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서 일하는 게 더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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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서 일하는 게 더 행복해요"
  • 승인 2003.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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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땅에 온지 3년 정도 지났어. 살아도 살아도 낯설던 사할린에 살면서 ‘내 나라에 가서 죽자’라는 생각에 피붙이도 다 마다하고 귀국했는데 막상 와보니 사람이 그리워. 같이 귀국한 동료들이 있지만 그래도 날씨가 추워지면 사할린에 두고온 자식들이 생각나. 그런데 이렇게 교회 사람들이 찾아와주니 고맙구먼….”

지난 2000년, 사할린에서 영구 귀국한 9백여 명의 동포들이 모여 살고 있는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위치한 고향마을. 남서울교회 의료선교부(부장:김석희집사)가 의료선교활동을 실시한 지난달 28일, 주름이 깊게 패인 사할린 동포 할머니는 의료선교부의 방문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 표시했다.

아파트촌이어서 그리고 귀국 당시 상당히 빈번하게 여론에 오르내려 상대적으로 덜 외로울거라 생각했지만 이들 역시 사람들을 그리워했고 교회의 관심에 반가워했다.

이처럼 남서울교회 의료선교부는 변두리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서울에서도 강남, 반포에 위치한 교회이지만 그들의 관심은 늘 변두리로 향한다. 부모·자식들과 헤어져 타국에서 생활해야 하는 외국인들, 기댈 곳도 갈 곳도, 찾아주는 이들도 없는 소외된 이웃들. 의료선교부는 늘 이들에게 관심을 가졌고, 이들을 위로하고 상처를 어루만진 세월이 어느덧 십수 년이 훌쩍 지났다.

의료선교부에는 내과 5명, 소아과 1명, 외과 1명, 방사선과 2명, 가정의학과 1명, 치과 5명, 한방과 3명, 산부인과 1명, 안과 1명, 약사 5명, 물리치료사 1명, 임상병리사 2명, 간호사 3명 등 30여 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의료활동을 나갈 경우에는 10여 명 정도의 인원과 함께 진료와 치료를 위한 각종 장비들이 한 팀을 이룬다.

웬만한 병원 하나가 통째 움직이는 것과 다름없지만 그래도 늘 부족한 것만 눈에 띤다. 장비가 좀 더 좋았다면, 의사들이 조금 더 많았다면…. 진료를 받는 사람들은 하나도 불편한 점이 없는데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더 잘 해 주지 못해 늘 마음이 상한다.

예산은 1년에 5천만원 정도. 전액 교회에서 지원되며, 의료팀·봉사팀·선교팀 등 3개 팀으로 구성된다. 의료팀의 경우 각 과별로 진료를 실시하며, 봉사팀은 진료와 치료를 위한 각종 장비의 설치와 환자 접수 등에 이르는 온갖 잡다한 일을 책임진다. 그러나 김집사는 “의료선교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는 선교팀”이라고 말한다.

선교팀은 진료를 기다리거나 진료가 끝난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한다. 교회에서 실시하는 전도폭발훈련을 받은 사람만 참여할 수 있으며 결신률이 6~70%에 이를 정도로 높다. 김집사는 “선교팀의 활동이 의료선교부 중에서 가장 핵심이며 모든 의료활동은 선교팀의 전도와 결신으로 끝난다”고 덧붙인다.

의료선교부는 매월 첫째 주에 교회 내 노인들을 위한 진료사역을 실시하고, 둘째 주에는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외국인근로자들을 진료한다. 셋째주에는 외부 지역의 진료를 맡는다. 교회 내부보다는 외부로 더 많이 돌지만 이를 불평하는 교인들은 아무도 없다.

외부 진료는 진료 1달 전에 결정되는데, 첫째 주에 모여 진료를 의뢰한 지역을 답사한 결과를 토대로 결정하게 되며, 인근 교회와의 연계를 통해 그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임을 주지시키는 일도 잊지 않는다. 한번 진료로 전도와 결신,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 1석4조의 열매를 거둬들이는 것이다.

의료선교활동이 시작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그들은 아직도 숨어서 일한다.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안다고 해도 “그래도 드러내지 않고 일하는 맛이 더 있다”고 말한다.

공종은기자(jek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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