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유산의 그릇된 계승 바로잡는 과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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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유산의 그릇된 계승 바로잡는 과제 남았다”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7.03.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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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화와 물질주의 등으로 얼룩진 교계, 진정한 변화 필요
복음과 윤리,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은 존재임을 기억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1년 전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사람이 이길 것이라는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은 알파고의 승리는 인공지능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동시에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영역을 귀중하게 여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교계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시대 속에서 오직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신앙은 점차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동시에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는 대량의 정보 속에서 기독교인은 참 진리가 무엇인지 분별하고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국민일보와 국민문화재단은 ‘Refo500 기념 국제 포럼’을 개최하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교회의 상황을 살펴봤다.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사옥에서 열린 포럼은 ‘인공지능 시대의 영성-종교개혁 500주년과 현재’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상화 목사(서울 드림의교회)는 한국교회가 개혁해야 할 과제들을 진단했다. 

▲ 국민일보는 국민문화재단과 함께 ‘인공지능 시대의 영성-종교개혁 500주년과 현재’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해 한국교회의 현시대를 진단하고 개혁해야 할 점을 모색했다.

복음만 소유해야 하는 공동체
이상화 목사는 한국교회가 개혁해야 할 요소들을 지적하기 전, 한국교회가 어떤 자세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야 하는지 제시했다. 이 목사는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역사적인 해를 맞이했을 때 대대적인 연합행사가 치러졌지만, 정작 새롭게 달려가야 할 방향성이나, 사람, 매뉴얼 등은 남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상황에서, 단순히 행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교회와 성도들이 종교개혁의 정신에 입각한 공동체와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설 수 있을 것인가를 치열하게 전략적으로 논의하고, 도출된 결과를 구체적으로 적용하며 실천할 것인가를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화 목사는 국민일보에서 진행한 ‘교회와 사회개혁을 위한 개신교인 및 목회자 여론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교회가 꼭 개혁해야 할 시급한 과제 10가지를 살펴봤다. 

이 목사가 제시한 한국교회의 과제는 △교회의 세속화와 물질주의의 개혁 △공교회로의 개혁 △목회자의 자질 개혁 △교회 내의 소통부재 개혁 △교회 내 양극화 개혁 △갈라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향한 개혁 △앎이 아닌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으로의 개혁 △사회와 소통하는 열린 교회로의 개혁 △사회적 섬김을 다하는 교회로의 개혁 △평화통일을 견인하는 교회로의 개혁이었다. 

특히 이상화 목사가 발표한 자료에서는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교회의 세속화와 물질주의’임을 꼽았다. 한국교회 목회자 100명과 교인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교회의 세속화 및 물질주의 항목이 교인 기준 41.9%, 목회자 기준 33.0%로 1위를 차지했다. 

이 목사는 “교회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가 주인인 순수한 복음만 소유하고, 복음만을 전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공동체”라며 “그러나 현재 한국교회는 세속화와 물질주의를 우선시 하는 집단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런 결과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500년 전, 종교개혁자들이 자신의 생명까지 내려놓고 진리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애썼던 모습을 돌아봐야 함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5대 솔라’의 잘못된 해석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어떻게 개혁을 해야 할까. 백석대학교 최갑종 총장은 한국교회의 개혁을 살펴보기 전, 종교개혁의 유산이 교계 내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그는 “종교개혁의 유산은 5대 솔라로 알려진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그리스도(Sola Christus)’,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a Deo Gloria)’이다. 이 다섯 가지는 교파를 초월하며 한국교회 신자들의 신앙과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며 “그러나 5대 솔라가 한국교회 신앙 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했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최갑종 총장은 우선 ‘오직 성경’의 부정적인 영향을 분석했다. ‘오직 성경’은 로마서나 갈라디아서 등 특정한 성경이 다른 성경들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성경 중의 성경으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오직 성경’의 구호를 외치면서도 성경 전체를 제대로 알고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매우 등한시됐고, 적지 않은 신자들에게 성경은 주일날 교회에 가져오는 장식물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 최 총장의 의견이다.

두 번째는 ‘오직 그리스도’이다. 최갑종 총장은 “한국교회 내에서 구원자인 그리스도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우가 있다”며 “정작 그리스도가 우리의 왕이자 스승인 부분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예수님의 말씀에 매일 매일 순종하며 그 분을 닮아가려는 사람이 적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에서 ‘오직 믿음’은 이분법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믿음은 좋은 것이지만, 순종과 행위는 자기 공로를 쌓는 일이라는 점이다. 최 총장은 이를 두고 믿음이 순종과 동반되지 않은 죽은 믿음이 행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과 그리스도의 왕권에 복종하고 순종하는 것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하나”라고 설명했다.

‘오직 은혜’는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값없이 주어지는 은혜만이 유일한 구원의 근거이자,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부른다. 또한 이 은혜를 받은 자는 더 이상 죄의 지배가 아닌 의와 사랑과 순종의 지배 아래 머물러야 하며, 타인에게 자신이 받은 은혜를 나눠야 한다.

최갑종 총장은 “성경 말씀대로 행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주어진 은혜가 취소될 수 있다”며 “그러나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희생이 지불된 고귀한 은혜가 책임과 분리되면서 싸구려 은혜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은 하나님께 영광을 많이 외치지만, 자기희생과 거룩에는 인색한 한국교회를 논했다. 최 총장은 “소금과 빛이 자기희생을 통해 자기 기능을 나타낼 수 있는 것처럼 신자는 자기희생적인 거룩한 삶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하는데, 한국교회는 겉으로만 하나님께 영광을 앞세우고 속으로는 자기 영광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참된 복음 깨달아야
최갑종 총장은 ‘교회의 거룩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최근 교회의 개혁과 관련해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수많은 교파로 나뉘어졌으며 세습, 교권싸움, 이단 득세 등으로 신임도가 점차 추락하고 있다. 

최 총장은 “지금 개신교의 신임도는 불교, 가톨릭교회보다도 낮으며, 이 문제의 원인은 비윤리성”이라며 “교회의 비윤리성이 심화된 원인은 ‘5대 솔라’의 잘못된 이해와 적용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국교회가 이러한 비윤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경이 가르치는 복음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며 “비윤리성의 문제는 결국 교회를 구성하는 사람의 문제로 귀착하고,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복음의 능력”임을 강조했다. 

최갑종 총장은 복음의 최고점은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사건임을 밝혔다. 십자가와 부활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의 약속이 온전하게 성취됐고,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게 됐다. 또 이 십자가와 부활사건으로 나타난 예수님의 주되심과 그를 믿는 자에게 구원과 의가 주어진다는 것이 바로 복음의 선포인 것이다.

최 총장은 “하나님은 성령을 통해 복음의 선포를 받아들이고 예수님의 주되심을 받아들이는 자 안에서 구원과 의의 사건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가신다”며 “이 구원과 의의 사건은 십자가 부활사건의 재현으로서, 성령께서 신자로 하여금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부활하는 생명의 역사이자, 십자가 사건을 통해 나타난 사랑과 의를 실현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그리스도와 성령이 나눠질 수 없는 것처럼 복음의 선포와 윤리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항상 함께 가며 함께 가지 않으면 그것은 온전한 복음이 아님”을 강조하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는 윤리를 포함한 하나님의 나라와 복음을 제대로 가르쳐서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회복되는 제2의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이상화 목사와 최갑종 총장 외에도 임성빈 총장(장로회신학대학교)과 노세영 총장(서울신학대학교)이 ‘개혁은 교회를 넘어’를 주제로 발제했으며, 이정숙 총장(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과 이후정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이말테 교수(루터대학교), 김주한 교수(한신대학교)가 각각 발제에 대해 논찬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포럼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보쿰대 콘라드 라이저 명예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과 현재’라는 주제로 발제했으며,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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