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 시행 1주년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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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법 시행 1주년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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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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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변호사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상임집행위원, 법무법인 에셀

다음 달 28일이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된다. 이 법의 시행 초기에는 해석과 적용을 둘러싸고 혼란도 많았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은 공무원 및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등의 임직원이다. 미션스쿨 교직원, 신학대학 교수인 목사, 교계언론사 임직원 등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기독교인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

지난 해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교회에서도 어떤 경우에 이 법에 저촉되는지 등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았다. 이에 따라 교계언론들도 ‘Q&A’로 김영란법의 내용을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분당의 모 교회는 올해 3월경 김영란법에 관한 교회시행세칙을 만들었다. 이 시행세칙에서는 외부강사, 협동목사, 봉사자 등의 사례비 지급규정, 교회방문 목회자와 선교사에 대한 격려금 지급방법, 신학생 식사지원, 교계 언론광고, 홍보용 선물 제공방법 등을 세부적으로 명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김영란법(또는 같은 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강력하다. 정부는 지난 7월에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 애로를 해소하는 취지로 청탁금지법을 보완하겠으며, 법 시행에 따른 경제·사회적 영향분석을 바탕으로 올해 12월까지 보완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주된 논거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선물세트 등을 만들거나 유통하는 농축수산업자나 자영업자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농축수산업자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도 안될 것이다. 그렇지만 김영란법으로 인해 설 선물세트 판매량 등이 줄어들어 농축수산업자들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부패하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각국의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6년도 CPI는 53점으로 조사대상 176개국 중 52위였다. 부패지수는 70점을 넘어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평가받고, 50점대는 겨우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세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갔지만 부패의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그러므로 김영란법은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김영란법의 시행과정에서 반드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난 조항이 있다면 보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행상 문제점을 일부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서 아예 이 법을 사문화하거나 유명무실하게 만들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초래되더라도 이 법이 부정한 청탁과 금품수수의 사슬을 끊는다면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유익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영란법의 일부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김영란법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분명히 불편하다. 심지어 사람들을 만나거나 행사를 열 때마다 참석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신경 써야 할 수도 있다. 별생각 없이 잘 봐달라고 했다가 과태료를 내야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김영란법은 연줄이나 돈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특혜를 받는 일을 줄일 수 있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흙수저를 갖고 태어난 사람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과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게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성경에서 만나는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를 돌보시는 분이다. 그러므로 이 법은 기본적으로 성경의 원리에도 부합하는 법이라고 본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인 공직자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적용대상이 아닌 교회와 기독교인도 부정한 청탁은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며, 부정한 금품은 아예 멀리하는 일에 앞장섬으로써, 한국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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