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칼럼]큰 교회에서 가난한 아버지는 장로님이 될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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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칼럼]큰 교회에서 가난한 아버지는 장로님이 될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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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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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청소년을 믿음으로 키우는 빵과 기도-42

나는 청소년 대상의 작품을 많이 쓰는데다가 기독교인이라 그런지 별의 별 상담을 많이 받습니다. 최근에는 한 고등학생 P의 메일을 받았지요. P는 경기도에 있는 제법 큰 교회에 출석하는데, 부모와 군에 간 형까지 온 가족이 믿음의 생활을 신실하게 하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P는 자연스레 자신의 진로를 목회자 쪽으로 방향을 정해놓고 기도하며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P가 목회자의 길을 생각한 이유 중 또 하나는 아버지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쯤 명퇴를 당하고, 음식점을 했는데, 그마저 경험부족으로 집까지 넘어갈 위기의 손해를 보았고, 결국은 친척 도움으로 작은 건설 회사의 건축 현장에서 감독 겸 인부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 일을 10여 년 넘게 하다보니 이제는 완전히 베테랑이 되었고, 겉모습까지 육체노동자로 완전히 변했답니다. 하지만 이 일도 나이가 드니 점점 힘들어져서 언제 그만 둘 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자가용은 없고 전 재산은 집 한 채인데 담보로 받은 은행 대출의 원금과 이자 갚느라 저축은커녕 흔한 보험 하나도 없다고 하며, 형은 집안 형편을 생각해서 대학을 1학년만 다니고 자원입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그 힘든 일을 하면서도 새벽기도를 다니고, 월급이 줄어도 교회에서 새신자 양육을 담당하는 바나바 직무를 몇 년 째 성실하게 하는 중이라는데... 이런 모습에서 P는 더욱 신앙의 자리를 스스로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이번에 교회의 장로 선출과정에서 이 지면에 차마 쓰기 힘든 ‘돈’이야기가 나왔답니다. 선배 장로님께서 아버지를 찾아와 얼마 간의 헌금을 해야 한다고 했답니다.

그 액수는 지금 P의 집안 형편으로 봐서는 아버지의 월급 10개월치 정도는 되니 아버지는 그저 웃기만 했답니다. 아버지는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만 세상에 비밀이 있나요. 결국 P의 친구이자 다른 장로님 아들이 P에게 알려주었지요.

결국 P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선생님, 너무 억울해서 내 가슴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아요. 우리 아버지가 장로되려고 새벽기도 다니고, 바나나 일을 한 건 아니지만 돈 없다고 장로 후보에서 밀려난 게 이게 무슨 경우죠? 올해가 종교개혁 5백주년이라는데 내가 한국의 루터라도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 서울의 큰 교회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 어떤 교회는 1억을 내야 장로된다고 친구들이 말하기도 하는데 정말 믿을 수 없어요. 제가 목회자가 되려고 하는데, 나도 목사가 되면 이런 짓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가요?”

P의 편지를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교회에 오면 장로님댁 자녀들은 늘 예쁘고 고급스런 옷을 입고, 피부도 좋고, 음대나 미대에 가는 아이들이 많고, 강팍하거나 야박한 성품이 아니라 넉넉하고 느긋하고...얼마나 부러웠는지요! 그래서 동생들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나는 동생이 4명이거든요.) 우리 남동생 훈이가 장로님 되게 해주세요! 라고 울면서 자주 기도하곤 했지요.

P군의 사연같은 일은 대부분 서울이나 대도시의 대형교회에서나 일어나는 악행이겠지요. 물론 나는 교회 시스템을 거의 모르니 무슨 말을 하기가 너무나 조심스럽지요. 그러나 나는 말씀을 비추어 볼 때 세상이나 교회나 썩은 부위가 있기는 마련입니다. 인간 자체가 죗덩어리니까요.

문명이 발전할수록 죄는 더 강해지고 교묘해지며 아름답고 성스러운 것으로 위장할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과 교회를 위해 날마다 기도해야 합니다. 또한 하나님만 바라봐야 합니다. 엘리 시대의 한나처럼!

빵과 기도
빵>>>
시골 오지에 있는 성도 2, 30명 다니는 교회를 가보라! 한글을 겨우 아는 온통 주름진 낡은 양복의 장로님들이 얼마나 많은가? 서울의 멋진 장로님들에게 그러한 교회에서 장로님 역할을 하라고 하면 몇 분이나 헌신하실까?

기도>>>사무엘상 1장 2장 속의 한나를 주의깊게 보라. 세상과 교회 모습이 어떠하든 하나님과 독대하여 문제를 해결하며 승리한다. 게으른 자는 늘 상황을 탓 한다. P군아, 네 눈을 장로가 아닌 하나님께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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