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제각각 정책제안, 대선캠프 반응할까?
상태바
한국교회 제각각 정책제안, 대선캠프 반응할까?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3.29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 9일 ‘장미대선’ 기독교계는? ① 기독교계 정책제안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판결로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치러지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5일 대통령 선거를 5월 9일로 확정하고 구체적인 선거일정을 공표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폭발한 민심과 헌법재판소의 엄중한 법 적용이 12월 예정됐던 대선을 청록의 계절로 앞당겼다. 장미가 필 무렵이라고 해서 장미대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선거가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이 일분일초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각 정당들은 당내 경선을 진행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흥행몰이에 돌입했다. 자칫 선거 자체 몰입하다 정책선거는 실종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조성되고 있다. 대권 캠프에서 세밀한 정책을 마련하기에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며, 탄핵정국 속에서 혼란을 경험한 국민들이 정책을 면밀히 살필 여유가 없는 것도 이유다. 
여러 분야, 단체들이 관련 정책을 제안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독교계는 어떤 정책을 제안하고 있으며 그 한계는 무엇일까. 

기독교계 찾는 대권후보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은 매번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예방하고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보통 기독교계 단체와 함께 조계종과 천주교를 비슷한 시기 일정을 맞춰 방문하는 것이 관례이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미 지난 2월 13일 한국교회연합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찾아 대표들을 만나고 교계 목소리를 청취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대권가도가 본격화되면서 대권후보들이 자신의 정치색에 맞춰 교회 연합기관을 방문한 점이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24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진보 기독교 단체 교회협만 방문하고 보수 성향의 한교연과 한기총은 찾아가지 않았다. 

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대권에 나설 예정인 김종인 씨는 역시 지난 20일 한기총과 한교연만 방문하고 교회협을 찾지는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사드배치 반대를 비롯해 성남시에서 성공한 빚탕감 프로젝트 ‘주빌리운동’ 등에 대해 교회협과 공감대를 가졌고, 심상정 후보는 교회협 성명이 자신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에 영향을 주었고 인권과 민주주의 관점에서 차별금지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씨는 동성애 문제에 관련해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윤리 도덕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보수교계가 반대하는 차별금지법에 부정적 견해를 시사했다. 또 최근 보수진영 통합을 위한 활동을 의식한 듯 민심을 통합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지난 12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을 만나 환담을 나눴다. 2012년 대선에 출마해서 교회협을 방문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조만간 교계단체를 찾을 수도 있어 보인다. 

기독교계 정책제안 무엇이 담겼나?
현재 기독교계 단체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제시할 정책들을 발표하면서, 또 다른 측면에서는 공명선거 감시활동에 돌입했다. 

9개 기독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공명선거시민네트워크는 △ 투표 참여 독려 운동 △유언비어나 가짜뉴스 감시 고발 △ 개표참관인단 투표소 파견 등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30일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한국교회를 향해 공명선거운동을 전개할 것을 선언했다. 

선거캠프에 제안하는 정책은 진보 기독교계가 보다 적극적인 모양새다. 보수 기독교계는 몇몇 단체들이 연대하고 있지만 세부 정책을 수립하기에는 아직까지 부족해 보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대선정책기구를 출범하는 대신 지난 2월 사회선교정책협의회에서 ‘사회정의’, ‘생태환경’, ‘통일’ 등 8개 부문을 중심으로 정책과제를 논의했다. 이때 만들어진 정책은 TF팀을 거쳐 구체적인 문안으로 작성돼, 지난 23일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했다. 

특히 교회협이 10대 핵심과제로 ‘5신(新) 5폐(閉)’를 제안한 것이 눈에 띈다. 다섯 가지 새로운 정책으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 ‘만 6세 전 무상의료’, ‘양심수 사면복권’, ‘반헌법 행위자 처벌 특별법’,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 2기 출범’이 제안됐고, 다섯 가지 폐지 정책으로는 ‘사형제 폐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폐지’, ‘국정원 해체-순수정보기관 신설’, ‘원전폐지’, ‘20~30세 청년 빚 탕감’이 제안됐다. 전체적으로는 42개 정책과제가 마련돼 후보캠프에 전달됐으며, 4월 중 대선관련 정책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칼권 인사들이 뜻을 모은 정의평화기독교대선행동은 지난해 4월부터 준비모임을 해오다 지난 1월 공식출범했다. 

정의평화기독교행동은 최근 후보캠프에 보낼 정책문서를 확정했다. 홍보위원장 장병기 목사는 “‘민주회복’, ‘경제평등’, ‘평화통일’, ‘생태환경’ 4개 영역으로 분류해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정책을 만들었다”며 “대선정국에서 하나님 나라의 뜻을 펼치려는 기독교인들에게 후보선정 지침으로도 활용됐으면 한다”고 소개했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비례대표 국회의원 확대, 만 18대 참정권 확대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 보호와 경제 평등권 확대,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경제협력 확대 등 한반도 평화해결을 위한 제안들도 눈에 띈다.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공동 추진하는 한국교회대선정책연대가 현재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7일 1차 정책포럼을 개최하면서 ‘동성애 차별금지법’ 반대, 역사정립과 근대문화 보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관련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하지만 1차 포럼의 내용은 기존 보수 기독교계가 견지해온 입장을 정리하는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정책제안으로 연결시켜야 할 과제가 남았다. 또한 기독교계 쟁점사항 외에도 국민 민생과 거시적 과제에 대한 세부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한장총 이재형 총무는 “2차 포럼에 대한 이슈들을 서둘러 선정해 정책으로 개발하고 후보 진영에 전달하고자 한다. 4월 중에는 대선 후보들을 초청해 토론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일화 된 창구가 없다

대선을 코앞에 둔 후보 캠프에서는 확실한 표밭을 개발하고 다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독교계는 누구를 상대해야 할지 헷갈려 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갈리고 대표성을 표방하는 단체도 여럿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대선은 정책을 제안하는 단체들도 제각각이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기독교 단체들이 정책제안을 본격화한 시기로 당시에는 진보와 보수 기독교계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정책제안서를 개발해 후보진영에 전달했다. 

18대 대선 당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미래목회포럼은 2012년 12월 10일 대통령 후보들에게 한국교회 정책 질문지를 발송하고 관련 답변을 얻었던 것으로 평가할 만한 성과였다.  

진보와 보수단체들은 여러 차례 협의한 끝에 ‘생명윤리’, ‘인권정책’, ‘대북 인도적 지원’, ‘종립학교 종교교육’, ‘사행산업 규제’, ‘종교평화법’ 등 13개 의제를 제안했다. 특히 제안된 정책 중에는 교단 유지재단에서 귀속돼 있는 교회 재산에 대해 부동산 실명제법 예외적용을 받도록 한 것은 큰 성과였다. 

당시 정책제안에 참여했던 미래목회포럼 박종언 사무총장은 “기독교 단체들마다 색깔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정책을 제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교회가 공통 의제들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어느 대선캠프에서 답변이라도 주겠느냐”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