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잡고 있는 마귀 사탄과 영적으로 싸워 이겨야”

아직 끝나지 않은 ‘6.25 전쟁’…북한 정치장교 출신 심주일 목사 이성원 기자l승인2017.06.21 17:45:23l수정2017.06.23 09:52l13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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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67주년 기념일이 또 오고 있다.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휴전으로 멈춘 이 전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북한 정치장교 중좌 출신 심주일 목사(부천 창조교회)가 맞는 이날은 감회가 남다르다. 

그의 아버지는 6.25 전쟁 때 미군과 한국군에 의해 조직된 치안대에 체포되어 처형을 당했고, 형도 6.25 전쟁 때 조선인민군에 입대해서 행불자가 됐다. 주체사상의 신봉자로서 한라산에 인공기를 꽂을 때까지 결코 총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김일성에게 충성을 바쳤던 그는, 오늘 남한에서 목회자가 되어 오히려 북한의 구원을 부르짖고 있다. 그 시작은 ‘라이프 성경’ 책 한 권이었다.

▲ 북한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북한을 떠나온 북한 정치장교 출신 심주일 목사는 남한에 와서 장신대 신대원을 나와 영락교회 전도사를 거쳐 현재 부천에 창조교회를 개척해서 섬기고 있으며 모퉁이돌선교회에서 북한 선교에 매진하고 있다.

성경 한 권으로 믿음 생겨
“아버지와 형이 그렇게 충성하다 가신 덕분에 제가 출신성분이 좋아서 김일성정치대학 중등반과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가장 힘 있다는 정치장교가 됐어요. 저도 김일성에게 충성을 다하며 아주 잘나갔었죠. 그런데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이가 등장하면서 회의를 갖게 됐습니다.”

당시 북한의 형편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수백만 명이 굶어죽고 가정은 황폐화되어 아이들은 ‘꽃제비’로 거리를 방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자기 사욕을 채우기만 했지 고통 가운데 처한 인민대중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때 한 지인으로부터 라이프성경책 한 권을 건네받았다.

“북부 국경으로 넘어오는 성경에 대해 조심하라는 교육을 제가 시키긴 했지만 정작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처음엔 황당했죠. 천지만물을 하나님이 지었다느니, 사람이 구백년을 살았다느니, 레위기로 가니까 사람도 굶어죽는 판인데 제사지내라는 이야기만 나오고, 그래서 덮어버렸어요.”

그러나 성경을 건네준 지인은 인내심을 가지고 한번만이라도 끝까지 보라고 권면했다. 그는 억지로 다시 성경을 펼치고 읽어갔다. 몇 번 집어 던졌다가 다시 들기를 수차례, 요한계시록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아멘’까지 읽고 나니 머리가 핑 돌았다.

“이거 보통 책이 아니구나, 하는 맘이 들었어요. 창세기 1장 26절~28절을 읽다가는 무릎을 쳤죠. 주체사상이 거기서 나왔더라고요. 김일성만 하나님 자리에 두면 딱 들어맞으니까요. 그래서 나중에 한국에 와서 황장엽 씨에게 주체사상을 성경에서 훔쳐온 게 아니냐고 따졌더니 나를 미워하더라고요.”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을 알게 된 그는 밤이면 이불 속에서 라디오를 제주극동방송 다이얼에 맞추고 들었다. 다양한 설교자들의 설교를 들으며 은혜를 받으며 복음의 갈증을 풀 수 있었다. 시간 나면 성경 읽고 밤에는 설교방송을 들으면서 이젠 어디서나 혼자 있을 땐 ‘주 안에 있는 나에게’ 찬송을 흥얼댈 정도로 믿음이 자랐다. 

“그때부터 계속 ‘떠나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어요. 세미한 소리였지만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이 복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북한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날이 1998년 3월 17일이었죠.”

▲ 6.25 때 아버지와 형을 잃은 후 한라산에 인공기를 꽂을 때까지 총을 놓치 않겠다고 했던 그는 이제 남한에서 북한의 구원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기적적인 인도하심으로 탈북
3월이었지만 새벽이라 무척 추웠다. 차갑게 흐르는 강물을 앞에 두고 기도했다.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이 나라도 인민도 배반하지 않았다고, 다시 복음을 들고 이곳에 돌아올 것이라고, 그때까지 길을 인도해달라고 기도하고 강물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갑자기 불덩이 하나가 제 앞에서 이글댔습니다. 몸이 뜨거워지고 맘에 용기가 생겼죠. 강을 건널 때까지 마치 하나님이 저를 붕 떠서 들어다 놓은 느낌이었어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순조롭게 한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됐습니다. 기적 같은 일들이 많았어요. 중국에서 우연히 버스를 탔는데 옆자리에 앉은 분이 꿈 속에서 저를 도우라고 보냄 받은 목사님을 만나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도 했고요.”

한국에 들어오자 그는 먼저 제주극동방송을 찾았다. 제주극동방송의 전파 각도와 기술이 서울보다 북한에 더 잘 들렸다고 한다. “당신들 덕분에 구원받았다”고 전해주자 방송사 사람들이 다 울었다고 한다. 정치장교 출신으로 목사가 된 그는 더욱 설득력 있게 북한에 복음을 방송으로 전하고 있다. 

부천에 창조교회를 개척한 그는 라이프성경을 보내준 모퉁이돌선교회에서 북한선교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북한 말 성경번역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자신이 성경책 한 권으로 인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미 나온 조선어성경이 있지만 기존의 성경을 북한말로 번역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가 참여해 발간된 조선어성경은 직접 성경 원어를 번역하여 북한의 문화와 말과 문체로 다듬었다. 더 이해를 쉽게 하도록 각주를 달고 있다.


“북한과 말이 통하니까 한국어 성경을 그대로 보내면 되겠지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마태복음에, ‘마리아와 요셉이 서로 청혼하여 동거하기 전에’라고 나오는데, 북한에서 동거는 남녀가 사는 게 동거가 아네요. 그건 있을 수 없으니까요. 여기서부터 헷갈리죠. 그래서 ‘동거’라는 말 대신에 ‘살림을 차리기 전에’라고 바꿨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성경을 14번 읽었다는 그는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사소하게 보이는 작은 차이가 시작부터 마음의 문을 닫게 한다. 두음법칙을 쓰지 않는 북한 사람들에게는 ‘률법’을 ‘율법’으로 쓴 남한 성경이 ‘우리말도 제대로 모르는 것들’이라는 거부감을 먼저 준다. 그래서 북한 문화를 이해하고 북한 문법으로 성경을 번역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 북한선교를 위해선 북한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조선어성경이 필요하다. 심 목사는 이것을 위해 일하고 있다. 사진은 표지가 없는 조선어성경.

기독교적인 사상투쟁이라도
“북한 동포들이 하나님을 믿게 하려고 몇 권의 책을 썼습니다. ‘멈출 수 없는 소명’이라는 제 간증집이 있고요, ‘성경에서 훔친 주체사상’, 그리고 공산주의 사상과 기독교 사상을 비교한 ‘진리를 찾아서’를 냈습니다. 제가 북한을 탈출한 목적이 바로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소명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남한에서 하는 북한선교나 목회자들을 보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그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목회자들이 앞에서 말하는 것과 뒤에서 행동하는 게 다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이중플레이’라고 표현한다. 북한선교 역시 그렇다.

북한을 위한 기도모임, 북한선교학교 같은 프로그램이 많이 있지만 실제적으로 북한선교를 하는 선교회나 단체를 후원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직접 성경을 떠 매고 압록강을 건너지 못한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북한선교단체들을 후원해주는 게 옳다. 그러나 자기 이름이 내걸리지 않으면 뒤로 물러나는 한국교회의 생리가 아쉬울 뿐이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아주 잘못알고 있습니다. 북한을 잡고 있는 건 마귀와 사탄의 세력입니다. 그게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우상숭배로 나타나고, 미국과 남조선을 때려 죽여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인간증오사상으로 나타나며, 세 번째로 공포정치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여기 다 붙들려 있는 거죠. 이것과 영적 싸움을 벌여 이겨야 합니다.”

북한의 영혼들이 지금까지 노동당에 속아왔다는 걸 깨닫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께로 돌아오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북한선교이고, 이것이 그의 멈출 수 없는 소명이다. 그러나 절박한 마음으로 북한 복음화에 앞장서고 있는 그가 보기엔 한국교회의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는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격정적으로 토로한다. 

“한국교회 목사님들을 몽땅 붙들어다가 세종문화회관에 모아놓고 무엇이 참된 목회의 길인지, 하나님의 말씀을 놓고 기독교적인 사상투쟁이라도 하면 좋겠어요. 이중플레이 같은 거 하지 말고요, 한국교회는 개혁을 넘어서 혁명을 해야 합니다.”

이성원 기자  jos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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