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환경으로서의 교회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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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환경으로서의 교회건축
  • 승인 2003.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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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한인교회가 교회당 건축을 시작했을 때 지역 주민들은 축하의 꽃다발을 보내고 교회당 건축을 축하했다.

그러나 교회가 자금사정으로 공사를 온전히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한동안 방치하자 주민들은 심하게 항의했다. 그들이 축하한 것은 자신들의 동네에 아름다운 교회당 건물이 지어질 것에 대한 기대였으며, 항의한 것은 짓다만 건물이 흉물스럽게 동네의 경관을 망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우리의 주위에 지어지는 다양한 건물에 대해 경제적인 이익이나 손해를 따지는 데에만 민감할 뿐 그것이 우리의 삶의 환경으로서 우리에게 문화적, 정서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이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대단위 고층 아파트들이 그러했고 자연을 거침없이 파괴하면서 들어선 건물들이 또한 그러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사회의 노인 문제들과 청소년 문제들에 대해 그러한 주거의 열악한 환경에서 한 원인을 찾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교회건축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시의 주거지역 안에 자리 잡은 교회당들은 그 웅장하고 거대한 스케일에서, 하늘 높이 솟아오른 건물의 높이에서, 그 폐쇄적이고 절벽 같은 넓은 벽면에서, 지역은 고사하고 바로 인접한 건물들에 대해서조차 미치는 영향과 관계를 고려하지 못했다.

그래서 교회당 건물은 때때로 마치 독불장군처럼 당당하게(?) 서 있었고 지역 환경에 군림하였다. 이것은 지역사회에 대한 환경적 횡포였으며, 다른 여러 가지 이유들과 함께 교회가 지역사회로부터 배척받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최근 우리 교회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들이 효과적으로 전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교회건축이 주변 환경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회당이 새로 들어서면서 주변 주거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그 크기가 지나치게 커서 위압적이지는 않는지, 그 형태나, 재료, 색깔 등이 부조화스럽지는 않은지 등에 대해 교회의 입장만큼 지역사회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줄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요공간에 비해 작은 대지 면적으로 인하여 여유공지나 적절한 조경은 물론이고 건물의 높이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의 교회건축의 실정이지만 그래도 사려 깊은 설계의 연구는 이러한 문제들을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그가 창조하신 것들을 보시고 좋아하셨다. 그것은 창조하신 것 각각의 아름다움만이 아니고 그들 모두가 이루는 질서와 조화를 마땅히 포함할 것이다. 개별적으로 아무리 아름다운 것들도 서로 어울리지 못하면 그것은 전체적으로 추한 것들 일 수밖에 없다.

교회당 건물이 있어서 더 어울리는 동네가 된다면, 그것은 단지 우리의 주거환경이 좋아지는 것을 넘어 우리 기독교의 복음전파에 크게 도움이 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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