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수도원 개혁을 시도한 시토 수도원(The Cistercians) 또한 베네딕트 본래의 엄격하고 순수한 규칙을 유지하고자 했던 수도사들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그래서 베네딕트의 규율을 문자적으로 다 지키려고 힘썼습니다. 베네딕트(Benedict, 480?~543)는 이미 초대 수도원에서 밝혔지만 서방에서 수도원 제도를 개혁하여 교과서 식으로 만든 사람입니다. 그가 만든 수도원의 규칙은 서방 수도원 제도의 토대가 되고 있는데 읽은지 오래 되었으니 그가 세운 규칙을 다시 한 번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수도원의 원장은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며 종신직이었다. ②원장과 수도사들은 규칙 앞에서 평등하였다. 원장은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수도사들과 상의해서 결정하도록 했다. ③수도사들은 한 가족이므로 다른 수도원으로 옮겨갈 수 없었다. ④수도사의 제1의 임무는 예배이고 두 번째는 노동과 공부였다. ⑤수도원 생활은 규칙적이나 고행적(苦行的)일 필요는 없었다. ⑥각 수도원은 자립, 독립 운영이므로 다른 수도원의 간섭을 받지 않았다. ⑦수도원의 중심 목적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자라나는데 있었다. 

이렇게 베네딕트의 정신에 입각해 세워진 시토 수도원은 수도회의 건물과 기구들, 예배의 형식과 장식물까지도 가장 단순한 것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베네딕트의 규율보다 더 자기 부정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음식과 의복에 대해서도 엄격했고, 염색하지 않는 값싼 모직으로 된 의복을 입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베네딕트 수도사나 클루니 수도사들을 ‘흑수도사’라고 불렀던 반면 이들을 가리켜 ‘백수도사’라고 불렀습니다.

11세기는 클루니 수도원이 지배했다면 12세기는 시토 수도원이 지배했다고 말할 만큼 이 수도원의 영향이 컸습니다. 시토 수도원은 1098년 베네딕트계 수도사 몰로스메에 로버트에 의해 시토(Citeaux)라는 곳에 설립되었는데, 처음에는 새 수도원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들은 작은 교회와 초막을 짓고 고행(苦行)과 수도(修道), 자급자족(의복, 식량)의 생활을 했습니다. 이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클루니 수도원과는 달리 대부분 농부나 빈민 출신 수도사들이었고, 엄격한 금욕을 강조하였습니다.

이 수도원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이 클레르보의 성 버나드(St. Bernard, 1090~1150)였습니다. 그는 이 수도원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인데, ‘유럽의 양심’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가 수도원에 입단했을 때를 1113년으로 보는데, 그의 나이 23세 때였습니다. 그는 평생 동안 수도원의 원장으로 머물면서 모범적인 수도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겸손하고 감화력이 큰 인물로서 뛰어난 설교가였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닥터 멜리플루어스’(Doctor Mellifluous), 곧 ‘유창한 교사’로 불렀습니다. 그는 그 후에 루터와 칼뱅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버나드는 죽기 전에 “내가 영원한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세 가지 근거가 있다. 그것은 그 자녀들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 그 약속의 신실하심, 그리고 이 약속들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의 명성이 높아감에 따라 그의 정치적, 종교적 영향력이 높아졌고, 교황청 배후에서 상당한 실권을 행사했습니다. 특히 그는 제2차 십자군 원정을 가능케 한 설교가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유럽의 무관의 황제’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가서에 대한 86편의 설교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 관하여’라는 저서, 그리고 우리가 즐겨 부르는 찬송 85장 ‘구주를 생각만 해도’와 ‘오 거룩한 머리에’ 등 같은 찬송시를 남겼습니다. 그는 지적, 영적, 그리고 신비적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시토 수도원은 1151년 당시 300여 지 수도원이 있었으나 1200년에는 530개로, 13세기 중엽에는 1800여개의 지 수도원이 설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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