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따뜻한 밥 한끼가 공시생의 지친 마음 위로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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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따뜻한 밥 한끼가 공시생의 지친 마음 위로하길"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04.05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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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노량진 수험생에게 새벽밥 나누는 '강남교회'

한국교회 소통의 현장을 찾아서 ⑥

▲ 새벽같이 모여 청년들이 먹을 아침을 준비하는 권사님들이 새벽밥 나눔의 숨은 공신이다.

새벽 6시 반. 누군가는 단잠을 자고 있을 이른 시간에 강남교회(담임:고문산 목사)로 청년들이 모여든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덩치만한 가방을 맨 여학생들. 익숙한 추리닝 차림에 사전 마냥 두꺼운 책 서너 권을 허리춤에 끼고 오는 청년들. 이곳은 전국에서 수험생들이 모여드는 공시촌, 노량진이다.

공부만으로도 벅찬 이들이 삼시 세끼를 제대로 챙겨먹을 리 만무하다. 특히 아침은 삼각김밥 따위로 간단히 때우거나 거르기 일쑤. 강남교회는 2000년 9월, 이성흠 목사가 고시생들을 돕기 위해 새벽밥 나눔을 시작한 이래 17년째 무료로 아침밥을 제공하고 있다. 

식사 준비는 좀 더 이른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봄이 성큼 다가오면서 일출시간이 빨라졌다지만 거리는 아직 어둡기만 하다. 강남교회 권사님들은 새벽같이 모여 국을 끓이고 반찬을 준비하는데 한창이다. 오늘의 메뉴는 짭짤한 계란장조림에 도토리 묵무침과 콩자반, 그리고 한국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까지. 3월말이라지만 여전히 쌀쌀한 새벽, 청년들의 몸에 온기를 더해줄 계란국도 준비됐다.

새벽기도 시간이 끝나고 설거지를 도울 청년들이 식당에 도착했다. 강남교회 청년들은 부서별로 돌아가며 일주일에 한두 번씩 새벽 봉사에 나선다.

시간이 되자 공시생들이 하나둘씩 식당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아침밥을 먹는 공시생들은 하루에 100~200명 정도.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 되면서 노량진에 올라오는 수험생의 숫자도 예전보다 조금 줄어들었다고 한다.

꽤 많은 청년들이 들어찼지만 식당의 분위기는 고요하다. 말을 꺼내는 건 “많이 먹어요. 부족하면 더 먹어요” 인사를 건네는 권사님들과 강남교회 청년부 봉사자들뿐이다. 오랜 공부에 지친 노량진 공시생들의 풍경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래도 그릇을 반납하면서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는 잊지 않는다.

▲ 강남교회에서 아침을 받아가는 청년들. 말수는 적지만 고맙다는 인사는 잊지 않는다.

공시생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비율은 단 1.8%. 한 해 28만9천명이 지원해 6천명만 붙고 28만3천명은 낙방한다. 시험에 떨어진 98.2%는 1.8%의 가능성을 바라보며 다시 터벅터벅 노량진으로 돌아온다.

서울 동작구 마음건강센터의 2014~2015년 관내 공시족 검진 결과에 따르면 검진 대상 120명 중 70%인 84명이 우울증 및 자살생각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쉴 새 없이 공부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까지 잃기 십상이다.

전라북도 익산에서 올라왔다는 차기순 씨(27)는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고향이 아닌 타지에 올라와 혼자 공부를 해나가는 것도 벅찬데 노량진의 분위기에서 오는 수험 압박감도 만만치 않다. 그런 그에게 강남교회의 새벽밥은 큰 힘이 됐다.

“재작년 노량진에 올라왔을 때는 거의 매일 교회에 나와서 아침을 먹었어요. 새벽부터 나와서 고생해주시는 권사님들, 집사님들께 너무 감사하죠.”

차 씨는 이곳에서 공부하는 공시생인 동시에 강남교회에 출석하는 성도이기도 하다. 그는 믿지 않는 공시생들이 이곳에 아침을 먹으러 많이 온다며 새벽밥 나눔이 복음의 통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먼저 예수 믿은 사람으로서 이곳을 통해 한 명이라도 더 예수님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강남교회의 사역은 차 씨의 바람처럼 지역사회에 예수님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동안 이곳에서 밥을 먹었던 청년들이 시험에 합격한 후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후원금을 보내오는 일도 많다. 사역이 처음 시작된 9월이면 교회 앞에 설치된 게시판에 학생들의 감사인사가 담긴 포스트잇이 빽빽하게 들어찬다.

청년부 윤주필 강도사는 “‘새벽밥을 통해 일 년에 몇 명이 등록했다더라’는 숫자보다 ‘수험생이 노량진에 오면 강남교회로 가라’는 입소문이 나는 것이 더 뿌듯합니다.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가 되야죠”라며 이웃을 섬기는 강남교회의 목회철학을 전했다.

▲ 삼시 세끼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든 공시생들에게 강남교회의 새벽밥 나눔은 큰 힘이 되고 있다.

누구든 와서 쉴 수 있는 교회

새벽밥 나눔 현장은 생각보다 차분하게 진행됐다. 강남교회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시간이 되면 공시생들이 조용히 밥을 먹고 돌아갔다. 교회 성도들은 그들에게 교회에 나오라고 권하지도, 전도지를 건네지도 않았다. 배경음악으로 잔잔히 흘러나왔던 복음성가만이 이곳이 교회임을 말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고시원 방문이나 노방전도도 많이 했다. 지금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길 바라는 성도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부 김상순 목사는 공시생들에게는 언제든 열려있으니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시생들은 공부 일정이 너무 바쁘고 그만큼 스트레스가 큽니다. 볼펜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도 거슬려 할 만큼 예민하고요. 우리는 그들을 위해 언제든지 열려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성실하게 선한 공동체를 만들고 하나님의 집을 마련해놓는 것, 누구든 와서 쉴 수 있도록 자리를 지켜주는 것, 그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소통의 부재’가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들 한다. 교회 안에서는 물론 교회와 사회의 관계 속에서도 진정한 소통을 찾기 힘든 요즘이지만 강남교회의 봉사자들을 보며 크리스천이 가져야 할 소통의 자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윤주필 강도사는 청년들과 함께 소매를 걷어 올리고 주방에 들어선다.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그는 영락없는 평신도 청년의 모습이다. 윤 강도사는 소통의 시작이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문화에 대한 사도 바울의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바울은 진리의 문제가 아닌 것에 있어서는 배려하고 맞춰주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그들을 섬기기 위해서는 그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않는다면 소통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장애인과 함께하는 교회

이밖에도 강남교회는 ‘장애인과 함께 하는 교회’를 비전으로 세우고 몸이 불편한 이웃과의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강남교회에는 20세 이상이 모인 밀알부에 33명, 20세 미만이 모인 사랑부에 16명의 장애인이 출석 중이다.

강남교회 밀알부는 일반 성도들과 3부 대예배를 함께 드린다. 어린 학생들이 모인 사랑부는 예배를 따로 드리지만 다른 교육부서 예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부 담당 한형우 전도사는 장애인들을 일반성도와 구분지어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애인들도 일반 성도들과 같이 예배를 드리고 교회 전체 행사에 가급적 함께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교회 행사에서 배제되고 구분되는 순간 ‘장애인과 함께 하는 교회’라는 문구가 무색해지겠죠.”

동시에 장애인들을 섬기고 교육하는 데는 장애인을 배려하고 그들의 특성에 맞는 접근방식을 시도한다. 사랑부에서는 장애학생 1명당 담당교사 1명이 연결돼 장애 특성에 맞는 신앙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교회에는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자동식 출입문, 휠체어 경사로와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성경책 등을 구비해 장애인들이 함께 예배드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장애인부에서 실시하는 사역 중 눈에 띄는 것은 지역사회 발달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체육교실 강남사랑학교. 이곳에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을 포함해 12명의 장애학생들이 매주 토요일 2시간씩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있다.

강남교회 성도들로 구성된 봉사팀은 이들을 1:1로 맡아 섬기며 교회와 지역사회 장애가정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사랑학교를 통해 예수님을 알게 된 한 가정이 교회에 나오기로 결단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전공자가 아닌 봉사자들도 있지만 교회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전문성인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무장해 장애학생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한 가정이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온 데 이어 또 한 가정이 고민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강남사랑학교를 통해 일하실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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