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뚫고 온 교인 대하는 목회자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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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뚫고 온 교인 대하는 목회자의 자세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7.07.24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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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앙교회 정연수 목사, 주일예배에서 교인들에게 감사

인천지역에 시간당 100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의 주택이 침수되고 도로가 끊기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은 23일 주일. 효성중앙교회 정연수 목사의 페이스북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은 ‘고개 숙여 사과합니다…’. 이와 함께 정말 교인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정 목사의 사진도 함께 실렸다.

‘고개 숙여 사과합니다…’라는 글만 보면 큰 잘못을 저지른 정 목사가 교인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하며 사과하는 듯 보이지만, 반전은 바로 아래에 있었다. 정 목사는 바로 아래 글에 “(고개 숙여 사과합니다…)가 아니라, ^^;”라는 말로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암시했다. 사과가 아니라 감사의 인사라는 말이었다.

▲ 폭우를 뚫고 주일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에게 정 목사는 “오늘 예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정연수 목사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정 목사는 “오늘(23일) 인천은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정말 바가지로 퍼 붓듯 대단했습니다”라며 인천에서의 폭우와 피해상황을 설명했다. “서재 창으로 내려다 보는데 바람에 옆으로 내리는 비… 우산도 소용 없는 상황인데 횡단보도를 건너 총총 교회로 향하는 성도들을 보는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라며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폭우를 뚫고 주일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에게 정 목사는 “오늘 예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목사는 미안함과 감사를 담아 인사했는데, 성도들이 큰 박수와 환호성으로 받아주셨다”고 더 고마워하고 “그냥 성도들에게 고마울 때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목사의 글과 사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우리 동네에도 비가 오면 이렇게 해보겠다”는 목회자도 있었고, “(교인들과) 소통하는 모습에 감동했다”는 글도 달렸다. 지난 주 자신이 목회하는 동네에도 폭우가 쏟아졌다는 한 목회자는 “(당시) 못 나온 성도들이 미안해 할까봐 이번 주 모두 안아주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예배에 출석해 이 모습을 보았던 효성중앙교회 교인은 “앞자리에 앉으니 이야기하실 때 눈시울이 붉어지시는 것이 보였네요. 가슴이 따스하신 목사님이 저희 목사님이시라 행복합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폭염 그리고 폭우에도 불구하고 주일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에게 전해진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는, 정 목사를 비롯한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교인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보듬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쉬운’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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