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연합정신 어긋나는 행보 VS 이사회 정관 우선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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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연합정신 어긋나는 행보 VS 이사회 정관 우선 “문제없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07.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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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제28대 이사장 김근상 주교 취임 ‘뜨거운 감자’ 되나

CBS 신임 이사장 김근상 주교의 자격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김 주교 파송교단인 성공회 전국상임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이사교체를 통보하면서 김근상 주교가 사실상 CBS 이사로서 법적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김 주교는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이사장에 취임했으며 “걱정과 우려를 자산으로 삼아 더 열심히 섬기겠다”는 인사를 전했다.

▲ 지난 3일 김근상 성공회 주교가 제28대 CBS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성공회 교단이 새로운 이사 파송을 결의하면서 이사장 자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성공회 전국상임위, 이사 파송 결의

당초 CBS 노조의 반대 성명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김근상 이사장 취임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곳은 김 이사장 파송 교단인 대한성공회다. 성공회는 김근상 주교가 서울교구 주교직 은퇴 시점 이후 이사자격을 상실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전국상임위원회에서는 새로운 이사를 파송하기로 결의하고, 관련 내용을 담은 공문을 30일 교무원장을 통해 CBS 재단이사회 측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김근상 주교를 소환하겠다는 것이다.

현 성공회 헌장법규에는 연합기관에 파송되는 성직자의 경우 ‘현직’이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하지만 연합기관 파송 임기 중 퇴직을 하는 경우 잔여임기를 인정한 전례도 있다.

지난달 27일 치러진 전국상임위에서는 이에 대한 동의안과 개의안을 상정한 결과, “이사를 보선해 파송하기로 결의하고 CBS에 통보한다”는 개의안이 과반수로 가결돼 새로운 이사 파송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BS이사회는 예정대로 취임식을 진행했다. 성공회 공문 수령 직후 전현직 확대임원회의를 가진 CBS이사회는 “이사장 이·취임식은 신임 이사장의 취임을 대내외적으로 알릴뿐 아니라 지난 2년간 재단이사회와 회사를 위해 헌신한 이임 이사장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함께 갖는 자리이므로 원칙대로 치르는 것이 옳다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이사장 자격논란에 대해서도 “법리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으로 추후 계속해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일축했다.

김근상 주교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4년 임기로 CBS 이사직에 파송됐으며, 지난 6월 20일 이사장에 선출됐다. 김 주교는 교단에서 불거진 재정 문제에 도의적 책임이 있다며 지난 4월 25일 서울교구 주교직에서 조기 은퇴했다.

CBS 이사회까지 무려 두 달의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성공회 상임위가 새로운 이사 파송을 결의하고, CBS 이사회 측에 교체 공문을 발송한 날짜는 취임식을 불과 이틀 앞둔 6월 30일이었다. 성공회가 ‘뒷북’ 행정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대해 성공회 박동신 의장주교는 “지난 5월 11일 주교원의 결의로 CBS에 통보하고자 했지만, 결의안을 성립하기 위해서는 전국 상임위가 열리는 절차가 필요했다”며 “차기 정기 상임위는 9월 예정돼 있지만, 7월 내 임시 상임위를 열어 파송 이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회가 교단 파송이사로 새로운 인물을 파송할 경우, 김근상 주교는 교단 파송이사로 그 즉시 법적 효력과 명분을 잃게 된다는 것이 교단의 주장이다.

박 의장주교는 “현직 성직자가 퇴임할 경우, 연합기관 대표뿐 아니라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성공회의 정신”이라며, “김근상 주교는 서울교구 주교에서 은퇴한 날까지는 정관법규에 따라 이사자격이 있었으나, 은퇴 후에는 이사 임기가 사실상 만료된 것”이라며, 김근상 주교의 CBS 이사장 취임이 부적격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법리적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 높아

재단이사회는 교단의 결의와 상관없이 CBS 이사회 정관에 따라 이미 선임된 교단 파송이사의 권한을 박탈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CBS 양대노조는 비위논란의 책임자가 CBS의 얼굴이자 법적 대표인 이사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어 노사갈등도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 열린 이사장 취임식 현장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노조는 “CBS는 한국 주요 교단이 함께 세워 기독교 정신으로 운영하는 교회연합기관”이라며, 이사장 취임 강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조는 “CBS 재단이사회 정관상 이사 선임은 교단의 추천에 따르도록 돼있다. 따라서 성공회의 이번 결정은 김근상 주교가 이사장은 물론 이사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 명백하다”며, “공교단 연합정신에 따라 설립된 CBS가 교단의 이사 교체 요청과 새로운 이사 추천을 거부하는 것은 연합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CBS 이사회 측은 성공회가 새로운 이사를 결성해 추천한다고 할지라도, 승인 여부에 대한 권한은 이사회에 있기 때문에 이사 선임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취임식 전 류영모 CBS 제27대 이사장은 “CBS 재단법인 정관과 성공회 자체 교단 내규와 결의를 비교하면, 우리 정관이 우선이라 성공회 결의를 우리가 반영해야 할 규정상 의무는 없다”고 노조 측에 답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사장 선임 시기에 따른 이사 파송문제를 놓고 법적 논란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모든 법리적 논쟁을 떠나 교회연합기관인 CBS가 교단 추천권을 무시할 경우, 연합정신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한편 이사장 취임과 관련 타 교단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파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예장 통합 목회자 6개 단체들은 지난달 30일 성공회 김근상 전 주교의 이사장 취임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단 파송이사에 책임을 묻겠다”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예장 목회자 단체, 신학생 대표의 연석회의를 긴급 소집하겠다”고 밝혀 향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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