동조합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간사는 또 “우리 협동조합은 정부 지원을 최소화하면서, 교인 조합원들이 어려운 이들을 세워가는 모델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교회 공동체에 속한 지체들을 교회가 지역사회에 함께 세워나가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그런 사역을 하고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4가지 분야 18명 직원의 일터 운영 중
거룩한빛광성교회는 교인 수가 일 만여명에 달하는 이른 바 대형교회에 속한다.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지만,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어느 교회보다 재정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개척 이후 교회 예산의 51%를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병원 등을 비롯해 해비타트, 복지재단 사업 등에 사용하고 있다. 교회는 사회복지법인 해피월드복지재단도 만들어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섬김 사역을 지속하고 있으며, 장터협동조합도 그 일환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협동조합 틀을 갖추기 이전인 2010년부터 ‘장터’ 설립을 준비했다. 당시 6명 성인기 발달장애 교인들을 위한 제과제빵 직업훈련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25명 장애인들이 참여하게 됐고, 2013년 11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앞서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보조를 맞추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맞춤훈련을 실시하고, 7명 장애인이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도 거뒀다.

2017년 9월 말을 기준으로 매장에는 장애 1등급 6명을 포함해 8명 발달장애인과 1급 청각장애인 1명, 뇌병변장애인 1명 등 13명이 일하고 있으며, 사회복지사 3명과 일반직원 2명 등 전체 18명이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협동조합에는 600여명 조합원들이 참여해 장애인과 탈북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조합원들은 대부분 교인들이며, 기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고 있다.

▲ 청각 장애인들이 채용돼 일하고 있는 장터협동조합 카페

장터협동조합은 유통사업과 제과제빵 제조업, 음료사업,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등 4가지 사업분야를 운영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취약계층 일자창출과 더불어 지역주민들과 교인들에게 건강하고 정직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역할도 의미가 크다. 직원들은 교인과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세상을 향해 내딛을 발걸음을 힘차게 준비하고 있다.

추진사업을 더 구체적으로 보면 유통사업의 경우 급식사업과 절임배추 공급, 명절 특판과 행사기념품 등을 비롯해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음료사업에 있어서는 청각장애인들을 훈련시켜 바리스타와 카페 매니저로 채용하고 있다. 제과제빵 제조업과 관련해서는 앞서 언급한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뇌병변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주고 있다.

파주시에는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이주한 탈북민들이 적지 않게 정착하고 있다. 같은 동포라지만 남한의 낯선 제도와 생활방식으로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들은 협동조합에서 성공적 자립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협동조합에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과 탈북민들은 교회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카페 ‘올리브 향기’에서 일한다. 카페에서는 판매하는 빵이나 과자는 협동조합이 인수한 우리밀 베이커리 ‘꾸오레’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수제품들이다.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행복
장터사회적협동조합은 물건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다. 지역주민들은 본 교회 옆 건물에 마련된 매장에서 친환경 유기농 농작물들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판매되는 물품들은 교회 내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사로 참여해 최고의 상품들을 전국을 돌며 확보하고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인적 인프라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상품 선정을 위해서는 별도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 최고의 상품이라고 해서 품질과 가격만을 선정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농어촌교회와 농가의 경제적 상황, 일자리 창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또 하나 장터사회적협동조합이 판매하는 품목들의 상당수는 작은 농어촌교회에서 생산된 것들이며, 지역주민들에게는 안정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시골교회와 교인들이 제대로 된 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교인들도 믿을 수 있는 좋은 먹을거리를 얻게 되며, 조합원으로 참여한다면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메리트도 있다. 수익금은 물론 다시 협동조합에 재투자돼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협동조합 김옥현 상임이사는 “일반기업이 중증장애인과 탈북민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 협동조합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생을 극대화하는 공동체 모델에 도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역량을 더 확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매 주일예배 후 교회 앞마당에서 협동조합에서 만든 제과와 제빵, 농어촌교회에서 올라온 신선한 해산물들이 직거래되고 있다. 이 현장에는 교인뿐 아니라 주민들도 찾아와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

정성진 목사는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상생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장터사회적협동조합은 바로 그런 공동체를 모델로 삼고 있으며,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더욱 경주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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