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죠”

17.한국교회 소통의 현장을 찾아서//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복음 전하는 ‘광림교회 호스피스’ 정하라 기자l승인2017.06.28l수정2017.06.28 16:53l13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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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가 심리·정서적으로 안정될 뿐 아니라, 영적으로 평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전인적 돌봄을 위해 헌신의 손길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광림교회(담임:김정석 목사)에 소속된 특수선교회인 ‘광림호스피스 선교회(회장:이혜림 권사)’는 교회에서 실시한 자원봉사자 교육을 이수한 회원들을 중심으로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호스피스 선교사역을 펼치고 있다. 

선교회 회원들은 병원 호스피스와 가정 호스피스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으며, 병원 호스피스는 서울대병원, 한양대병원, 건국대병원, 서울의료원, 고대 안암병원, 사랑의집과 연계를 통해 회원들을 파견하고 있다.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며, 기도와 섬김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고 있는 ‘광림호스피스 선교회’의 봉사자들의 하루를 동행해 취재했다.

‘88병동’의 치유자가 되다

지난 22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8층에 위치한 88병동에 들어서자 아픈 환자들로 가득한 병원의 공기가 무겁게 어깨를 짓누른다. 주로 말기 암 환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88병동.

병실의 커튼 사이로 코에 호스를 꼽고 병마와 싸우며 파리한 몸으로 가쁜 숨을 내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극심한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는 환우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그 아픔이 전이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88병동의 무거운 공기를 비집고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채, 살뜰하게 환자들을 챙기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환자의 가족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간호복을 입은 간호사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가족보다 더 유연한 모습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아픈 곳이 없는지 상담하며 정성껏 마사지를 해주며 말을 건네는 이들. 바로 광림교회에서 안암병원으로 파견한 호스피스 봉사자들이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어 보이는 환우 옆으로 이혜림 권사(62)와 김태연 집사(54)가 서서 말동무가 되어주고 있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세요?” 무기력한 표정으로 누워있던 환우가 이들의 물음이 익숙한 듯 고개를 까딱이며, 가벼운 손짓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이윽고 “식사는 잘하고 계시죠? 죽은 입맛에 잘 맞으시구요? 그래도 이번 주는 지난주보다 더 컨디션이 좋아 보이시네요. 지난번처럼 저희가 다리 마사지 해드릴게요.” 

▲ 광림교회에서 고대 안암병원으로 파견된 이혜림 권사와 김태연 집사가 정성껏 마사지를 하며, 환우들을 돌보고 있다.

가족의 동의를 구한 이들은 수건과 마사지 크림을 준비해 침대 옆에 꺼내놓는다. 마사지 크림을 바르기 위해 환자복을 접어 올리자 오랜 투병생활로 앙상하게 마른 다리뼈가 드러난다.

이 환자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1년간 투병생활 중에 있다. 환자의 발부터 다리까지 정성스럽게 마사지를 하며, 심적으로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묻는다. 

말기 암 환자에게 육체적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 중에서도 속이 메스껍고 불편하다고 말하는 환우를 향해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하셔야 해요. 저희가 많이 아프지 않도록 계속 기도할테니 힘내세요. 아내분도 지극 정성으로 돌보고 있으니 금방 더 괜찮아질 수 있을 거예요.”

마사지를 끝내고, “시원하시죠?”라고 묻는 이들의 말에 어두웠던 환우의 표정이 이내 밝아진다. 이윽고 ‘기도해드릴까요?’라는 물음에도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봉사원들의 정성스런 마사지와 기도가 끝나자 아픈 몸 상태로 한마디를 내뱉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신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들의 따뜻한 섬김에 무겁고 우울하게만 느껴졌던 88병동의 공기가 한결 가볍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다음으로 이들이 찾은 이는 담도암 말기로 9개월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김재경 집사(가명·64)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검사를 마치고 돌아와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그와 봉사단원의 만남은 보다 친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같은 신앙인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인지 교회사역과 관련된 소재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김 집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신앙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도 죽으면 천국이 보장된 삶이니 얼마나 감사하냐”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집에서 요양을 하기 위해 퇴원을 일주일 여 앞둔 그에게 봉사단원들은 연락처를 묻고 계속적으로 안부하며, 기도하겠다는 말을 전한다. 

최희연 할머니(가명·83)는 최근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지만, 평일에는 돌볼 가족이 없어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한 시간에 이들의 방문이 큰 힘이 된다고 고백했다. “몸도 많이 아프고, 병원에 있는 시간이 무료한데, 이렇게 섬겨주니 너무 고맙고 감사하죠. 병원에서 계속 축 쳐질 때가 많았는데 마사지도 해주고 기도까지 해주니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는 현장

고대 안암병원에는 호스피스 병동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지만, 88병동에는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의 말기 암 환자가 대부분이다. 광림교회 성도 2명을 비롯해 천주교 2명, 원불교 1명의 봉사자 총 5명으로 구성된 호스피스 봉사단원들이 조를 이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88병동을 둘러보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찾는 것이 호스피스 봉사자들의 첫 번째 임무다. 

광림호스피스 선교회 회장이자 봉사자로 섬기고 있는 이혜림 권사는 ‘광림 호스피스’가 처음 만들어진 1993년부터 올해로 26년째 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안암병원에서는 3년째 호스피스봉사를 통해 환우들을 예수님 사랑으로 섬기며, 환자들이 임종 시까지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병동을 둘러보기에 앞서 새벽기도를 드리며, 아픈 환우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그는 병상을 지날 때마다 성령님이 주시는 감동에 따라 환자들을 만나고, 이들에게 필요한 말을 건네고 있다고 전했다. 

매주 투병하는 환자들을 만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권사는 15년 전 암으로 투병하고 완치됐지만, 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돌아가신 어머니를 돌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을 더욱 애착심을 갖고 대할 수 있었노라고 고백했다. 

▲ 이혜림 권사(맨 왼쪽)이 돌보던 호스피스 환자의 소천 5일 전 모습.

“감사한 것은 환우들을 만날 때, 그들에게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면서 경험했던 천국에 대한 간증과 모습을 전할 때 이들의 영혼이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말씀을 전하면 꺼려하는 환자들이라고 할지라도 어머니의 일을 간증하면 눈이 동그래집니다.
또 죄책감에 천국에 갈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에게는 이제까지 어떠한 삶을 살았다고 할지라도, 예수님의 십자가 우편에 있다가 구원받은 강도처럼 아직 기회가 있다고 전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환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날 함께 봉사단원으로 섬긴 박태연 집사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며, “호스피스로 봉사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의외로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이며 밝은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을 본다. 그들을 통해 더욱 감사하는 삶을 살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이들의 지속적인 섬김과 간증을 통해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은 이들도 많이 있다. 이 권사는 임종을 일주일 앞두고 영접기도를 하고, 세례까지 받은 한 투병환자의 일화를 전하며, “병원선교는 전도의 황금어장이다. 단순히 죽음이 끝이 아니고 그 뒤에는 영원한 삶이 있고, 심판이 있다는 것을 전할 때 기독교에 대해 관심 없었던 사람들도 진지하게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며, “그 때 복음을 전하면 전혀 들을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예수님을 영접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영접기도를 하고, 세례를 받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고려대 원목실과 연계해 세례를 베푼다.

고대 안암병원 원목 이경희 목사는 “인간은 죽음의 위기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하나님을 바라보게 돼 있다. 호스피스 봉사자들이 임종을 앞둔 환자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복음을 넌지시 제시하면 보이지 않는 성령께서 귀한 영혼을 인도할 때가 있다”며, “그 때 세례를 베풀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선교, 사명으로 하는 일

광림교회는 지역사회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섬김 사역을 펼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봉사사역 중 하나가 ‘광림 호스피스’ 활동이다. 광림교회의 ‘광림 호스피스’는 철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봉사단원들이 전문적으로 호스피스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광림호스피스’는 1989년 창립돼 현재 6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연 1회 7주 20시간 이상 교육을 받으며, 주 1회 상담, 주 1회 봉사, 월 1회 월례회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광림호스피스 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만 2000명에 이른다. 

광림교회 호스피스 사역담당 강태석 목사(한국원목협회 회장)는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병원현장은 선교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치열히 싸우는 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분명한 사명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며, “호스피스 봉사는 정서와 심리, 영적 측면에서 전인적 돌봄과 지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하라 기자  jhara@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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