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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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7.09.27 16: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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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회를 다니는 처제가 얼마 전 개신교인인 남자와 결혼을 했다. 결혼 전부터 시부모님이 개신교회로 나올 것을 은근히 종용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라며 투덜거리던 것이 생각난다.

최근 필자와 아내, 처제와 남편까지 네 명이 함께 있는 모바일 채팅방에 한 기사 링크가 올라왔다. 처제가 올린 것이었다. 국내에서 규모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형 교단에서 요가를 금지하는 결의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요가 광으로 수년간 요가를 해 온 처제로서는 명색이 교계 기자라는 형부에게 이게 어찌된 일인지 확인하고 따지고 싶었던 것이다. 더욱이 해당 교단은 천주교회에 대해서도 이단성을 연구한다고 적혀 있어 처제의 화는 더욱 치솟고 있었다.

“건강을 위해서 요가를 하는 게 왜 문제냐”는 으름장에 가장 골치 아픈 건 그녀의 남편인 손아래 동서였다. 그는 “그러게 왜 그랬을까”하며 곤란한 태도를 보였다. 가뜩이나 천주교회를 떠나고 싶지 않은 아내를 더욱 설득하기 힘들어 졌기 때문이리라.

요가를 힌두교의 이방신을 섬기는 종교적 행위로만 보고 참여를 금지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더군다나 이 결정이 누군가에게는 전도를 가로막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말 몰랐는지 세심한 판단이 아쉽다.

더군다나 해당 교단은 전도를 위해 사용하는 마술에 대해서도 금지 결의를 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마술에 관련된 성구를 제시하며 ‘신접한 자’ ‘박수’ 등의 단어를 언급했다.

몇 해 전 인터뷰를 했던 가스펠마술사들이 퍼뜩 떠올랐다. 열악한 사역 환경 속에서도 마술을 통해 새로운 문화사역을 전개하고 싶다던 그들은 이번 결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을 ‘신접한 자’나 ‘박수’로 부를 수 있을까. 총회 현장에서 이런 내용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을 할 시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좀 더 세심하고 배려 깊은 결론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시간을 정치적인 논쟁으로 흘려버린 오늘날의 교단 총회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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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2017-09-28 00:32:47
선과 악이나 정의와 불의라는 단어는 인간이 만든 것이며 하느님은 세상을 선과 악이나 정의와 불의로 구분하지 않으므로 하느님은 선한 자나 정의로운 자의 편이 아니다. 오랜 역사동안 종교인들과 진보세력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이 자신들이 규정한 ‘선’과 ‘정의’를 실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과학과 종교를 180도 뒤집는 혁명적인 이론으로 우주와 생명을 새롭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에 반론하면 5천만 원의 상금을 준다고 하는데 학자들이 반론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