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한기총 기구통합? 사실상 제3의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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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연-한기총 기구통합? 사실상 제3의 기구”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11.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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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10인 추진위원회 확정, 이튿날 한교연 “합의된 바 없다” 반발
▲ 지난 16일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 예장대신 이종승 총회장, 한교연 조일래 대표회장(왼쪽부터) 16일 손을 잡고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급물살을 타는 것 같았던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조일래 목사)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이영훈 목사) 간 기구 통합 논의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기구 통합이라기보다 사실상 ‘제3의 기구’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추진 기구 역할을 할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가 지난 16일 위원 선정과 향후 계획을 공표했지만, 한교연은 하루 만에 정식 논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하면서 대화가 완전히 중단 위기에 직면했다.

한교연은 “추진위원회가 한교연 의사를 무시하고 권한도 없는 교단장협의회가 일방통행 식으로 추진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위원회 조직부터 정식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만약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대 결심은 통합 추진 ‘중단’이라고도 밝혔다.

 

▲ 한교연과 한기총 통합을 위한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 10인 명단이 지난 16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확정 발표됐다. 맨 오른쪽 김요셉 전 대표회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조직 인선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 한교추, 10인 위원회(?) 확정 발표

지난 16일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회의를 갖고 교단장급 인사 10인으로 구성된 위원회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10인에는 한교연 파송대표 4인, 한기총 파송대표 3인, 양측에 가입돼 있지 않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예장합동 각 1인에 더해 예장대신 이종승 총회장이 포함됐다.

추진위원장은 예장대신 이종승 총회장, 9명의 공동추진위원장은 예장합동 김선규 총회장, 예장통합 채영남 직전 총회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여성삼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 전용재 직전 감독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최성규 전 총회장, 기독교한국침례회 유관재 총회장, 예장 개혂혁신 엄정묵 총회장, 한교연 김요셉, 한영훈 전 대표회장이 맡기로 결정됐다. 또 공동총무와 공동회계, 공동서기도 발표했다.

향후 추진위원회가 정관개정, 가입심사 등 제반을 관장하고, 11월 30일까지 통합을 선언하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시일을 이같이 못 박은 것은 내달 8일 한교연 정기총회가 개최되기 전까지 통합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

예장대신 이종승 총회장은 “이미 좋은 법은 다 만들어져있고, 제도적 보완만 하면 된다. 합의안이 마련되면 오는 24일 열릴 교단장회의에서 추인을 받도록 하겠다. 한국교회가 하나만 되면 나라가 안정되고 부흥시켜줄 줄 믿는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합 추진은 이미 8월 31일 한교연과 한기총, 교단장회의가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되는 형국이었다. 당시 합의된 바에 따르면 7인 위원회가 추진체 역할을 하면서, ‘9월말 조직 완료’ ‘10월 연합 합의안 마련’, ‘11월 말 연합 완성’을 이루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9~10월 장로교단 및 감리교단 총회가 이어지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이달 초부터 움직임이 재개됐다. 당초 7인위원회에서 군소교단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2인을 추가해 9인위원회를 조직하기로 합의하면서 가속도가 붙는 듯 했다.

더구나 위원 파송을 미뤄왔던 한교연이 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 기성 여성삼 총회장, 한교연 김요셉, 한영훈 전 대표회장 등 4명을 파송하면서 추진력을 갖는 모습이었다.

 

▲ 한교연 조일래 대표회장은 "(10인 문제를) 다시 의논할 줄 알았는데 기자회견에서 선임결과가 발표됐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 조직 발표 하루만에 한교연이 거부한 이유?

그런데 추진위 발표 하루 만인 17일 한교연은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했다. 이 자리에는 조일래 대표회장과 4명의 증경회장단 모두가 참석했다.

한교연 조일래 대표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한교연 한기총 통합 제반문제를 9인 위원회가 논의한다고 발표해 놓고, 이미 정해놓은 7인 위원을 포함해 발표한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이다. 아무런 합의 없이 로드맵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왜 한교연의 입장이 대화 참여 하루 만에 바뀐 것일까. 이는 16일 교추위 회의에서 예측이 가능했다. 한교연이 파송한 김요셉, 한영훈 전 대표회장이 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조차 못한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당시 조일래 대표회장만 회의에 참석했으며, 오랜 기다림 끝에 한영훈 전 대표회장은 현장을 떠났고 김요셉 전 대표회장은 끝까지 남았지만 기자회견 도중에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피력했다. 조직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앞서 조 대표회장이 김 전 대표회장을 화장실로까지 이동해 무언가 설득하는 모습도 비춰졌다.

또 위원 중에는 교단의 공식파송을 받지 않은 예장통합 채영남 직전총회장이 포함돼 있었다. 예장통합 정기총회에서는 기구 통합 건을 임원회에 위임했고 임원회는 이성희 총회장에게 재위임한 상태다.

한교연 기자회견에 뉴질랜드 방문 중인 이성희 총회장을 대신해 동석한 최기학 부총회장도 기자의 질문에 “현 이성희 총회장이 교단대표로 파송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교단대표는 교단 파송을 원칙으로 한다”는 추진위 원칙과도 배치돼 채영남 직전총회장의 결의 및 서명이 통합총회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9인 위원회가 10인 위원회로 변경된 것도 논란이다. 한교연 조일래 대표회장은 “갑론을박 하다가 그 자리에서 10인으로 하기로 이야기가 됐으며, 후에 다시 의논할 줄 알았는데 기자회견에서 선임결과가 발표됐다”고 말했다.

10인 위원회는 그동안 추진위 위원장격 역할을 했던 이종승 총회장이 한교연 파송위원에서 빠지면서 논란이 예고됐던 부분이다. 이에 대해 조일래 대표회장은 “이 총회장에게 한교연 파송위원이 되지 마시고 9인이 잘못되면 조율해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일래 대표회장은 자신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처신에 대한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분명 10인 위원회 발표 현장에서 조일래 대표회장이 함께 있었고 기념사진까지 촬영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몰랐다는 변명을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교단장회의 중심의 당시 추진위 논의 구조에서 참석자들은 “이 총회장이 추진위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모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첫 회의에는 감리교 전명구 신임감독회장이 참석했지만, 16일 회의에는 전용재 직전 감독회장이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 10인 추진위원회 발표 하루만에 한교연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위원 명단이 발표됐다고 추진 논의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 11월 30일 통합 선언 어려울 전망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추진위원회가 밝힌 11월 말 통합 선언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현재 한교연은 예장개혁 정서영 총회장이 단독 입후보한 가운데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내주에는 정책발표회까지 예고된 상태다.

중요한 점은 추진위원회가 한기총 내 ‘이단문제’를 추진안에 전혀 담아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회원가입 여부를 추진위가 심사한다는 계획이지만, 한교연은 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만 믿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전에도 한기총은 다락방 문제에 대해서 다시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다락방은 그대로 수용하는 의외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교연 입장에서는 이영훈 목사가 주도하는 한교추 역시 이단문제에 뚜렷한 대안 없이 ‘선통합 후조치’를 내세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교연은 입장문에서도 “수차례 임원회를 통해 이단배제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한 바 있고, 이단문제를 처리하지 않고는 통합 논의가 진행될 수 없음을 선언했으나 추진위는 어떤 명문화도 논의하지 않은 채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구 통합은 명분일 뿐 결국 ‘제3의 연합기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체는 ‘제3의 기구’지만 한국교회의 명분을 얻기 위해 한교연을 약화시키고 고사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한교연 내부에서는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지한 한교연 양병희 전 대표회장은 “지금 돌아가는 것을 보면 제3의 연합기구를 만들려는 내막이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제3의 기구 창립설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한교연과 한기총의 해산 절차가 한교추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단체 모두 사단법인으로 법인청산을 위해서는 총 사원의 3/4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현재 한교연과 같이 정관에 재적 총대의 2/3 이상을 규정으로 두고 있다면 이에 맞는 지지를 받아야만 정식 해산이 가능하다.

법인 해산이 안 될 경우, 가능한 방법은 한교연 산하에서 예장 대신과 통합, 기성, 합신 등 주요 교단이 회원 탈퇴를 해야 하며, 한기총에서는 기하성 여의도와 침례교 등이 탈퇴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연합기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교연 총회는 12월, 한기총 총회는 1월이라는 한 달 이상 차이 속에서 먼저 해산과 탈퇴를 결의하는 쪽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피해의식이 깔려있다. 한교추 ‘로드맵’이 한교연과 한기총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지 않는 이상, 한교연으로서는 상당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여기에 법인을 지키려는 그룹이 한교연이나 한기총 내부에 존재하고 있어 100% 흔쾌한 동의를 얻어 기구 통합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각에서 일정 정도의 교단 규모와 교육부 등록 신학교를 보유한 주요 24개 교단 중심으로 연합기관이 재편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특정세력이 주도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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