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목회 지향하다 개혁정신 적용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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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목회 지향하다 개혁정신 적용실패
  • 승인 2003.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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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주의와 청교도신앙
최근 나타나는 한국기독교의 무기력은, 솔직히 말해서 목회현장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기독교가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심지어 정치와 경제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지역에 뿌리내린 교회의 역할이 우선 거론돼야 한다.

예장 합동총회 소속 목회자들로 구성된 교회갱신협의회(대표회장:옥한흠목사)에 교계 이목이 주목되는 것은 바로 일선목회사역을 ‘목회운동’으로 변화를 주는 시도 때문이다.

이 협의회의 목회운동은 세미나와 우수 목회현장 탐방을 중심으로 2박3일간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눈여겨 볼 부분은 사회 문화등 6개연구위원회를 두고 분과활동을 벌인다는 것.

일반 사회의 변화를 늘 눈여겨 보고 이를 목회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인데 개교회주의가 활성화된 한국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같은 논의구조 정착은 사회변화에 대응하고 성도들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에게 ‘삶의 도전’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일 가능성이 크다. 목회체질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성도·주민에게 역시 변화를 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협의회에 속한 목회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신학교에서 배웠고 목회하면서 성도들에게 강조했던 칼빈의 ‘하나님 주권사상’과 ‘하나님 영광사상’이 그동안 목회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목회의 폭을 교회 안으로만 한정한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면, 칼빈사상을 적용한 목회는 그 영역을 지역과 사회 그리고 국가와 정부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한국교회가 대사회적인 영향력 부문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교회의 보수성이나 목회자의 비개혁성 때문이 아니라‘교회의 전통적 개혁주의 사상’을 목회에 적용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지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칼빈이 그토록 강조했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이 임한다”는 개념은 한국기독교 초기 1907년 부흥운동을 시발로 개화운동과 일제식민 대항투쟁 등 교회내외적으로 교회의 힘을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교회침체를 제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원종천교수(아세아연합신대·교회사)는 영성의 내면화 경향이 하나님주권사상을 상당부분 손상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는 “내면적 영성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것이 없으면 올바르지 않은 것이고, 칼빈의 영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는 칼빈과 청교도가 가지고 있던 ‘하나님 총체적 주권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원교수는 “우리는 구원을 통하여 인간의 유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면서 “기복신앙으로 흐르는 현상은 칼빈이나 청교도들이 가르치지 않은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목회현장은 현대로 올수록 구원이 가져다주는 유익에 강조점을 두고 사역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성장과 부흥을 갈망하는 내적요인도 그렇거니와 제한된 지역에 빽빽이 늘어서는 교회 사이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경쟁의 결과다.

청교도는 영국에서 진행된 수십년에 걸친 박해 때문에 개혁적 성향이 쇠퇴돼 영성을 내면화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개혁정신을 추구했던 칼빈사상이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청교도의 내면화된 영성을 만나 오늘날과 같은 결과를 보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청교도가 세운 ‘개인언약사상’에 견주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칼빈의 예정론이 인간의 책임을 약화시켰음을 비판한 청교도들에 의해 인간의 책임·역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사회참여를 독려한 청교도의 언약사상은 개인의 범주를 넘어 사회·교회언약으로 확대되기에 이른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교회침체와 목회비활성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종교개혁정신을 목회에 적용못하는 현장 목회자들의 ‘묶인자세’ 때문인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묶인 자세란 마치 기계들이 톱니바퀴를 맞추는 것처럼 목회시스템에 의해 교회가 운영되도록 목회자들이 운영원리를 적용한 것인데 바로 이것이 목회운동-개혁주의 목회로 나아가는 길을 막는 요소라는 지적이다.

윤영호차장(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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