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66권의 성경을 외친 사람들…뮤지컬 ‘더북(The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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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66권의 성경을 외친 사람들…뮤지컬 ‘더북(The Book)’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06.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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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뮤지컬//2017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공연 ‘더 북’ 리뷰

15세기 초, 부패한 가톨릭에 대항한 ‘롤라드’ 조명

뮤지컬 ‘더 북’ 4개월 만에 누적 관객수 2만 명 돌파

오늘날 말씀의 가치와 그리스도인의 본질을 묻다

마틴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전 15세기 초, 성경말씀 보다 가톨릭의 제도와 관행이 우위에 있었던 영국 노리치(Norwich)에서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성경을 전파한 이들이 있었다.

66권의 성경을 권마다 줄줄이 외워 광장에서 외치며, 스스로 성경이 되기를 자처했던 사람들. 특정계층에게만 성경을 보급했던 가톨릭교회는 이들을 ‘롤라드’(이단)라 부르며 진압에 나선다. 성경을 생명으로 받아 말씀을 전파하는 롤라드들과 그들을 이단으로 낙인찍고 박멸하려는 교회와의 진리전쟁! 누구보다도 교회를 사랑했던 롤라드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15세기 ‘롤라드’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더 북(The Book)’이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1년간 상설 공연되고 있다.

숭고한 희생 위에 보급된 ‘성경’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걸고 성경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성경이 되었던 ‘롤라드’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더 북(The Book)’이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1년간 상설 공연되고 있다.

지난 8일 저녁 8시 장장 2시간의 공연이 끝나자 170여석의 공연장을 가득 매운 관람객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주말이 아닌 평일저녁, 그것도 1년간 진행되는 장기공연에 매일같이 관람객들이 가득 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뮤지컬 ‘더 북’은 공연계 비수기라 불리는 3월과 4월에도 90%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4월 누적 관객 수만 해도 벌써 2만 명을 넘어섰다.

뮤지컬 관계자는 공연에 앞서 “‘더 북’은 단순한 문화공연이 아니라 하나님을 예배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예배자의 마음으로 공연을 볼 것을 독려했다. 공연 내내 말씀이 울려 퍼지며, 개신교 태동의 배경이 된 종교개혁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이 곧 예배시간’이라는 말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극은 롤라드의 수장인 윌리엄을 통해 성경을 접하면서 롤라드(Lollard)가 된 소녀 ‘아이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가족의 반대와 이단 감찰제들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걸고 말씀을 전파하는 한 소녀의 복음에 대한 열정은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큰 도전을 준다.

특히 롤라드를 잡기 위해 ‘아이린’과 그의 가족을 호시탐탐 노리는 이단검찰사제 베르나르의 포악한 모습은, 성경을 펼치려는 자와 덮으려는 자의 대조적 구도를 더욱 부각시킨다.

또한 면죄부를 사고 고해성사를 하지만, 가톨릭의 교리 속에 진리와 그 진리가 주는 자유함을 누리지 못하고 방황하며 고민하는 등장인물 ‘존’의 모습을 통해 진리가 빠진 교리가 갖는 한계와 신앙적 갈등을 엿볼 수 있다.

당대 가톨릭교회는 성경을 특정 사제들의 전유물로 여기고, 번역된 성경을 지닌 자들과 전하는 자들을 무참히 고문하거나 화형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전하기 위해 앞장섰던 인물들이 바로 ‘롤라드’다. 

▲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15세기 ‘롤라드’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더 북(The Book)’이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1년간 상설 공연되고 있다.

말씀을 통해 진리를 맛본 사람들은 ‘이단’이라는 꼬리표와 사람들의 박해 속에서도 성경의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성경 66권의 이름을 취한 후 그 성경을 모조리 외워 그들이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성경을 전파했으며,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 적어 퍼뜨렸다. 그야말로 성경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성경이 된 사람들’인 것이다.

극중 롤라드들이 광장에서 성경을 외워 선포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또 성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희생하는 ‘롤라드’들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극 중간 중간 유머적인 요소가 삽입돼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간다.

4개월 만에 관람객 2만 명 넘어

뮤지컬 ‘더 북’은 1월 객석 점유율 105%, 2월엔 108%, 공연계 비수기인 3월과 4월에도 93%와 90%를 기록해 4개월 평균 객석 점유율은 99%, 6월 8일 기준 총 관객 수가 무려 2만 7천명에 달했다. 170여석 소극장 뮤지컬에 4개월 동안 이만여 명이 넘는 인원이 관람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 관람객도 증가하고 있다. 더 북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씩 1년간 열두 번 ‘뮤지컬 더북’을 보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관객이 적지 않다”며, “4개월 동안 이미 열 번 이상 관극한 관객도 수십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더 북(The Book)’은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주일인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2017년 12월 30일까지 공연하며, 월별 차등 관극료를 책정해 운영된다. 1월 1만원으로 시작된 공연은 매 월 2000원씩 상승하여 12월에는 3만2천원이 된다.

공연예매는 아트리 홈페이지(www.gospelartree.com)에서 직접 하거나 전화(010-2648-8255)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공연을 주관하는 사단법인 ‘주님의 작품 문화행동 아트리(이하 아트리)’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무소유로 평생을 헌신하고 공동체로 살면서 공연을 올리고 있다.

▲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15세기 ‘롤라드’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더 북(The Book)’이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1년간 상설 공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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