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Lost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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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Lost Generation)
  • 여상기 목사
  • 승인 2016.10.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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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예수로교회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19897)이 국내에서 번역되어 출간될 당시 제명이 바로 ‘상실의 시대’(민음사)였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현대인의 고독과 청춘의 방황을 선명하게 포착한 현대 일본 문학의 대표작이다. 이는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데뷔작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1926)’의 서문에 등장하는 문구이다(“You are all a lost generation”).

지금 우리는 너무도 많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사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간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스스로 인생의 실존의 문제와 직면하고, 생존의 가치를 성찰하는 행복한 일상(日常)의 여유와 누림을 잃어버리고 산다. 가진 것 때문에 주신 자를 잃어버리고, 결핍의 불편함 때문에 지나간 풍요의 은혜를 잊어버렸다. 가난한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오늘의 호사(豪奢) 때문에 원망과 불평으로 매몰되고. 잃어버린 것을 잃어버린 상실의 시대(lost generation)를 살아가는 아쉬움이 두려움으로 남는다(딤후3:1~5).

한 젊은이가 관청에 자기 아비를 도둑이라며 고발했다. 조사를 해보니 아비가 남의 양을 훔친 사실이 드러났다. 관리는 그 젊은이를 그 고장의 직궁(直躬;정직한 사람)으로 표창하였다. 도둑질한 죄로 아비가 사형언도를 받자 이번엔 아들이 아비 대신 사형을 자처하였다. “도둑질한 아비를 고발한 것은 정직한 일이 아닌가. 아비 대신 처형을 받겠다고 나선 것은 효도가 아닌가. 정직하면서 효성스런 사람을 처형한다면, 이 나라에 처형을 면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관리가 이를 옳게 여겨 마침내 직궁을 풀어주었다. 이를 전해들은 공자가 깊이 탄식하며 한 말이다.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로다. 그 직궁이라는 자는, 한 아버지를 가지고 두 번씩이나 명성(名聲)을 취하다니. 아비는 자식을 위해 숨기고, 자식은 아버지를 위해 숨긴다. 정직이란 바로 그 안에 있는 것이다”(논어 ‘자로’편 18장⑤).

이른바 “김영란 법”이 시행되었다. 공직자들의 ‘청렴의무규정’인 셈이다.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와 청탁문화를 근절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구현을 위해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지금까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된 적폐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한국 사회의 투명성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입법 취지만 가지고 법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연고주의, 온정주의가 없어지고, 기본적인 사회 신뢰가 회복되며, 부패 유발적 사회문화가 개선되는지를 확인해볼 일이다.

질서를 본능에 의존하는 유기적 사회와 달리 인간 사회에서 질서와 안정성을 보장하며 사회를 응집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사회적 관습이라 했다(Henri Bergson).
대부분의 목회자들과 교회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은 강단 위의 거룩한 목청보다, 강단 아래 우리들의 삶을 눈여겨본다. 차제에 일반 사회의 도덕적 기준보다 더 엄격한 신앙윤리를 적용하고 실천하여, 잃어버린 하나님의 명예와 교회의 권위를 회복하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무너진 성벽을 수축하는 영적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겠다. ‘김영란’법은 청렴이 사회 법망(法網)의 포획물이 아니라 교회가 잉태하고 산고로 낳아야 할 복음이 능력임을 일깨운다.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에게 대접하는 복음의 황금률이 사회정화의 원동력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마7:12/눅6:31)(golden rule). 백석정신(白石情神)과 생명신학(生命神學)의 고리는(chain)는 코람데오(coram Deo)의 삶이다. 성경이 답이면 이젠 삶이 그 답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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