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서 수도원 제도를 개혁하여 교과서 식으로 만든 이는 베네딕트(Benedict, 480?~543)였습니다. 그는 480년경에 중부 이탈리아에 있는 널시아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일찍이 로마에 유학하였으나 로마 시민의 타락상을 보고 실망하여 로마의 동쪽에 있는 험준한 수비아크 산중의 동굴 속에 들어가 3년간 고행과 명상에 힘썼습니다. 그러나 이런 단독 수양이 집단 수양보다 불편하다고 느끼고 수도원 건설에 뜻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를 따르는 제자들을 모아 12개의 수도원을 세웠습니다. 529년에는 아폴로 사원의 옛터인 몬테 캇시노(Monte Cassino) 언덕에 아름다운 대표적 수도원을 세우고 거기서 죽는 날까지 자기의 소신 것 이상적이고 규칙적인 수도원 운영하였습니다.
그는 땅을 가꾸고 가난한 자를 돕고 병든 자를 고치고 이웃들에게 전도하기를 힘썼습니다. 그 자신이 모범적으로 지킴으로써 수도원의 모든 규칙들이 잘 수행되는 이상적 공동생활의 모형인 수도원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당대에 존경을 얼마나 받았는가는 542년 이탈리아의 동(東) 고트 왕 토틸라의 방문이 잘 설명해 줍니다. 로마의 권세를 휘두른 그가 베니딕트 앞에 이르자 어린아이 같이 땅에 엎드려 성자의 축복을 구할 때 축복과 책망을 함께 받은 일은 너무도 유명한 일입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수도원의 모든 경험들을 연구하여 가장 합리적인 것을 만들려고 했는데 고행은 절대로 육신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훈련을 위한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의 생애 못지않게 그의 수도원 규칙은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가 만든 수도원의 규칙은 서방 수도원 제도의 토대가 되고 있는데 그가 세운 규칙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수도원의 원장은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며 종신직이었다. ②원장과 수도사들은 규칙 앞에서 평등하였다. 원장은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수도사들과 상의해서 결정하도록 했다. ③수도사들은 한 가족이므로 다른 수도원으로 옮겨갈 수 없었다. ④수도사의 제1의 임무는 예배이고 두 번째는 노동과 공부였다. ⑤수도원 생활은 규칙적이나 고행적(苦行的)일 필요는 없었다. ⑥각 수도원은 자립, 독립 운영이므로 다른 수도원의 간섭을 받지 않았다. ⑦수도원의 중심 목적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자라나는데 있었다. 이러한 베니딕트 수도원 운동은 유럽에 점차 확산되기 시작하여 영국과 화란에도 많은 수도원이 생겨지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의 수도원 운동은 애굽, 시리아의 수도원 운동과는 달리 자신들의 구원 문제에만 힘쓰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봉사, 교육활동, 선교사업 등에도 여력을 쏟았기 때문에 수도원의 사회적 비중이 점차 커지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수도원 운동들은 비록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국가와 타협하여 세속화된 유럽의 교회에는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중세에 들어가서는 교회가 활력을 유지하는지 생명력을 잃었는지는 수도원의 활동이 생기가 있는지 부패했는지 알아보면 될 정도였습니다. 교회의 부흥이 일어날 때는 믿음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바치려는 열렬한 신자들이 수도원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여러 가지 생생한 다양성을 가지고 교회사의 장면들을 장식하였습니다.
이들이 사회에 영향을 주었고 교회를 변화시켰으며 이들이 복음을 전했고 거룩한 삶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고대와 중세의 일반 신자들이 성경을 접하기 어렵고 교회에서 바른 설교를 듣기도 힘들어 신앙이 미신화되어 갈 때 그래도 외형적으로나마 믿음을 실천했던 수도원은 그런 대로 교회의 타락을 막아주고 신자들이 세속화되는 것을 방지하며 행동하는 신앙의 전통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또한 신앙생활의 이상이 고행과 연결되는 폐단도 교회에 깊이 심어준 것 역시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런 수도원은 그 시대의 산물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