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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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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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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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요즘 한국교회는 소통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사회에서 교회가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회는 교회에 대해서 우호적인 반응보다는 적대적인 반응이 더 많다. 최근 기윤실에서는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국민의 20.2%가 긍정적인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보통이 28.6%이고 신뢰하지 않는다가 51.2%가 나왔다.

2008년 이 조사에서는 신뢰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18.4%였고,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사람은 48.3%였다. 처음 발표가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하는 사람이 18.4%밖에 안 된 것에 대해서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인구주택총조사를 기준으로 개신교인이 18.3%였는데 이들이 모두 신뢰한다고 대답했다고 가정하면 겨우 0.1% 정도가 더 신뢰를 표했다는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통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사람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48.3%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응답은 ‘보통’에 몰리게 되어있다. 평소에 그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보통으로 대답을 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교회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다. 그것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후 3번의 조사를 더 하고 2017년 조사가 이루어졌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먼저는 신뢰한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비율 역시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점점 한국교회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교회가 싫다’고 명확한 입장을 가진 사람이 이제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도대체 한국교회는 무엇을 했길래 이렇게 한국사회에 대표적인 비호감이 된걸까.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한국교회는 그렇게 이 사회에 해악을 끼친 것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이 사회에 이바지 한 바들이 더 많았다. 3.1운동을 정점으로 하는 민족운동, 독립운동이 있고, 해방이후 건국과정에서 나타난 민족 지도자, 산업화 시대 때 근면, 성실을 동반하는 ‘할 수 있다’의 정신, 민주화운동 등에서 한국교회는 이 사회를 이끌어 왔다. 그 외에도 한국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구호단체들도 모두 한국교회를 기반으로 해서 탄생하고 성장했다. 또 지금도 여러 복지관을 운영하고 있고 사회복지사들 역시 절반 이상이 기독교인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기독교를 향해서 그렇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을까.

한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그것은 소통의 문제이다. 한국교회는 약 20년 전만 해도 이 사회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교회는 정의로웠고 정직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김형석교수나 김동길교수의 에세이집을 보면서 자랐다. 대한민국에서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 두 분의 책들을 읽으며 생각을 키웠다. 기독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이 사회는 무엇을 배워야할지를 알아온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교회의 문제는 소통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한다면 소통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잃어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아젠다를 잃어버린 것이다. 한국교회는 점점 이 사회가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소통하려 하고 있다. 그걸 소통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사회를 윽박지르며 호통 치고 있다. 마치 이 세상에서 교회만 정의와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사회에서 보면 교회는 비합리적이다.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바울선생님처럼 이 사회에 다가가 복음을 해석해 설명할 수 있는 소통의 합리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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