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맙습니다 태극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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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맙습니다 태극전사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8.25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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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밤을 달래주었던 리우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날들 속에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었던 올림픽이기에 그 끝이 더욱 야속하게 느껴진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본격적으로 선수단을 파견한 1984년 LA 대회 이래 가장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빛나는 순간들로 넘쳤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높이 사고 싶을 꼽으라면, 과거 승자가 모든 환희와 영광을 독차지하고 패자는 고개를 숙이며 마치 죄인처럼 눈물을 흘려야 했던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리우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은 최선을 다한 스스로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세계인의 축제를 진심으로 즐기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먼저 기억에 남는 선수는 체조의 손연재. 일찍부터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메달에 대한 부담과 기대가 그 누구보다 높았을 그녀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로 본인의 올림픽 최고 성적인 4위로 이번 올림픽을 마감했다.

경기 직후 그녀는 “오늘 제 스스로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며 자기 자신을 이기며 이룬 ‘행복한 4위’에 만족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태권도의 이대훈도 패배 이후 승자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며 “금메달을 못 땄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동메달이 금메달만큼 값지다”라고 말해 지켜보던 국민들에게 교훈을 선사했다.

개인종합종목에서 27위로 올림픽을 일찌감치 마감해야 했던 기계체조의 박민수 선수는 “이번 무대를 가슴에 새기고 다음번 무대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며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 언론에서는 선수들의 승패가 마치 나라의 위상을 결정짓기라도 하듯이 호들갑을 떤다.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천국은 마치 품꾼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른 아침에 나간 집 주인과 같다”고 하신 성경말씀이 떠오른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누가 1등이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날려준 태극전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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