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칼럼] 교회에서 열리는 가면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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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칼럼] 교회에서 열리는 가면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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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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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 ⑬

열왕기상14:1~18>그 때에 여로보암의 아들, 아비야가 병든지라. 여로보암이 자기 아내에게 이르되 청하건대 일어나 변장하여 사람들이 그대가 여로보암의 아내임을 알지 못하게 하고 실로로 가라 거기 선지자 아히야가 있나니, 그는 이전에 내가 이 백성의 왕이 될 것을 내게 말한 사람이니라. (중략) 그가 그대에게 이 아이가 어떻게 될지를 알게 하리라. 아히야는 나이가 많아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더라. 여호와께서 아히야에게 이르시되 여로보암의 아내가 자기 아들이 병 들었으므로 네게 물으러 오나니 너는 이러이러하게 대답하라 그가 들어올 때에 다른 사람인 체함이니라.(중략) 여로보암의 아내가 일어나 디르사로 돌아가서 집 문지방에 이를 때에 그 아이가 죽은지라. 온 이스라엘이 그를 장사하고 그를 위하여 슬퍼하니……
 

▲ 선지자 아히야를 방문하는 여로보암의 아내, 프란스 반 미리스 1세, 17세기경

“세상에! 망했다고? 그 사람, 그렇게 교회를 열심히 다닌다고 하던데 왜 그런 일이?” “아니, 너희 집은 온 식구가 교회 다니는데, 왜 하는 일마다 잘 안 되지?  좀 번듯하게 살아 봐! 그래서 하나님이 너를 도와준다는 증거 좀 보여 줘 봐!” 신앙생활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농담을 가장한 이런 비아냥과 조롱을 한 두 번 정도 들어봤을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성도들 중에 더 마음의 병을 깊이 앓거나 속앓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도 모릅니다. 행여나 자신의 사업실패, 중병, 자녀와 부부간의 불화와 갈등 등 수많은 삶의 문제를 드러낸다면 같은 교인들이라 해도 결국은 수군수군, 쑥덕쑥덕 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그러니 교회 안에서 조금이라도 직분이 높은 사람은 오죽 할까요? 아니, 장로가? 권사가? 아니, 목사님이? 라며 인생 자체는 차치하고라도 한 사람의 신앙 여정 전체를 함부로 잣대질을 하지 않는지요! 그래서 어떤 연구가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환자가 교회 밖보다 교회 안에 더 많다고도 하지 않는지요.

어느 날, 나는 열왕기상을 읽다가 위의 예와 비슷한 한 장면을 만났습니다. 하나님이 지긋지긋하게도 싫어하시는 것처럼 늘 묘사되는 여로보암 집안 문제이지요. 여로보암은 얼마나 불순종과 불신앙의 삶을 살았는지, 그는 마치 악의 지표처럼 그 이름이 사용되곤 합니다.

‘여로보암의 죄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더라.’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되 여로보암의 길로 행하며’ ‘예후가 전심으로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율법을 지켜 행하지 아니하며, 여로보암이 이스라엘에게 범하게 한 그 죄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더라’ 등등. 

그런데 놀랍게도 지옥같은 그 집안에 한 사람, 오직 단 한 사람의 평가는 달랐습니다. “여로보암의 집 가운데에서 그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향하여 선한 뜻을 품었음이니라.” 이 사람은 여로보암의 아들, 아비야였습니다. 어떻게 아비야 혼자 하나님을 섬겼는지 그 배경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악취 나고 구더기가 들끓는 쓰레기더미에서 장미나 백합 한 송이가 피어난 격이지요. 

그렇다면 가장 귀한 존재인 그를 하나님께서 지켜 주시고, 승승장구하게 만들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미 하나님께서 “내가 여로보암의 집에 재앙을 내려 여로보암에게 속한 사내는 이스라엘 가운데 매인 자나 놓인 자나 다 끊어 버리되 거름더미를 쓸어버림 같이 여로보암의 집을 말갛게 쓸어버릴지라.”고 심판을 선언하셨기에 미리 아비야를 거두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로보암의 길로 걷지 않는 성도들에게 어려운 일이 일어날 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우리는 당황하다가 마침내 주 안에서의 형제자매를 더 힘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차라리, 그런 상황에서는 입을 다물고, 두 팔을 벌려 안아주고, 필요한 것을 채워줘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야, 교회 안에서 우리의 실패를, 우리의 실수를 마음 놓고 드러내어 치유받고, 조언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죽을 것 같은 사람을 살리고,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골방에서 우는 사람을 햇살 아래로 나오게 할 수 있는 게 아닌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 역시 교회에 가서는 삶의 문제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교회 안에서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요? 

함께기도>>>하나님, 의외로 많은 성도들이 교회 안에서 마음의 병을 앓고 았습니다. 힘들다, 실패했다, 실수를 저질렀다, 알면서도 죄를 지었다, 아프다, 돈이 없어 이러이러한 곤경에 빠졌다, 라고 말 못합니다. 대신 주일마다, 곱게 차려 입고, 화장 하고 단장하고 와서 모두들 웃는 얼굴로 만납니다. 가면무도회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병든 채로 집으로 갑니다… 3년, 10년, 어쩌면 평생을…  하나님, 우리들의 불쌍한 가면을, 초라한 겉옷을 벗겨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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