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사회 향한 탈북 청소년의 ‘시선’ 담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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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사회 향한 탈북 청소년의 ‘시선’ 담고 싶었죠”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03.27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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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작가// 탈북청소년의 남한 정착과정 담은 ‘난민소녀 리도희’ 책 발간

“험난한 탈북과정을 거쳐 우리 사회에 정착했지만, 여전히 아픔을 가진 채 살아가는 탈북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이 통일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국내 거주 탈북민이 오늘날 3만 명이 넘어섰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최근 탈북민을 소재로 다룬 다양한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지만, 평범한 탈북민들의 ‘삶과 일상’에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 나온다. ‘미리 온 통일’이라고 일컬어지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이방인으로 여겨지는 탈북들의 눈 속에 비친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떠할까.

방송작가이자 소설작가로 활동해온 박경희 작가(57·동숭교회)는 탈북 청소년들을 가르치면서, 이 땅에서 호흡하며 살아가는 탈북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책을 집필해왔다.

▲ 박경희 작가는 최근 탈북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난민소녀 리도희’ 책 발간했다. 그는 자신의 책을 통해 “험난한 탈북과정을 거쳐 우리 사회에 정착했지만, 여전히 아픔을 가진 채 살아가는 탈북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일에 대한 이야기는 멀리 느껴졌던 그였지만,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에서 8년간 탈북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이들의 아픔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됐다.

지난 24일 ‘난민소녀 리도희(뜨인돌출판사)’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박경희 작가는 “처음 탈북 청소년들을 만났을 때, 마음을 열지 않아 대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글은 단순한 표현의 도구를 넘어서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때로는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깊은 고민도 글을 통해서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늘꿈학교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관계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이들이 써내려간 글을 통해 이들의 아픔과 마음을 점차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박경희 작가는 “탈북 청소년들이 써내려간 글 중에 지금도 잊히지 않는 하나는, ‘내가 들에 심었던 우물가의 오야지나무가 지금도 있을까. 골목 어귀에서 뛰놀던 동무가 보고싶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고향 땅을 향한 그리움이 글 속에 짙게 묻어났다”고 회상했다.

남한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도,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현실이었다. 이들의 소망을 보며, 자신도 통일이 되어 이들을 따라 북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작가가 면밀하게 들여다 본 탈북 청소년들의 삶과 아픔에 대한 관심은 한편의 책으로 탄생했다.

그는 지난해 탈북 청소년들의 다양한 사연을 엮어 만든 책 ‘류명성 통일빵집’을 펴냈으며, 올해에는 책 ‘난민소녀 리도희’를 통해 남한 정착과정에서 방황하는 탈북 청소년의 현 주소를 그렸다.

“탈북자에 대해 흔히 아프고, 힘들 것이라는 동정의 시선이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오기까지 힘들지 않았던 아이들은 없겠지만, 그 과정을 거쳐 지금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어요. 저는 단순한 동정을 넘어 오늘날 한국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탈북청소년’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흔히 탈북 이야기라고 하면 그저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박 작가는 탈북과정의 어려움을 그려낼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시선으로 탈북문제를 바라보고, 남한의 현실에서 적응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작가가 올해 펴낸 ‘난민소녀 리도희’는 탈북 청소년이 가까스로 북한에서 탈출해 캐나다로 건너가지만, 난민신청에 실패하고 남한으로 돌아와 살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다른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탈북소녀 리도희가 남한생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오늘날 한국에 있는 탈북 청소년들의 현주소를 그렸다는 점이다.

박 작가는 “고향을 그리워하지만, 갈 수 없는 소녀 리도희의 모습을 통해 우리도 그 아이를 따라 평양에 가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통일은 이념과 정치적 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도달하고 싶은 것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작가는 하늘꿈학교에서 글을 가르치면서 통일에 대한 꿈을 꾸고, 탈북 청소년을 소재로 다양한 글을 쓰게 된 것이 전적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고백했다.

“이전에는 ‘우리의 소원 통일’을 머리로만 불렀지 통일에 대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늘꿈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아픔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의 도구로 하나님이 저를 사용하신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는 책에서 탈북민의 아픔도 특별하지만, 이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아픈 모습을 그려냈다. 서로가 이질적 존재 같지만, 서로의 아픔을 바라볼 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마음에서다.

또한 그는 “이 책은 북한 문제에서 시작됐지만, 남한의 일그러진 교육열과 사교육 문제에 대한 맹점을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리도희도 난민이지만, 엄마의 극악스런 교육열로 대한민국을 떠난 청소년 ‘은우’도 똑같은 난민이라는 시각에서 함께 성장통을 겪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탈북민과 관련된 글을 쓰면서 자신이 ‘탈북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만 굳혀지는 것은 아닌가’ 때론 두려웠다. 그러나 ‘난민소녀 리도희’를 쓰면서 작가로서의 욕심을 내려놓고, 이 시대의 뼈아픈 화두인 탈북민의 이야기를 쓰는 일에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 책의 리도희가 뚜벅뚜벅 걸어 평양을 갔으면 합니다. 리도희가 평양에 가는 순간, 저도 평양 땅에 밟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왜 통일이 돼야 하는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한편 박경희 작가는 극동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이던 ‘김혜자와 차 한 잔을’의 원고를 18년 간 썼으며, CBS ‘양희은의 정보시대’에서 ‘박경희가 만난 사람들’을 진행했다. 2006년에는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의 ‘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방송작가 생활을 하면서도 창작에 뜻을 두어 2004년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사루비아’로 등단, 꾸준히 글을 써내려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소년원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 ‘분홍벽돌집’, 청소년 르포 ‘우리의 소원은 통일’, 동화 ‘엄마는 감자꽃 향기’, 에세이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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