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이들에게 용기주는 노래 부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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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이들에게 용기주는 노래 부르고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6.07.0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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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예술대학교 교회실용음악학과 16학번 임일주 학우

장애인들에게 가수의 길을 열어주는 ‘제1회 이음가요제’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이음센터에서 열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영예의 대상을 안은 주인공은 백석예술대학교 교회실용음악과 1학년 임일주 씨(42세, 그루터기교회).

척수장애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가창력과 감성적인 보이스로 대상을 받음 임 씨는 다시 어린 시절 꿈을 찾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그러나 희망의 길에 들어서기까지 삶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삶을 놓아버릴까’ 고민할 만큼 힘들었던 임 씨의 삶. 그러나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날마다 잡아주시는 손길이 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었죠. 저도 사지 건강한 대한민국의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친구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의식을 찾았을 때 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24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젊은 나이였다. 임 씨는 교통사고로 경추 5번과 6번을 다쳤다. 목 아래로는 감각이 없었다. 중도장애인이 된 것이다. 
“이런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저 노래 잘했어요. 가수가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사고로 더 이상 노래를 할 수가 없었어요. 호흡은 1/3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배에 힘을 줄 수도 없었죠. 꿈은커녕, 살아갈 이유조차 찾을 수 없었으니까요.”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된 중도장애인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내 몸조차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은 좀처럼 극복하기 힘든 시련이다. 임일주 씨도 그랬다.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노래를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안 했다.

차라리 죽어버리자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중3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다. 어머니에게는 단 하나뿐인 아들이자 가족이었다. ‘나마저 죽어버리면,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사실까’ 그 마음이 그를 단단히 붙들었다. 

5년 동안 집과 병원만 오가던 임 씨에게 한 줄기 빛이 비친 것은 인터넷 장애인 동아리를 통해서였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를 움직이는 정도였다. 매일 들여다보면 인터넷에서 장애인 동아리 ‘두리하나’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자원봉사자 자매를 만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기적적인 결실을 맺어 부부가 됐다. 

“나를 위해 아내가 희생해주었죠. 처가 식구들의 반대는 당연한 것이었어요. 그런데도 아내는 나를 선택했고, 받아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만남은 사랑과 함께 ‘용기’와 ‘도전’이라는 두 단어도 함께 선물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 백석예술대 임일주 씨는 장애를 딛고 가수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그는 장애인 선교단체인 ‘희망방송’에서 모집하는 장애 예술인 모집 공고를 보았고, 오디션을 통해 합격했다. 그 곳에서 국립재활병원을 비롯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노래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곤 했다. 재활병원에는 임씨와 같은 중도장애인들이 많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아픔을 나누며 그들의 상처를 위로했고, 힘과 용기를 주는 노래를 선물했다. 

이어 시각장애인 3명과 함께 찬양팀을 구성해 간증도 하고 찬양도 부르면서 새로운 인생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의 경험과 노래가 저와 같이 장애를 입고 절망에 빠진 분들에게 용기가 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힘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구나’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그때 음악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백석예술대학교에 응시하게 됐죠.”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교회실용음악학과에 입학했지만 학교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전동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계단이나 노트필기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어린 친구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기우였다. 하나님의 예비하심은 백석예술대 안에서도 그를 불편함 없이 만들어주셨다. 

첫 학기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던 강의실은 동기들이 안아 나르며 수업을 듣게 도와주었다. 등교 시간에 미리 대기하고 기다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교수님은 학습도우미를 붙여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셨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엔 모든 강의실이 계단 없는 건물로 바뀌었고, 임 씨를 위해 주차장에서 학과사무실로 들어가는 길도 열어주었다. 학과장 하덕규 교수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며 그를 격려했다. 마치 그를 통해 이후에 올 장애학우들의 불편을 미리 해소하시려는 하나님의 뜻과 같았다. 

이제 그는 두려울 것이 없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예정이고, 고난을 통해 연단하고 더욱 크게 쓰시려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교회는 다녔어요. 그러나 희망방송에서 예배드리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격적인 하나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순간순간 하나님께서 모두 지켜주시고 함께 해주셨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지금은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이음가요제 대상 수상으로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단원으로 활동 기회를 얻었고, 디지털 싱글음반 발매의 기회를 얻어 가수로 데뷔할 수 있게 된 임일주 씨.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게 된 그의 꿈은 무엇일까?

“예전에 가수의 꿈을 꿀 때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고, 내가 빛나고 싶은 것이 이유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분들에게 용기를 주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내가 빛나는 것이 아니라 내 모습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어둠에서 벗어나 일어나는 귀한 역사가 일어나길 바랍니다. 용기를 주는 음악인, 그게 지금 제 꿈이에요.”

인생의 2막을 용기 있게 걸어가는 그의 인생엔 하나님이 계신다. 그래서 그는 더욱 힘차게 노래할 것이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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