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서북쪽 갈리시아(Galicia) 지역에는 유명한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가 있다. 사도 야고보의 유해가 안치됐다고 전해지는 이곳은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가톨릭 3대 성지 중 하나로 꼽힌다.
스페인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면 한국에는 양화진 순례길이 있다. 충북대학교에 재직 중인 ‘담양’교수는 여수 애양원에서 서울 양화진까지 27일 동안 680km를 걷고 그 여정을 저서에 담았다.
저자는 손양원 목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남아있는 여수 애양원에서부터 순례길에 나선다. 광주, 전주 등지를 거치며 선교사들의 흔적을 짚어나가는 그의 여정을 함께 하다보면 이 땅을 향한 선교사들의 헌신에 절로 숙연해진다.
책은 덤덤한 동시에 절절하다. 사실적 묘사로 써내려간 순례의 여정과 선교사들의 이야기는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저자는 한 장소에서 머물 때마다 그에 얽힌 선교사들의 사역과 삶을 함께 소개한다.
순레길에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각지에서 온 선교사들이 이 땅의 백성들을 위해 목숨을 바쳐 헌신한 흔적이 남아있다. 죽어서도 이 땅에 묻히고 싶어 했던 그들은 한국 땅에서 ‘한국인처럼’ 살기보다 오히려 ‘한국인으로’ 살기를 바랐다.
680km를 걷는 순례의 길은 험난하다. 무릎에 염증이 생겨 붉게 부어오르지만 냉찜질로 버텨가며 걸음을 이어갔다. 저자는 “그 길은 삶을 되돌아보는 깨우침의 시간이었고, 주님과의 동행을 경험하는 순간이었으며, 부족함과 불편함을 감내하며 얻은 감사와 기쁨의 순례길이었다”고 고백했다.
순례길의 종착역 양화진. 이곳에는 15개국 417명의 외국인들이 안장돼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복음의 빚을 졌다. 저자는 이곳에 안장된 선교사들의 이름과 삶을 하나하나, 뜨거운 가슴으로 읊어 내려간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해준 신실한 믿음의 목회자들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영국의 신학자이자 종교개혁가 존 녹스의 말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도록 한 알의 밀알이 된 선교사들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순례를 마친 후 저자는 “한국 기독교가 다시 부흥할 수 있는 희망의 끈이 양화진 가는길에 있다고 믿는다”며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한 땅을 다시 걷는 순례길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민 목사는 책을 추천하며 “순례길은 빨리 갈 필요가 없다. 여유를 갖고 걷다보면 목적지에 이른다. 묵상하고, 묵상하면서 책을 읽어가다 보면 당신도 680km 순례길 위에 있을 것이다. 흔쾌히 일독을 권한다”고 전했다.
양화진 순례길/담양 저/쿰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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