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탈북민을 도와오던 중국 지린성 장백교회 한충렬 목사(조선족)가 칼로 목을 베여(추정)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수의 북한선교 관계자들이 북한 당국이 한 목사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면서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사역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사역을 하고 있는 K목사는 지난 1일 기독교연합신문에 한 목사의 사망 소식을 알리면서, 이 사건의 배후에 북한 당국이 있다고 제보했다. 제보에 따르면 한 목사의 시신은 4월 30일 오후 8시쯤 창바이현 변두리 야산에서 승용차와 함께 발견됐으며, 목에 칼로 베인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목사는 사망 전 지인의 전화를 받고 외출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중국 공안이 한 목사의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한 목사의 사망이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사건 이후 현지 사역자들은 경계수위를 높이고 수사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A 선교사는 “중국을 오가는 북한 보위부원들이 평소 한 목사를 비롯해 탈북민을 돕는 사역자들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계속해왔다. 휴대전화를 포함한 한 목사의 모든 소지품을 가지고 도망갔다”고 전했으며, 한 목사의 휴대전화에는 다수의 북한사역자들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당한 한 목사가 조선족으로 중국국적이긴 하지만, 한국인 사역자에 대한 테러 가능성도 진작부터 제기되어 왔다. 한국 외교부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29일 중국 내 한국 선교사들의 주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문체부 종무담당관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에 보냈다.
‘중국 체류 아국 선교사 대상 계도 협조요청’ 이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외교부는 “최근 동북아 정세와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에 비추어 볼 때, 중국지역(특히 북-중 접경지역)에 체류중인 선교사가 납치, 테러 등의 위해를 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 중국 지역 선교사들이 북-중 접경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하여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북한선교 사역자들은 공문 발송 하루 만에 한충렬 목사의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역자는 “한 목사는 북-중 접경지역에 교회를 설립해 탈북민들을 돕고 복음을 전해왔다”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현재 많은 선교사들이 사역을 자제해 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상황이 더 안 좋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이번 사건은 북한 당국이 탈북자 사역 네트워크를 와해시키는 동시에 최근들어 발생한 집단탈북 사태에 대한 경고 및 보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귀순 이후 복수의 언론들은 북한이 이에 대응해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집단 납치하려한다고 보도 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달 7일 귀순자 13명에 대한 가족 대면 및 송환을 요구하는 한편 거부할 경우 “무자비한 천백배의 대응이 개시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익명의 북한사역자는 “이번 사건은 어찌됐든 중국인의 문제인 만큼 우리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나설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선교 현장에서 탈북자 관련 사역을 하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나 목사들이 조심해야 함은 분명하다”고 조언했다.