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의 감독
상태바
히포의 감독
  • 황의봉 목사(평안교회)
  • 승인 2016.10.06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9. 어거스틴(4)

고향 타가스테로 돌아온 어거스틴은 상속받은 재산의 대부분을 팔아 그중 일부를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주고, 나머지 돈으로 카시키아쿰(Cassicaicum) 공동체를 만들어 정착하여 몇몇 친구들과 함께 신비적 명상과 철학 탐구에 전념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명성이 널리 퍼져나감에 따라 그는 이러한 명상과 철학의 생활에만 파묻혀 있을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391년, 그는 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히포를 방문했습니다. 그는 히포에 있는 교회에 출석했는데, 회중 속에 있는 그를 알아본 감독 발레리우스는 ‘하나님께서 항상 적당한 시기에 양떼들을 위해 목자를 보내신다’는 주제로 설교를 하고, 신자들에게 ‘혹시 회중들 중에 장래의 목자가 섞여 있을지 모르니 기도를 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교인들은 감독이 예상한 대로 행동하여, 어거스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를 발레리우스를 돕는 감독보에 임명했습니다. 당시의 감독은 교회를 옮길 수 없게 되어 있었으므로 어거스틴은 이제 히포에서 여생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후 얼마 안 되어 발레리우스가 사망함으로써 어거스틴은 히포의 감독이 되었으니 그 때가 주후 395년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은 이제는 명상 대신 목회적 책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자기의 책임을 염두에 두고 대부분의 저서들을 저술했는데, 어거스틴의 초기 저서들 가운데 많은 책들은 자신이 한 때 심취했던 마니교를 반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도나투스파들이 일으킨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해야만 했습니다. 도나투스파들의 주장들 중 하나는 ‘우리의 눈으로 볼 때에 존경받지 못할 감독들이 집례한 성직 임명이 유효한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거스틴은 ‘교회의 어떤 예식도 이를 집전하는 인간의 도덕적 합법성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러나 어거스틴이 그의 가장 중요한 신학 작품들을 남긴 것은 펠라기우스주의자들을 대적한 논쟁에서였습니다.

펠라기우스는 기독교인의 생활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죄를 극복하고 구원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어거스틴에 의하면 죄의 세력이 너무나 커서 우리의 의지를 주관하고 있고, 의지의 무력함으로 인해 죄인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어거스틴의 말에 의하면 “타락 이전에는 우리들이 죄와 죄를 짓지 않는 것, 둘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락과 구속 사이의 시기에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한 자유는 죄를 지을 수 있는 자유이다.”라고 했습니다.

어거스틴의 저술들 가운데 특히 두 가지가 중요한데 첫째는 ‘고백록’ 입니다. 이는 영적 자서전으로서 어떻게 하나님께서 길고도 고통스러운 순례의 길을 통하여 자신을 신앙으로 이끄셨는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가치가 있는 그의 작품은 ‘신국론’입니다. 그는 이 속에서 각각 사랑이라는 기초 위에 세워진 두 개의 도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이 두 개의 도시는 항상 서로 섞여서 나타난다. 양자 사이에는 목숨을 건 전쟁이 벌여지고 있다. 결국 종말에 가서는 오직 하나님의 도시만이 남게 될 것이다.”

어거스틴은 서방 로마제국의 교회가 낳은 위대한 지도자들 가운데 마지막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저술들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중세 시대 전체를 통해 그 어느 신학자도 어거스틴만큼 자주 인용되지는 못했으며, 그는 이를 통해 로마가톨릭교회의 위대한 신학자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한 16세기가 낳은 프로테스탄트 개혁자들이 가장 존경하고 애호하였던 신학자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어거스틴은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을 막론하고 전체 서방 교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자가 되었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성자로 일컬어지는 성 어거스틴은 430년 8월 28일 조용히 자신의 생애를 마감하였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