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 에페부스! 오직 청년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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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 에페부스! 오직 청년으로만
  • 남기평 목사
  • 승인 2017.11.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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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평 목사/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

한국사회에서의 세대갈등은 투표 갈림 현상이나 여러 징후를 통해서 볼 수 있지만, 교회 내에 세대갈등은 드러나지 않는다. 기독청년들은 떠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나안 성도로 남거나, 무종교가 된다. 왜냐하면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냉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냉소주의는 공식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일종의 도착된 ‘부정의 부정’이다. 무의미와 의미사이를 혼동하고 흐트러뜨린다. 이들에게 교회는 부정의 부정에 공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공간 그리고 새로운 경탄이 필요하다. 과연 기존의 교회가 할 수 있는 영역인가? 그렇다면 떠나려고 준비하는 이들을 잡을 수 있는가? 없다. 오늘날 교회는 실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기에 그렇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이하 기청협)에서 조사한 결과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문제점’은 예배, 설교분위기, 비민주적인 의사구조, 발전적이지 않는 목회자, 재정·특정한 항목 중심의 지출, 차별·혐오적인 발언 등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한국교회의 문제점’에서는 교회 성장주의, 불투명한 재정구조, 과다한 교회건축, 세습, 교회 내 직분문제 등의 순으로 고르게 나타났다. 청년의 눈으로 본 교회의 모습은 비상식적이고, 불통의 공간인 셈이다. 강요와 의무가 막중하게 짓누르는 공간이기도 하다. 암울한 현실에서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가? 아직도 교회 뒤에 무언가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지금 청년이 떠나고 있다.

청년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공히 취업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청년들에게 종교는 안중에도 없다. 기청협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 얽매이기 싫어서가 1·2위(약 57%)를 차지했다. 종교는 마음의 위로라도 주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심리적 안정조차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종교는 ‘그 쓸모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현실은 종교, 특별히 개신교에게 냉혹하다. 틈이 없다.

신학교 그리고 그곳에서 배출되는 신학생도 암울하다. 전국에 비인가를 제외한 신학교를 본다면, 57개나 된다.

또한 대다수의 신학교들은 근본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서, 신학을 배울 수 있는 자리보다는 목회자가 되기 위한 바로 전 과정, 양성소로 전락했다. 더 나아가 목회자 수급문제부터 목회 자체가 경쟁의 소용돌이가 되었기에, 웬만한 스펙으로는 좁은문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것도 일부다. 교회의 양극화는 더 벌어질 것이고, 교회의 공교회성은 점차 희박해질 것이다.

새롭게 상상하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한다. 혼자는 힘들다. 여러 사람이 다같이 그 마음을 지켜야 한다.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 않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항’에서 1위가 돈(30%)이고, 2위가 친구(20.8%)이다. 종교는 4.4%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지금껏 한국교회가 강조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한국교회가 집중하는 것은 세속적인 성공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었다. 세속적 성공은 부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십일조를 얼마 내는지, 감사헌금과 건축헌금을 얼마나 내는지에 따라 칭찬여부와 교회 구성원으로서의 입김이 얼마 만큼인지를 결정한다.

‘헬조선’에 살고 ‘N포세대’로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신앙생활(0.4%)은 전혀 고민 중에 들지도 못한다. 청년이 교회를 등한시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치솟는 대학등록금과 주거비,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지닌 청년에게 개인의 구원을 강조하고 영광의 신학을 강조하는 한국교회는 위로나 그들의 인생살이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다. 솔라 에페부스! ‘오직 청년으로만’은 교회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예언자적 외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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