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혐오는 혐오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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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혐오는 혐오를 낳는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5.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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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에서 발생한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건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체포 직후 피의자 김 씨가 “여성에게 무시당해 화가 났다”고 진술한 뒤, 각종 매체와 온라인 게시판 등에는 이번 사건의 이면에 ‘여성 혐오’정서가 깔려있다는 논평과 게시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많은 여성들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나였을 수도 있다’는 높은 불안감과 함께 피의자 김 씨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고, 남성들 역시 ‘여성들의 불안감이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며 공감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사건이 때 아닌 ‘성 대결’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조현병’에 의한 ‘묻지마 범죄’로 발표하면서 추모현장인 강남역 10번 출구는 ‘여성혐오’에 대해 지적하는 공론의 장으로 변했다.

“남성을 혐오하자”는 비상식적인 선동이 나오는가 하면,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느냐”는 격한 반발도 이어졌다.

추모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언쟁과 비방, 몸싸움이 일어나 경찰이 출동하고, ‘혐오를 반대한다’며 일인시위에 나선 여중생의 팻말을 빼앗고 밀치는 어른도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약해져만 가는 한국교회의 영향력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던 예수그리스도의 정신을 세상을 향해 힘 있게 선포해야하는데, 최근 들어 한국교회가 세상에 보여준 모습은 사랑보다 혐오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사랑한다 말하면서 헐뜯기 바빴고 우리 안의 문제들로 세상 법정을 들락날락 하는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랑은 혐오를 이긴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 혐오가 만연해가는 세상 속에서 한국교회가 선지자적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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