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희망 찾아가는 교회를 소개해 주세요”

한국교회 소통의 현장을 찾아서 ① 이인창 기자l승인2017.02.28l수정2017.02.28 00:08l13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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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사이 ‘강’

“이 300m를 건너야 한다.” 지난 25일 모 일간지가 광화문 네거리 ‘촛불집회’와 서울시청 앞 ‘태극기집회’ 사이를 경찰이 차벽으로 막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잡은 1면 헤드라인이다.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을 이틀 앞두고 도심 한복판에서는 탄핵 찬반 양측이 총동원령을 내린 것처럼 대규모 인파가 모였다. 

탄핵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국정농단 사태와 책임자 처벌이라는 본질은 희석되고 어느새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변질돼 있는 모습이다. 

도심에 흐르는 ‘이념의 강’ 끝단에서 한국교회의 모습도 발견된다. 촛불집회에 가면 불의한 권력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를 간구하는 신앙인들이 있다. 태극기 집회에서는 열성적으로 기도하며 공산주의로부터 이 땅을 지켜달라고 기도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다. 같은 하나님을 믿으면서 어쩌면 이토록 다를 수 있을까. 

이번 촛불집회에 참석한 70대 고령의 한 목회자는 “학생 때 4.19 의거가 일어났고 그 때 거리로 나와 개혁을 외쳤다. 50년이 지나 다시 광화문 광장에 서서 정의를 외쳐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광화문에서 5시간 동안 나라를 위해 기도했다”고 전했다. 

이 목회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리스도인은 용서와 화해를 기억해야 하며, 원수까지 사랑하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하나님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는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돋우었다. 

반면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한 감리교 김 모 권사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대통령의 잘못을 추궁해도 늦지 않다. 마치 마녀사냥을 하는 것처럼 재판이 이뤄진다면 국가안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태극기 집회에는 한국전쟁을 직접 겪은 고령자들이 많다. 김 권사 역시 전쟁의 참상을 기억한다면서 “선배들이 전쟁에서 피 흘려 지킨 나라인데 이리도 혼란하게 만들어버리면 어떡하냐”고 서운해 했다. 

중요한 문제는 이 극단이 너무나 첨예한 나머지 대화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더 강하다.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흔하다. 존중도, 소통도 없는 풍경이다. 기독교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 간 300m 간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 한국사회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타인의 의견에 귀를 막고 있다. 소통의 노력이 시급하다.

세상과 다르지 않는 교회의 ‘불통’
교회는 세상과 달라야 하지만 지금의 한국교회는 그렇지 못하다고 수많은 목회자들은 강단에서 설교한다. 오히려 일반 사회보다 소통이 더 부재한 것 아닌가 생각도 된다. 구역, 선교회 등 다양한 조직이 있어도 소통이 부족한 이유는 왜일까. 

흔히 세상에서는 술한잔 하면서 풀릴 일도 교회에서는 앙금을 풀 방법이 없다고들 한다. 특히 교회 분쟁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노회와 교단 재판을 거쳐 사회법 소송전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상처는 교인들이 입게 되고 결국 교회를 떠나고 만다. 

세대 간 대립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교회 안 젊은 세대와 노령 세대가 대화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세대차이가 나는 연령이 더 촘촘해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여성 A 집사는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한 교회에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예수님을 믿고 신앙을 키워간 교회지만 지나치게 권위적인 분위기 속에서 청년의 때 고민을 나눌 공간이 부족해 현재는 이 교회 저 교회 돌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20대 후반 새내기 전업주부 B 권찰은 큰 교회를 다니다가 2년 전 현재 출석교회로 옮기고 만족하고 있다. B 권찰은 “교회 내 공동체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어서 목회자와 교인, 교인과 교인들이 신앙과 생활에 대해 생각을 나눌 기회가 많다.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분위기가 교회에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국민대 이의용 교수는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 합리적인 사고가 부족한 것이 문제이다. 역사적인 배경도 작용한다. 기성세대의 경우 지나치게 편향된 시각도 있다. 합리적인 소통체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3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적을 만들지 말고 사람들이 교회를 향해 무엇이라고 하는지 들어봐야 한다”고 적극적 소통자세를 요청했다. 

언론인들 “한국교회 소통의 장 마련해야”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지난해 일반 언론사 기자 182명, 교계기자 43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에 대한 언론인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기자들은 한국교회의 긍정적 측면과 관련한 내용에서 ‘남을 잘 돕는다’(42.7%), ‘약자 편에 선다’(12.9%), ‘도덕적이다’(11.1%), ‘신뢰할 만하다’(10.7%)라고 응답했다. ‘남을 잘 돕는다’는 언론인들이 교회의 구제봉사 활동에 어느 정도 인식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부정적 측면과 관련된 내용은 긍정적 수치와 확연이 다르다. ‘폐쇄적이다’(68.9%), ‘이기적이다’(68.9%), ‘권위적이다’(74.2%), ‘물질중심적이다’(73.3%). 한국교회를 향한 언론인들의 부정적 인식이 압도적이다. 이러한 결과는 소통에 대한 아쉬움을 가리키는 듯 하다.  

교회 내 젊은 층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에 대한 질문에서도 37.3%는 ‘권위주의 타파’, 19.6%가 ‘젊은 층과 소통의 장 마련’이라고 응답했다. 일반기자와 교계기자 응답을 비교한 분석에서는 기독교계 내부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있는 교계기자들의 30.2%가 일반기자 17%보다 월등하게 소통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소통하는 교회 현장 발굴하기
앞서 언급한 내용들만 보면 한국교회의 소통 현실은 암울할 정도다. 그러나 130년 선교역사에도 지금의 한국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더불어 쌓아온 강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약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공감했던 교회에 사람들은 찾아왔고 와서는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리고 여전히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교회들은 곳곳에서 열심히 사역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중 종교인구 통계에서 개신교 인구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을 자제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목회하고 있는 송암교회 박남수 목사는 지역사회 안에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상계감리교회는 매주 금요일 밤이면 거리 청소년들을 위해 무료로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집밖에서 배곯지 않도록 밤마다 언손 녹여가며 청소년들의 손을 붙잡아주고 있다. 

NGO ‘희년함께’는 청년부채 문제에 뛰어들었다. 나라도 못한 일에 달려들었지만 이제는 교단과 지자체에서 함께 일하겠다는 제안도 들어오고 있다. 

인천시 검단동 불로교회는 약 7개월 전 한민수 목사가 부임하면서 5배 부흥했다. 교회 내 갈등이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많은 교인들이 떠나갔지만 내부에서 대화 문화를 만들고 대안교육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가능성을 일궈가고 있다. 충남 홍성의 신동리교회 오필승 목사는 귀촌상담소를 개소하고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직접 돕고 있다. 

언론학에서는 ‘침묵의 나선’ 이론이 있다. 지배적인 여론이 만들어질 경우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침묵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를 향한 부정적이고 폐쇄적 이야기가 많아진다고 해서 열심히 소통하는 교회가 위축될 필요는 없다. 교훈으로 삼고 긍정의 사역을 이어가면 될 일이다. 

지금은 희망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 희망을 본지는 올 상반기 연중기획으로 찾고자 한다. 소통하는 한국교회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한국교회와 교인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소통하는 교회 현장에 대한 제보를 독자들께 요청 드린다. 

이인창 기자  tackle21@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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