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이고 물질적 한국교회, 이단의 ‘비판대상’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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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이고 물질적 한국교회, 이단의 ‘비판대상’ 전락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7.03.2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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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학술대회, ‘한국교회 개혁대상인가?’
‘빛과 소금’ 역할 감당하는 청정 교회 돼야 이단대처 가능

한국교회에는 다양한 이단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성경을 자신의 교리에 맞게 변질시키고, 기독교인이나 타종교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근래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이단 단체들이 무종교인보다 기독교인을 포교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것은 기독교인들이 보다 쉽게 현혹되고 이단 단체에 빠져들며 교회를 떠난다는 사실이다.

무종교인도 아닌 기독교인들이 왜 교회를 떠나고 이단 단체로 발걸음을 돌리는 것일까? 지난 18일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공동 학술대회에서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학교)는 “이단들은 정통교회의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자신들을 그 대안으로 내세우며, 세력을 확장해 나가기 때문”이라며 ‘이단대처’와 ‘교회개혁’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임을 밝혔다.

한국교회사학회와 복음주의역사신학회, 한국장로교신학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한국교회 개혁의 주체인가, 개혁의 대상인가-교회를 향한 이단들의 도발적 질문들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한 탁지일 교수는 “교회가 거룩함과 구별됨을 소유하고 상식적이며 공신력 있는 이단 대처를 해 나갈 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가 개혁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탁지일 교수는 지난 18일 열린 학술대회에서 "이단 대처와 교회 개혁은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라며 이단들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를 살펴봤다.

한국교회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교회는 이미 사회적 위상과 공신력이 약화된 상태이며, 내부적으로도 정치적인 성향, 세습, 여성 차별 등의 문제들을 끌어안고 있다.

탁지일 교수는 “교회 성도들이 불만스러운 상황을 견디지 못한 채 교회를 떠나 불안전한 이단을 선택하는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단을 선택하는 이유는 교회가 가지고 있는 내적 요인들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교회가 가진 내적 요인을 △불평등한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속에 살아가는 청년들이 주어진 운명을 바꾸고 싶은 욕망 때문이거나 △목회지도자들의 비상식적이고 부정직한 모습이 그리스도인들을 이단으로 내몰고 있을 수도 있으며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와 희생을 요구하는 교회 속에서 상처받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가는 경우 △금전적인 문제 등에 휩싸인 비윤리적이거나 성도들을 다스리고자 하는 목회자들의 모습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진행되는 교회 세습 등으로 짚어봤다.

교회는 이단 규정의 ‘주체’이지만, 정작 자신들의 정체를 감춘 채 사회에서 어려운 이들을 향해 봉사활동을 펼치며,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영어 교육을 제공하는 등 친사회적인 모습을 띄려고 애쓰는 단체는 교회가 아닌 이단이다. 예수님을 믿으라고 전도하는 교회가 사회에서 듣고 있는 평은 호평보단 비평, 악평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탁지일 교수는 “한국 사회가 과연 ‘착한 모습을 띤 이단’과 ‘나쁜 평가를 받는 교회’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할지 고민해 볼 문제”라며 “빛과 소금의 삶을 살고 있는 교회만이 이단들의 도전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 그렇기에 교회는 정결한 모습으로 새로워지고 개혁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가 펼치는 이단 대처의 명분과 영향력은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교회 내 문제점 먼저 깨달아야
최근 이단들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세대교체를 겪는 대부분의 이단들은 실패를 겪었거나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일정한 숫자의 신도 수가 모이면 영원히 죽지 않고 자신들이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단체의 대표자는 스스로를 영생불사의 존재라고 칭하고 다녔지만, 정작 대표자는 후계자를 두고자 한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이단 대표자들은 스캔들 등으로 인해 세대교체가 불가해졌고, 추종자들이 도태되는 등 단체가 몰락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세습 문제를 앓고 있는 교회는 어떠할까? 탁지일 교수는 ‘고난의 승계’와 ‘부와 힘의 대물림’인 두 가지 세습을 설명했다. 고난의 승계는 후임 목회자를 찾기 어려운 도서 산간 지역 내 작은 교회를 담임하는 부모, 혹은 사회사각지대에서 소외된 이들을 도우며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목회자 부모의 뒤를 잇는 사역을 결단하는 자녀들을 뜻한다.

반면 부와 힘의 대물림은 사회적 동의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진행되는 교회의 세습을 의미한다. 심지어 교회의 세습을 기업의 비윤리적 세습에 빗대어 표현하는 이들도 볼 수 있다.

탁 교수는 “목회자 역시 사회적 공인임에도 불구하고 떳떳하지 않은 대물림을 시도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사회적 공신력과 지도력 부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길”이라며 “만약 세대교체 중인 이단들이 세습하는 교회를 비판한다면 한국교회는 어떤 방어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을 던졌다.


그는 또 한국교회가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를 짚어봤다. 여성들은 교회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헌신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을 강요당해 왔다. 이단 단체들은 이들을 향해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며 고리타분한 교회의 대안이 자신들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대부분은 후계자를 여성으로 세웠다.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 지도력이 상승하고 있으며, 여성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단들은 여성들을 후계자로 내세워 긍정적인 평가를 기대하며 상처받은 여성교인들을 현혹한다. 안전한 교회를 떠나 손가락질 받는 이단을 선택하는 일도 쉽지 않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상처받은 여성들은 이단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단 단체 여성 지도자들 배후에는 남성 실세들이 존재하고 있다. 탁지일 교수는 “이단 단체 사이에서도 여성 시대가 열렸지만, 조직 내에는 남성 중심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성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여성을 지키려면 여성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스로 개혁하는 정결한 삶
탁지일 교수는 한국교회와 이단은 각각 므두셀라 증후군과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므두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기억들 중 좋은 추억만 기억하고 나쁜 기억은 지우려는 심리 상태를 의미한다. 또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꿈꾸고 동경하는 허구의 세상을 진실로 믿으며 거짓말과 행동을 합리화시키려는 증상을 뜻한다.

이단에 빠진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스러운 삶의 현실, 혹은 불만족스러운 신앙생활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 등으로 이단에게 미혹된 후, 허구적인 이단 교리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보단 맹목적으로 믿게 된다.

탁 교수는 “이단에 빠진 신도들은 거짓을 진실로 믿고 받아들이는 길만이 자신의 연약한 자아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신도들이 이단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믿고 있는 사실이 거짓일수도 있다는 의문과 의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므두셀라 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를 진단했다. 한국교회는 새로운 영광을 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고, 과거의 영광만 집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한국교회는 과거 믿음의 선진들의 이야기를 강조하거나 근현대사 속에서 한국교회가 민족을 위해 헌신했던 일 등을 되풀이하면서도, 지난날 교회가 신앙의 이름으로 행한 오류들은 관대하게 입을 닫는다.

한국교회에게 필요한 것은 어제와 오늘의 과오를 직시하고 직면하는 신앙적인 용기다. 이 용기를 가지고 잘못을 겸허히 노출하며,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지혜와 교훈을 얻어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를 바라며 새로운 교회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이 탁지일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교회가 아닌 그 누구도 교회를 대신해 지난 아픔을 보듬고 사랑해줄 수 없음을 지적하며 교회가 나쁜 기억을 지우고 잊기보단 좋은 기억들을 창조해 나갈 때 교회를 향한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긍정적인 기대로 변화할 것임을 제시했다.


한국교회의 이단대처는 오랜 과제이다. 이방인 선교를 첫 위기로 맞이한 예루살렘과 안디옥 교회의 지도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극복했다. 초대교회들 역시 이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지역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신학적 변증과 대처의 길을 찾았다.

결국 한국교회가 이단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연합함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최근 교회가 펼치고 있는 연합활동을 보면 오히려 이단을 대처하기 보단 혼란을 야기 시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탁지일 교수는 “연합기관들이 이단을 대처할 때 이단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단을 명분으로 내세워 모임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내부에서 분열과 갈등을 조성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며 “이는 곧 신학적으로 불건전한 개인 및 단체들이 신분을 세탁하고 면죄부를 받는 장소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염려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교회가 이단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교단 정치가 청정지역이 되어야 하고, 교회와 복음을 정결하게 수호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미스바에 모여 하나님과 이웃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믿음의 언약을 갱신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개혁하는 정결한 삶을 모색해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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