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영화, 문화적 인식과 해석의 지평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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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영화, 문화적 인식과 해석의 지평 넓혀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6.11.0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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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컬쳐 플러스(Christian Culture Plus, CC+)’ 2016 하반기 세미나

2016년 기독교 영화의 방향을 진단하다

올 해 영화관에는 유난히도 기독교 영화가 풍성했다. 지난해 개봉한 ‘프리덤’이 올해까지 흥행을 이어갔고, ‘레터스 투 갓’ ‘일사각오 주기철’ ‘부활’ ‘신을 믿습니까’ ‘신은 죽지않았다2’ 등이 잇달아 개봉하면서 많은 기독교인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의 베이비박스 사역을 다룬 ‘드롭박스’가 개봉했고, 미국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라클 프롬 헤븐’,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의 트렌드인 재개봉작의 약진에 힘입어 1962년작 고전 ‘벤허’가 재개봉했다. 또 에이앤비픽쳐스의 ‘불의전차’가 한국에서 약 35년 만에 개봉해 기독교 영화의 맥을 이었다. 올 11월에는 김상철 감독의 ‘제자 옥한흠2-제자도’가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CBS시네마국에서 자체 제작한 김동민 감독의 ‘순종’이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 CC+세미나는 지난달 26일 필름포럼에서 진행됐으며, 성석환 교수(장신대, 기독교와문화), 임진택 국장(CBS 시네마국), 조현기 프로그래머(필름포럼)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이에 교계 문화기자 모임인 ‘크리스천 컬쳐 플러스(Christian Culture Plus, CC+)’가 매년 쏟아지는 기독교 영화의 현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CC+세미나는 지난달 26일 필름포럼에서 진행됐으며, 성석환 교수(장신대, 기독교와문화), 임진택 국장(CBS 시네마국), 조현기 프로그래머(필름포럼)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한국 영화시장 겨냥한 미국 기독교영화 강세 

최근 이렇게 기독교 영화의 개봉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영화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제작사와 배급사, 영화관의 움직임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다. CBS시네마 임진택 국장은 “지난해 영화 관객 수는 2억1천729만 명으로 인구 1인당 연간 평균 관람횟수는 4.22회”라며, “영화 관계자들은 이 수치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그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던 세대들, 특히 5~70대 기독교인들을 영화관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석환 교수는 21세기 들어오면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들의 공격적 기독교 영화제작 붐으로 한국교회가 자체의 영화적 역량을 발전시키기 보다는 외국에서 제작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소비하려는 욕구가 컸다고 진단했다.

특히 헐리우드가 성경의 인물이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다루며 거대 자본을 투자해 영화적 효과를 극대화시킨 작품이 많다보니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수용하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것. 성 교수는 “최근 개봉한 ‘엑소더스’ ‘노아’ ‘선 오브 갓’ ‘부활’ 등의 영화는 실제로 한국의 기독교 영화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에 힘입어 흥행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올해 기독교 영화는 개봉작 절반 이상이 수입영화였으며, 롯데엔터테인먼트와 UPI 등 일반 배급사들이 기독교 영화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또 부활절을 맞아 UPI가 직접 배급한 ‘부활’이 미국 개봉에 이어 한국에서도 20만에 가까운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 1962년작 고전 ‘벤허’가 재개봉했으며, 지난 9월에는 이름값만큼 기대에 못 미쳤으나 롯데엔터테인먼크가 배급한 할리우드 최신 리메이크작 잭 허스턴의 ‘벤허’가 130만 관객을 동원했다.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올해의 두드러진 경향은 한국 기독교 영화보다는 미국 영화가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라며, “미국에서 어느 정도 흥행 성적을 낸 기독교 영화가 미국 다음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한국 영화시장의 수입업자들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독교인의 기독영화 수용성, ‘양날의 검’과도 같아

미국 기독교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기독교영화도 꾸준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시네마국을 신설한 CBS(사장:한용길)는 ‘프리덤’을 시작으로 ‘레터 투갓’ ‘미라클 프롬 헤븐’ ‘불의 전차’를 선보였으며 오는 11월에는 자체 제작한 ‘순종’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CBS시네마 임진택 국장은 “CBS 시네마는 해외에서 제작된 좋은 기독교영화와 가족 영화를 수입하고,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1년에 6편 정도 꾸준히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 성도들이 영화관에서 언제든 기독교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영화관을 잘 찾지 않던 4~60대 성도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작품의 완성도보다 ‘기독교인을 위한 영화’에만 집중하다보면 자칫 복음 전파와 선교라는 본연의 성격을 잃고 자칫 별반 ‘볼 것 없는’ 기독교 영화로 전락할 수도 있다.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기독교 영화가 타 장르와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은 관객의 수용성 정도”라며, “기독교 가치를 표면에 드러내고 직접적으로 다룬 이러한 기독교 영화의 관객층은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에 우호적인 관객들”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새로운 기독교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게 나타나고 평점이 그리 높지 않더라도 그 영화를 지지하는 층은 흥행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

그러나 그는 “이 요인은 기독교 영화 제작자들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기독교인들이 관심 있는 소재에만 집중하게 되면 그 표본 집단에서는 어느 정도 흥행으로 호소할 수 있지만, 전 지구적 관객층에서만 보면 그들만의 리그로 고착화될 위험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더욱 ‘수준 높은’ 기독교 영화 기대해

국내 기독교영화가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발전했지만, 여전히 한국의 사회문화적 변화와는 적극적으로 대화하거나 연관을 맺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특히 교인들이 영화를 보는 시선은 미학적인 동시에 신학적인 측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성석환 교수는 “한국교회의 관람자들이 영화를 미학적으로 체험할 수 없을 만큼 영화에 대해 과도한 신앙적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아 영화가 던지는 당대의 질문에 응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독교 영화의 범주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더 필요하겠지만, 일단 기독교적 소재를 다루거나 기독교적 해석이 가능한 영화를 모두 포함한다면, 앞으로 한국교회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기독교적 문화인식과 해석능력의 지평을 확장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의 진리와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서라도 영화가 제기하는 사회문화적 문제의식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더욱 수준 있는 기독교 영화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

또한 그는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소위 영화적 상상력을 수용하고 영화적 표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기독교 영화들은 한국교회 교인들만을 위한 독백적 작품이 앞으로도 지배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21세기 다원적 상황에서 기독교의 진리를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영화의 상상력에 개방되고 한국의 사회문화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가 요청된다.

성 교수는 “한국교회는 선교적 관점에서라도 후기 세속사회에서 요구되는 종교의 공적 역할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기독교 영화의 지평을 확장해 공론의 장을 정당하게 형성할 수만 있다면 아마 그것은 가장 적절한 선교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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