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통해 민족 책임지는 신앙인 배출-우즈베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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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통해 민족 책임지는 신앙인 배출-우즈베키스탄
  • 승인 200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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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얍! 태권도도장에는 50여명의 학생들이 태권도 품세 익히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얼굴이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르면서 힘없이 지르던 기압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동작들도 빨라진다. 실내온도는 이미 40도를 넘었지만 이들의 발차기와 앞지르기를 막지 못한다.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날카로운 눈초리가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보통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열정이다.

학생들 가운데 까만 눈동자의 한 명의 동양인이 학생들의 자세를 교정해 주고 있다. 그 동양인의 다정한 손짓과 발짓에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10년째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태권도 관장 김열방목사(예장합·정, 가명). 그가 1995년 우즈베키스탄 태권도 국가대표 코치로 초청받아 전문인선교사의 길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태권도를 가르칠 줄 몰랐다. 그러나 지금까지 배출한 제자만도 2천명이 넘는다.

제자들을 이끌고 여러 번 ‘세계태권도대회’도 출전했다.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김관장은 제자들에게 세계를 향한 비전과 희망을 심어 주었다. 그동안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김관장은 제자들이 태권도를 통해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민족을 책임지는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그래서인지 김관장의 태권도 도장은 우즈베키스탄의 다른 도장의 학생들과 차이가 많다. 태권도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생활을 임하는 태도와 눈빛도 다르다. 비록 김관장이 한번도 공식적으로 말씀을 가르치지 않았지만 제자들은 하나 둘 김관장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기독교에 대해 호감을 가졌다.

모두들 말씀으로 무장한 신앙인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훈련받은 학생들 중 어떤 제자는 경찰관이 됐고, 또는 정부의 고위직에 종사하는 관료가 됐다.

1997년 갑작스럽게 질병을 얻어 국가 태권도 코치를 그만둔 김관장은 ‘무료로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겠다’고 정부와 계약을 맺고 4군데의 학교체육관에서 3백50명의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김관장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현지인 사범들이 4군데 도장에서 이들을 가르쳤다. 다만 김관장은 이들 중 40~50명만 뽑아 엄격한 규율과 철저한 훈련을 통해 최고의 선수로, 민족의 책임지는 기독교지도자들로 키웠다.

김관장의 무술실력은 태권도 8단, 특공무술 7단 등 모두 합쳐 28단이다. 무협영화에 나올 만큼 뛰어난 무술실력을 갖췄지만 김관장은 현지인들을 섬기는데 일등이다. 이것을 깨닫기 전에 김관장도 많은 실수를 범했다. 스스로 교만하여 현지인들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았다.

7년째 되던 어느 날 ‘선교사가 사역지의 주인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김관장은 현지 리더들을 모아 놓고 “사실 당신들을 무시하면서 우월의식을 가졌고 동등한 입장에서 행동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후 제자들은 김관장이 이런 일을 하게 된 동기를 알려고 노력했고 자기들도 어떤 종으로 쓰임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제자들은 진정한 신앙인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훈련받은 제자들이 하나 둘 태권도 사범으로 또는 선교사로 파송받고 있다. 김관장이 그동안 현지인 지도자 양성을 강조한 덕분이다. 현지인이 자신의 나라를 책임지고 민족을 복음화시키는 데 헌신해야 한다는 것이 김관장의 지론이다.

다만 외국인 선교사들은 현지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협력하는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우즈베키스탄 주니어 챔피언까지 차지한 제자를 러시아 선교사로 파송한 김선교사는 그를 파송하면서 “양 한 마리를 이리떼에 보내는 심정”이었지만 앞으로 제자들을 훈련시켜 파송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록 경제적으로 어렵게 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매달 선교헌금을 보내기로 작정했다. 이는 보내는 교회만이 하나님이 사용하신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관장은 오는 12월에 선교센터를 완성할 예정이다. 이 선교센터에서 장애유치원사역, 한국어교육, 컴퓨터교육, 보건소사역 등 다양한 선교사역을 펼칠 계획이다. 목회자로 불리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태권도 관장이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고 말하는 김선교사. 그는 ‘크리스천의 삶이 이것이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헌신된 사역자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송영락기자(ys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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