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입’을 가진 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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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입’을 가진 교부
  • 황의봉 목사(평안교회 담임)
  • 승인 2016.08.30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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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존 크리소스톰

존 크리소스톰(John Chrysostom / 요한네스 크리소스토무스Johannes Chrisostomus, 349?-407)은 안디옥에서 동로마제국의 장군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친이 일찍 죽어서 20세에 과부가된 그의 어머니 안투사 밑에서 자랐습니다. 존은 세상적 성공을 버리고 수도사가 되기로 결심하지만 놀란 그의 모친은 적어도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그 어려운 삶을 살지 말도록 간청하였습니다. 존은 어머니의 말씀대로 집에 머물며 삶의 대부분을 명상과 기도로 보내는 등 수도사로서 삶을 실천하였습니다.

374년 어머니가 죽자 존은 안디옥 남쪽 시리아의 산악지대에 들어가 이곳에서 6년 동안 은둔생활을 하였습니다. 그후 안디옥에 돌아온 존은 곧 집사를 거쳐 감독에 임명되었는데 얼마 안 되어 그의 이름은 헬라어를 사용하는 교회 전체에 널리 떨치게 되었습니다. 397년 콘스탄티노플의 감독직이 비게 되자 황제는 존을 강제로 납치해 감독에 임명하였습니다.

감독이 된 존 크리소스톰은 우선 성직자들의 생활을 개혁하였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독신이던 일부 사제들이 자기의 자택에 소위 ‘영적자매들’을 두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갖가지 추문들이 난무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일부 성직자들은 부와 재산을 축적한 반면 교회의 재정 상태는 엉망이었으며 가난한 자들을 위한 자선과 구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황금의 입을 가진 설교자는 강단에서 외쳤습니다. “그대의 말 입에 물린 금 재갈과 그대의 손목에 찬 금팔찌와 신발에 달린 금 수술은 곧 그대가 고아를 늑탈하며 과부들을 굶주리게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대가 죽은 후 당신의 거대한 저택을 바라보는 통행인들은 수군거릴 것이다. ‘저 저택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들이 뿌려졌는가? 얼마나 많은 고아들이 헐벗었는가? 얼마나 많은 과부들이 약탈당했는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착취되었는가?’ 당신의 죽음을 통해서도 이러한 고발의 범위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도시의 성직자들과 유력한 자들은 당시 기독교권에서 가장 컸던 성 소피아 교회당의 강단에서 쏟아지는 예언자의 목소리에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의 감독 임명을 위해 큰 몫을 담당하였던 당시의 실권자 유트로피우스는 그 보답으로 특별한 호의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존의 눈으로 볼 때 그도 역시 회개가 필요한 기독교 신자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고, 황제의 아내 유독시아도 성 소피아 교회의 강단에서 행해지는 설교를 싫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황후는 우선 감독의 마음을 회유하기 위해 교회에 막대한 선물을 바쳤지만 감독에 이에 관해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계속 같은 내용으로 설교하였습니다.

결국 황제가 크리소스톰에게 누명을 씌워 도시를 떠나도록 명령하자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인근의 감독들과 성직자들도 수도로 모여 들어 감독에 대한 신뢰와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만약 이때 웅변에 뛰어난 크리소스톰이 한 마디만 했다면 그를 향한 음모 전체가 와해되고 대규모의 시위가 발생하여 제국의 토대가 흔들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병사들의 손에 체포당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성난 군중들이 성 소피아 교회를 습격하여 그 일대를 점령하였고 군대는 이들을 진압하며 많은 사람들이 고문을 당했고, 그의 저명한 친구들도 귀양의 길을 떠났습니다.

한편 황금의 입을 가진 이 설교가는 조그마한 촌락 쿠쿠수스로 정배되었습니다. 비난이 확산되자 크리소스톰은 다시 흑해 해변에 소재 한 이름 없는 촌으로 옮겨지게 되었고 새로운 귀양지로 향해가던 중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었습니다. 자기의 임종이 임박했음을 깨달은 그는 길 옆에 있던 조그마한 교회당으로 옮겨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성찬을 받고 주위에 둘러싼 이들에게 작별을 고한 후, 그의 전 생애를 통해 가장 짧으면서도 가장 뛰어난 설교, “모든 일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 아멘”을 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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