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틴의 회심
상태바
어거스틴의 회심
  • 황의봉 목사(평안교회)
  • 승인 2016.09.22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7.어거스틴(2)

어거스틴이 마니교를 청산하였지만 아직도 의심은 남아 있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조잡한 언어와 폭력과 거짓의 사건으로 가득 찬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라 주장할 수 있을까? 어거스틴의 생애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 사람은 암브로시우스였습니다. 아들을 찾아 밀라노에 와 함께 머물고 있었던 모니카는 어거스틴에게 암브로시우스의 설교를 들어보라고 권했습니다.

암브로시우스는 수사학의 대가이자 웅변가요, 진리를 파수하는 영적 리더였기 때문에 수사학 교수 어거스틴도 당시 밀라노에서 가장 유명한 그의 설교를 듣고 싶었습니다. 암브로시우스는 어거스틴이 이해할 수 없었던 많은 성경 구절들을 풍유적으로 해석했습니다. 그의 설교를 통해 성경의 보다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향유했던 세속적인 사랑에서 참 평안을 찾지 못했고, 철학과 지식으로도 끝내 진리의 본질을 발견하지 못했던 어거스틴이 자신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385년 밀라노의 발레티아누스 2세 황제 취임 10주년 기념식장으로 가던 도중 길모퉁이에서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는 거지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는 뜻깊은 기념식장에서 송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기쁜 마음으로 식장을 향하고 있는데, 콧노래를 부르는 거지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쁨과 거지가 누리고 있는 기쁨을 비교해 봅니다.

자신은 겨우 14살의 코흘리개 발렌티아누스 2세를 위한 입에 발린 찬사를 늘어놓고 내빈들에게 형식적인 박수를 받으며 그 허위 속에서 기쁨을 맛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비록 돈과 명예와 권력은 없으나 또한 허위가 없는 거지를 바라보는 순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밀라노의 한 정원에서 통곡하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함께 살아 온 여자들 그리고 세속적 쾌락을 추구했던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자기와의 치열한 내면적 투쟁을 벌이던 중이었습니다.

그의 영혼 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그 자신의 비참한 모습이 눈앞에 스크린처럼 드러나고, 폭우 같은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나님 앞에 자신이 추구했던 모든 것들을 끄집어내어 놓으니, 그것이 모두 헛된 것이며, 수치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사로잡혀 통곡하였습니다. “나는 왜 나의 더러운 생활을 이 순간에 깨끗이 끝내지 못합니까?” 그때 갑자기 이웃집에서 한 음성이 들려 왔습니다. 소년인지 소녀인지가 구별은 안 갔지만 “tolle lege”(집어서 읽어라!)라고 들렸습니다. 이러한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는 마치 그에게 하늘로부터의 명령처럼 생각되었습니다.

그는 바울의 서신을 펴들고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곳을 읽었습니다.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음란하거나 호색하지 말며 다투거나 시기하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3~14). 이 말씀은 광명한 확신의 빛으로 어거스틴의 폐부를 찌르는 듯이 박혀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선택의 폭풍은 지나가고 은밀한 정적과 평화가 그의 온몸에 가득하였습니다. 그의 오랜 방황이 종착역을 찾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사학 교수 어거스틴은 이 구절에 응답하여 자기가 너무 오랫동안 끌어왔던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위해 헌신하기로 하였는데 그 날은 386년 8월 늦은 여름이었습니다.

이렇게 회심을 경험 한 후 어느날 어거스틴은 방탕시절 같이 놀던 여인을 길거리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모르는 척하고 지나치자 여인이 “당신은 어거스틴 아닌가?” 하고 물었습니다. 그때 어거스틴 하는 말이, “너는 너되, 나는 예전 내가 아니노라”하였다고 합니다. 인간에게서 가장 큰 기회와 역사는 회심입니다. 회심이란 인간의 질적 변화를 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회심은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 전적으로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