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는 탐욕의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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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는 탐욕의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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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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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철 교수/계명대학교 기독교윤리학

유전자변형(Genetically Modified) 작물은 쉼 없이 질주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한 단면이다. 유전자변형과 관련된 과학기술의 감당할 수 없는 속도에 인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GM 작물에 대해 기독교인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청지기로 살아가도록 부름 받은 인류는 GM 작물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며 대처해야 하는가?

우선 GM 작물의 찬반 논의에 있어 과학자들과 일반인들 간의 인식차가 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과학자들이 대체로 GM 작물을 찬성하는 입장에 있는 반면, 일반인들은 찬성보다는 반대 입장에 서 있다.

특히 한국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반대 입장이 아주 높게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반대가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GM 작물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이유는 거대 기업의 이윤추구와 과학기술만능주의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신학적으로 우선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과학기술만능주의다. 현대인은 과학적 진보에 의해 과학으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하고 모든 학문이 과학으로 수렴된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기술에 대한 우상숭배와 다름없다. 인류의 식량문제를 GM 작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과학기술에 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사이비 신념에 불과하다.

GM 작물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신학적 문제는 GM 작물 산업이 약자들을 착취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착취를 당하는 약자들은 농민들과 더불어 굶주림에 처해있는 인류이다.

굶주림에 처한 인류는 GM 작물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대상으로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그 굶주림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GM 기술이 인류 전체의 복지와 기아 해결 보다는 초국적 기업의 이윤 증대에 중점을 두고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GM 기술은 넉넉한 자들의 호사와 거대 기업의 배를 불리는 역할에 충실하다. 그들이 표방하고 있는 굶주린 자들을 위한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굶주린 자들과 더불어 착취당하는 사람은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이다. GM 작물 거대 기업의 출현으로 농민들은 많은 피해를 입어왔다. GM 작물 거대 기업들은 지적재산권을 앞세워 농사의 핵심인 종자 관리권을 침탈한다. 소농들의 생존권은 박탈돼 가는 반면, GM 작물 거대기업들은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약자들의 착취가 지속된다면, GM 작물은 기독교 신앙과 양립될 수 없다. GM 기술이 약자들을 위한 기술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기독교는 그 기술을 철저하게 거부해야 한다.

기독교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가장 중요한 삶의 두 축으로 제시한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확대하고 심화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술과 과학도 기독교와 양립가능하다. 그러나 앞서 비판한 것처럼, GM 기술이 종교적 지위를 획득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이용하고, 소농들의 종자권한을 박탈하는 한 수용 불가능하다.
모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기술적 진보를 기독교는 원칙적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현 GM 기술은 도구 이상의 함의를 갖고 있고, 약자들의 생존권과 안전에 무감하며, 생태계의 보전에 무관심하다. GM 기술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기독교는 GM 작물을 수용할 수 없다. 지금의 과학기술은 약자를 우선하며, 소통을 중시하고, 인류와 생태계의 안전과 보전을 추구하는 방향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우리의 신앙은 과학기술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과학기술의 근원적인 방향 전환을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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