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신㉚마음을 녹이는 공감의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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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신㉚마음을 녹이는 공감의 선교
  • 김창범 목사
  • 승인 2016.11.15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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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목사 / 더미션로드 대표

한국에 온지 4년쯤 되는 한 탈북자 할머니(70)가 북한선교 현장을 다녀왔다. 나름 성경공부를 열심히 하고 복음을 전하는 네 가지 영적 원리인 사영리도 익혔다. 무엇보다 기도를 통해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했다. 기도와 물질로 후원하는 팀도 있어 두렵지는 않았다. 현장을 안내하는 선교사를 따라 두근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탈북 형제를 만났다. 자신이 탈북자이지만 낯선 땅에서 동포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 형제는 외화벌이 근로자로 나왔지만 평양보다는 서울로 가길 원했다. 그래서 선교사의 도움을 받고 있으나 아직 마음은 반반이다.

할머니 권사와는 많은 얘기가 필요 없었다. 고향이 같았다. 그것도 바로 옆 동네에서 살던 분이 아닌가? “엄마”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말투도 표정도 영판 어머니 같다.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지난 수년을 남의 땅에서 살아온 설움이 복받쳐 오른다. 선교사는 성경 말씀으로 하나님을 전하지만, 제대로 들어올 리 없다. 이 형제의 마음엔 고향을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선교사가 모르게 탈북 형제는 할머니 손을 꼭 잡으며 “이젠 하나님을 믿겠어요.” 하고 속삭인다. 할머니도 아들 같은 탈북자의 손을 잡고 “고맙다”며 눈물을 훔친다.

그는 복잡한 성경의 얘기는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을 믿고 살아온 할머니 권사의 얘기를 들으니 살아계신 하나님을 알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믿어진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믿는 하나님이라면 나도 믿고 싶다는 것이 믿음의 이유라면 이유라고 했다. 할머니는 그의 두 손을 꼭 잡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드리는 영접기도를 따라하게 했고 순종하는 그의 말에는 은혜가 넘쳤다. 할머니가 오래 준비해온 전도 방법은 달리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할머니는 탈북 형제와의 첫 만남을 통해 전도의 진수를 터득했다. 그것은 마음을 녹이는 공감에 있었다.

선교 현장에서 만나는 북한 형제들은 공통적으로 경계심을 갖는다. 상대의 신원이 확실하지 않으면 신뢰하지 않는다. 북한을 떠나올 때, 몇 번이고 교육받은 사항이다. 가장 경계할 사람은 선교사를 비롯한 기독교인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탈북 현장에서 북한 형제들이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 선교사들이다. 북한 형제들은 되도록 선교사를 피하려 하지만, 선교사 쪽에서는 이들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일련의 접촉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사고도 발생한다. 이 만남을 경착륙이 아니라 연착륙시키려면 남한 선교사보다는 탈북자 선교사가 나서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같은 고향 정서와 감성으로 따뜻한 공감을 나누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교회마다 탈북자 선교사를 파송하는 경우를 본다. 이것은 여러모로 보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현장 선교사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목표달성이다. 많은 성과를 보고하여 인정받고 후원도 많이 받고 싶다. 그래서 북한선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님 안에 늘 겸손하며 조심해야 하지만 자랑과 교만이 앞서는 순간, 탈북자도 선교사도 위험에 빠지고 만다. 그런데 탈북자 선교사인 경우, 이런 위험이 줄어든다. 탈북자를 목표를 위한 선교 대상으로만 여기기에 앞서, 먼저 소중한 내 고향사람, 내 형제로 공감하지 않겠는가?

현장에서는 말 한마디로 목숨이 오가는 일이 많다. 신중하지 못한 선교사의 경솔한 말이 탈북 형제의 마음에 상처가 되고 의심을 일으키고 심지어 절망한 나머지 자살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북한선교 현장은 살얼음판이나 다름없다. 선교사는 항상 위험에 처한 탈북 형제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교회나 후원자의 기대에 너무 치우쳐서는 안 된다. 함부로 사진을 찍고 녹음하는 섣부른 실수를 해선 안 될 것이다. 형제의 생명을 내 생명처럼 여긴다면 공감과 사랑이 없는 사무적인 사역은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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