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사역하던 한충렬 목사, 북한이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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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사역하던 한충렬 목사, 북한이 죽였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5.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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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다수 관계자 살해 배후로 북한 지목 "사역 자제해야"
▲ 지난 30일 사망한 한충렬 목사가 시무하던 중국 지린성 장백교회 전경. 유튜브 캡쳐

지난 30일 탈북민을 도와오던 중국 지린성 장백교회 한충렬 목사(조선족)가 칼로 목을 베여(추정)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수의 북한선교 관계자들이 북한 당국이 한 목사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면서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사역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사역을 하고 있는 K목사는 지난 1일 기독교연합신문에 한 목사의 사망 소식을 알리면서, 이 사건의 배후에 북한 당국이 있다고 제보했다. 제보에 따르면 한 목사의 시신은 4월 30일 오후 8시쯤 창바이현 변두리 야산에서 승용차와 함께 발견됐으며, 목에 칼로 베인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목사는 사망 전 지인의 전화를 받고 외출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중국 공안이 한 목사의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한 목사의 사망이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사건 이후 현지 사역자들은 경계수위를 높이고 수사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A 선교사는 “중국을 오가는 북한 보위부원들이 평소 한 목사를 비롯해 탈북민을 돕는 사역자들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계속해왔다. 휴대전화를 포함한 한 목사의 모든 소지품을 가지고 도망갔다”고 전했으며, 한 목사의 휴대전화에는 다수의 북한사역자들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당한 한 목사가 조선족으로 중국국적이긴 하지만, 한국인 사역자에 대한 테러 가능성도 진작부터 제기되어 왔다. 한국 외교부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29일 중국 내 한국 선교사들의 주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문체부 종무담당관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에 보냈다.

‘중국 체류 아국 선교사 대상 계도 협조요청’ 이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외교부는 “최근 동북아 정세와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에 비추어 볼 때, 중국지역(특히 북-중 접경지역)에 체류중인 선교사가 납치, 테러 등의 위해를 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 중국 지역 선교사들이 북-중 접경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하여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북한선교 사역자들은 공문 발송 하루 만에 한충렬 목사의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역자는 “한 목사는 북-중 접경지역에 교회를 설립해 탈북민들을 돕고 복음을 전해왔다”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현재 많은 선교사들이 사역을 자제해 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상황이 더 안 좋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이번 사건은 북한 당국이 탈북자 사역 네트워크를 와해시키는 동시에 최근들어 발생한 집단탈북 사태에 대한 경고 및 보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귀순 이후 복수의 언론들은 북한이 이에 대응해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집단 납치하려한다고 보도 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달 7일 귀순자 13명에 대한 가족 대면 및 송환을 요구하는 한편 거부할 경우 “무자비한 천백배의 대응이 개시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익명의 북한사역자는 “이번 사건은 어찌됐든 중국인의 문제인 만큼 우리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나설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선교 현장에서 탈북자 관련 사역을 하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나 목사들이 조심해야 함은 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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