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어, 내 일이 아니야! (I don’t care, it’s not my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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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어, 내 일이 아니야! (I don’t care, it’s not my job!)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02.22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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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⑨

괌에서 집회를 하던 중 한 장로님 댁을 방문하게 됐다. 안내를 받아 거실로 들어가면서 우연히 책상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너무 글이 좋아 복사하겠다고 했더니 고맙게도 그 원본을 그대로 주셨다.

십 수 년이 지나고 서재를 정리하다가 발견해 먼지를 털어내고 새삼스레 읽어 본 그 글은 “That’s not my job.”이란 제목으로, Somebody, Anybody, Everybody, Nobody 라는 네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땅히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다.(There was one important job to be done.) 모든 사람이 누군가 그 일을 하리라고 확신했다.(Everybody was sure that Somebody would do it.) 그러나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았다.(Nobody did it.)

어떤 사람은  그 일이 모든 사람의 일이기에 누군가 그 일을 하리라고 생각했고,(because it was Everybody’s job. Everybody thought Anybody could do it.) 그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화를 냈다.(Somebody got angry about it.) 그리고 어느 누구도 모든 사람이 그 일을 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Nobody realized that Everybody wouldn’t do it.) 결국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Everybody blamed Somebody.)”는 이야기다.  

미국식 유머라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다. 그러나 문법적으로 anybody는 부정문에 쓰이고, somebody는 긍정문에 나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상당히 재미있다. 무슨 일이 터지면 누군가는 그 책임을 져야함은 모든 사람이 다 안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책임소재는 누구나 알고 있으나,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마지막은 서로 그 책임을 전가하며 비난하다가 끝이 난다는 말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굴지의 중공업 회사에 취직한 교회 한 청년이 있다. 직장에 미처 적응을 하기도 전에 심각한 갈등에 빠졌다. 세계 최강의 조선 강국이 거제도를 중심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총체적 부실의 한 가운데에 정부의 무능, 정치적 공약(false promises), 공무원의 부패, 기업주의 착복(embezzlement), 은행의 부실대출 등이 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내 잘못이다.(It’s my fault.)’ 라고 책임을 떠안으려고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그래서 지금 서로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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