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중심의 볼로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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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심의 볼로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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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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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중세의 대학들(2)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 볼로냐에 세워진 볼로냐대학은 세계 최초의 서구식 대학교이자 이탈리아의 자존심인 학교입니다. 원래는 신성 로마 제국의 프리드리히 1세가 허가증을 내준 1158년이 볼로냐 대학의 시초로 여겨졌으나 19세기의 역사학자인 ‘조수에 카루두치’가 볼로냐 대학이 ‘이르네리우스’에 의해 1088년에 설립되었다고 주장했고 이 연구가 받아들여져 그 역사를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볼로냐 대학이 위치한 볼로냐는 이탈리아의 북부 중앙에 위치하여 법에 강한 로마의 전통을 이어오던 곳이었습니다. 도시의 세력이 성장하면서 교황과 황제의 세력과 부딪치게 되었고, 이들 도시들은 법률에 대한 탐구를 행하면서 볼로냐 대학이 법학으로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로마법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법전을 주석한 이르네리우스와 교회법을 체계화하여 법전으로 편찬한 그라티아누스 같은 뛰어난 법학자들이 일찍이 볼로냐에서 법률을 강의해 온 덕분에 볼로냐는 11세기 말-12세기 초에 이르러 로마법 및 교회법 중심지로서 명성을 누리기 시작했고 더불어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각지로부터 학생들이 볼로냐로 몰려들었습니다.

그 후에 1221년에 문과, 1260년에 의과, 1360년에 신과가 증설되었습니다. 이후 의학부와 철학부가 신설되었고 현재는 23개의 학부와 68개의 학과, 10만여 명의 학생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로 세계 최초로 해부학 강의를 실시한 대학교이기도 합니다. 이 학교의 특색은 교황청의 지배를 거절하고 민주적인 원리 하에 운영하여 학교 행정이 교수회에서 다루어지기보다 학생회에서 관장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멀리 고향을 떠나 의지할 데 없이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은 안전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베르시타스’(versitas)라는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신학도들은 ‘신학베르시타스’, 법학도들은 ‘법학베르시타스’, 음악도들은 ‘음악베르시타스’를 조직하는 등 전공별 조합이 만들어졌지요. 점차 이러한 여러 종류의 조합들은 하나(uni)로 합쳐져 ‘우니-베르시타스’(uni-versitas) 즉 오늘날 대학교를 지칭하는 유니버시티(university)가 탄생된 것입니다.

우니베르시타스는 볼로냐시 당국과 교섭하여 지나치게 비싼 방세를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다른 도시로 옮겨가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또한 시민이나 시당국 혹은 교수와 투쟁하거나 협의하여 부당한 것을 개선하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차례로 관철시켜 갔습니다. 교수는 강의 내용에 대해 학생 대표단과 협의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대학의 통제권은 학생들에게 있었습니다. 교수가 학생이 납부한 등록금으로 생활해야 하는 대학의 첫 모델이 된 셈입니다. 만일 교수들에 불만이 극심해 질 때는 교수들에게 퇴진을 요구하기보다 학생들이 다른 대학으로 집단적으로 옮겨 버리는 사태가 종종 일어났습니다. 

볼로냐대학의 또 다른 특색은 여자 교수의 등용이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여성 교수(그것도 의학)을 배출한 대학교가 볼로냐대학입니다. 여자 교수들의 강의는 남학생들의 잡념을 제거하기 위하여 커튼 뒤에서 행하여지는 희극도 볼로냐대학만의 멋이었습니다. 여교수와 여대생의 증가에 따라 1367년 학교에서 댄스를 금하는 교칙을 제정하고 남학생 구역에는 여자들의 출입을 엄금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여자는 죄를 짓는데 머리가 되고 마귀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낙원으로부터 추방당하게 한 원인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볼로냐대학은 점차 폐쇄적이며 보수적인 분위기에 빠져 독창적이며 진취적인 교수들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다른 대학과의 경쟁에서 뒤지게 되고 빛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학교에서 공부한 유명한 동문으로는 신곡을 쓴 단테, 르네상스 시대를 개막한 최초의 인문주의자로 평가받는 페트라르카, 지동설을 주장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우신예찬(愚神禮讚)을 쓴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 무선통신을 발명한 굴리엘모 마르코니 등이 있고 장미의 이름을 쓴 움베르토 에코는 이 대학 교수로 2007년까지 재직하다가 은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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